사춘기. 다른 사람을 의식하며, 다른 사람의 눈에 비칠 내 모습에 끊임없이 촉각을 세우기 시작한다. 행동과 사고의 기준이 또래 친구나 부모였다면, 처음으로 의식한 이성 친구에게 어떤 식으로든 인정받기 위해 노력한다. 나에 대한, 나를 바라보는 다른 사람에 대한, 그리고 내 의지로 통제되지 않는 다른 사람에 대한 마음으로 혼란을 겪는 시기. 이런 시기가 사춘기 아닐까. 모임에서 만들고 있는 책 와 엮어 읽을 소설로 와 를 떠올렸다. 모두 성장 소설이며, '첫사랑'을 통한 성장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 특별히 와 는 인물의 성격과 변화에서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다. 소녀가 전하는 '관심'의 의미를 잘못 파악하는 소년과 줄리가 전하는 선물의 의미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브라이스의 모습이 비슷..
차오원쉬엔의 글에는 일정한 향기가 있다. 이 책의 서문에 자신의 관심과 문학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놓은 것에서 그런 의도를 다시 확인할 수 있다. 작가는 산업화나 현대화된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좇아갈 생각이 없다. 산업화가 진행되기 이전의 중국, 문화대혁명이 있었고, 운하를 배경으로한 농촌의 삶이 배경이다. 특히 내가 읽었던 3편의 소설 , , 가 그랬고, 중 ‘안녕 싱싱’은 와 거의 흡사한 느낌을 받았다. ‘야풍차’는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지만 거기에서 아빠와 아이의 희망이 녹아있다. 산업화 이전에 삶은 결국 하늘에 의지하는 삶이다. 자연의 세세한 변화나 울림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었던. 자연스럽게 그 속에서 아버지의 꿈과 아이들의 꿈은 겹쳐진다. 갑작스런 태풍에 야풍차는 부서질듯하고 아들은 목숨을 걸고 ..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까만기와’는 ‘빨간기와’의 후속편이며, 까만기와 빨간기와는 고등부와 중등부를 의미한다. 그래서 대부분의 등장인물이 겹치고 경험의 공유를 전제하며 이야기는 시작된다. 하지만 까만기와에서 만나는 주인공 ‘임빙’과 그의 친구들, 그리고 그들이 만나는 문제는 ‘빨간기와’에 대해 범위나 깊이에 상당한 차이를 느끼게 보게 된다.(‘빨간기와’를 읽을 때에는 다른 성장소설에 비춰 빨간기와만의 특징을 살펴보며 느끼면 됐는데, 까만기와가 읽을 때에는 다른 성장소설과의 차이점 외에, 전편 빨간기와와의 차이점까지 살피게 되는, 아니 눈치보게 된다. 하지만 이 공간은 까만기와를 위한 공간이므로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빨간기와는 잠시 잊고 싶다.) 이 차이가 까만기와를 덮고 나서 내마음을 서글프게 한 것 ..
1. 그땐 그랬었지!! 내 머릿속에 '원형'으로 남아있는 어린시절 학교생활에 대한 기억과 거의 일치해서인가. '빨간 기와'를 읽고나서 친구들과 술 한 잔 한다면 '그때 그랬었지'라는 감탄사에 술이 금방 취할 법도 하다. 다만 내 어린시절을 관통했던 '군부독재'라는 시대와 주인공의 삶을 관통했던 '문화대혁명'이라는 물의 색깔이 좀 달랐다는 차이점만 느껴질 뿐. 그래서인지 나이와 주인공이 다르며, 운하를 배경으로 하는 그들의 삶과 땅을 배경으로하는 우리와 차이가 있지만 친구들과 '끼리끼리' 친해지고, 그들과 '일'을 치르고 작당모의를 하며, 어떤 사람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이 있으며, 괜시리 외로워지거나, 나만 왜 이런 곳에서 이런 부모 밑에 태어났을까라는 원망의 아픔도 같은 일로 느껴지는 것 같다. 비단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