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이 잘 읽히지 않았다.그동안 읽기 쉬운 책을 주로 읽어서 나타난 부작용인 것 같기도 하고, 데미안에서 다루는 내용들이 철학적인 이야기라 이해하기 어려운 면도 있었다. 약 100쪽까지 두세 번 반복해서 읽고 나서야, 비로소 작가의 생각을 따라가며 몇 마디 메모할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9)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은 자기 자신에게로 이르는 길이다. 길의 추구, 오솔길의 암시다. 일찍이 그 어떤 사람도 완전히 자신이 되어본 적은 없었다. 그럼에도 누구나 자기 자신이 되려고 노력한다. 어떤 사람은 모호하게 어떤 사람은 보다 투명하게, 누구나 그 나름대로 힘껏 노력한다. 누구든 출생의 잔재, 시원의 점액과 알 껍질을 임종까지 지니고 간다. 더러는 결코 사람이 되지 못한 채, 개구리에 그치고 말며, 도마뱀에,..
몇 년 전 라는 책이 세간에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우리 지역의 여중생이 목숨을 끊었는데. 그 아이가 읽던 책이 바로 라는 것. 당시 그 책을 권장도서 중 한 권으로 추천했던 국어 선생님에 대해 언론의 보도와 학부모의 입장은 강경했다. 아직 성숙하지 못한 아이에게 ‘자살’에 대해, 그것도 제목도 선정적인 책을 추천했다며, 교사가 마치 자살을 부추긴 것처럼 보도했다. 사실 이 책의 주제나 소재 모두 ‘자살’은 아니다. 주요인물 재준의 죽음(오토바이 사고)을 두고 유미가 재준에 대해 추억하며 유미가 가족과 인생의 아름다움을 깨달아가는 이야기다. 하지만 제목만으로 판단한 언론은 마녀사냥 식으로 교사를 몰아갔다. 그 후 그 교사의 아픔은 어떻게 치유가 되었을지. 요즘 돌아가는 상황이나 정세에 비추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