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김선영 작가의 소설 4편을 읽었다. 4권 모두 특별한 경험을 이야깃거리로 삼아 금방 몰입하는 이야기들이었다. “시간을 파는 상점”은 주관적인 시간의 흐름을, “특별한 배달”은 웜홀을 통해 현재 자신의 문제를 대면하는 내용을, “미치도록 가렵다”는 청소년 소설이라기보다는 성인까지 대상을 넓혀 성장과정에 대한 이해를 잘 나타냈다. “열흘 간의 낯선 바람”도 몰입감 있게 잘 읽힌다. 먼저 이 작품은 SNS의 문제점을 잘 포착해 공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시간이 갈수록, 나이가 어릴수록 SNS에 대한 의존이 높아진 지금, SNS의 문제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더욱더 만나야하고 공감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보여지는 것으로 드러내는데 치우쳐 공허함만이 가득한 관계가 아..
표지를 보면서 이상의 ‘날개’를 떠올렸다. 그래서 ‘가렵다’를 뭔가 하고 싶은 마음으로, 그래서 근질근질하다는 느낌으로 책을 들었다. 이야기는 이름과 전학에 대한 스트레스로 또래 사이에서 자리매김하지 못하는 ‘강도범’과 학생 중심의 도서관을 만들기 위해 기존 교사문화와 충동하는 사서교사 ‘수인’ 샘에게 초점화 돼 있다. 오히려 ‘수인’ 샘에게 더 초점화 돼 있어, 읽으면서 이게 청소년문학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학교에서 교사는 ‘갑’이고 학생은 ‘을’이라는 이분법적 구도보다는, 관계 속에서 힘들어하고, 홀로서기의 불안감을 가지고 있으며, 각자 삶의 문제 속에서 흔들리는 성장의 공간이라는 점에서 서로 위로와 격려를 보내는 도반이 되어야한다는 생각을 했다. 그런 불안감을 작가는 ‘가려움’..
‘완득이’ 또는 ‘재석이’스러운 ‘태봉이’와 ‘정아’ 또는 ‘보담’스러운 ‘슬아’의 이야기다.비슷한 듯 하면서도 이 시대를 살아가는 또 다른 대한민국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만들어냈다. 작가는 이후로 이 책에서도 자신이 선택한 시간에 대한 책임을 강조한다. 이 책에서는 판타지적인 요소를 도입하며 더욱 극적으로 과거의 자신과 만나게 한다. 우리 아이들이 이런 특별한 경험을 만나기는 절대로 힘들겠지만, 이 책을 통해서나마 자신의 선택의 순간들, 그리고 가장 아름다웠던 순간들을 떠올릴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에서 가장 눈에 띄는 캐릭터는 단연 '근수'라고 볼 수 있겠다. 촌스럽고 어눌한 고집이 있지만 주위에 퍼뜨리는 건강성은 유독 빛이 난다. 하지만 그래서 비현실적이기도 하다. 이런 캐릭터가 도대체 현실 어디에 ..
이래저래 '시간'이 큰 이슈가 됐던 여름이었다. 펜싱 에페 준결승 경기 중 신아람의 마법같은 1초 사건은 개그, 드라마의 단골 패러디 소재가 되기도 했다. 물론 이 소설은 올해 4월에 첫출간 되어 올림픽 사건과는 무관하다. 가장 길면서도 짧았던 1초처럼, "시간을 파는 상점"에서는 객관적인 시간 크로노스와 주관적인 시간 카이로스 사이에서 인생의 가장 소중한 시간을 찾아가는 한 소녀의 이야기를 매우 흥미진진하게 그려내고 있다. 요즘 청소년문학의 단골 소재는 성과 사랑 또는 임신, 폭력이다. 물론 매우 의미있는 소재들이고 앞으로도 계속 이어지며 다양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이 소설은 새로운 소재 '시간'을 통해 현재를 살아가는 청소년들에게 카이로스적인 시간, 즉 오늘을 오늘답게 아름답고 소중하게 만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