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도회가 끝난 후 (레프 똘스또이 외, 박현섭, 박종소 엮고 옮김 / 창비) 러시아 문학기행에서 너무도 멀리 와버린 시점에서 창비 세계 단편집 읽기 마무리를 러시아 단편으로 매듭짓게 되었다. 수미상관, 원점회귀도 아니고 이 무슨 운명의 장난? 2019년, 2020년까지 2년간 러시아 장편 위주로 읽었기에 고골의 ‘외투’ 외에는 작가는 들어봤지만 작품은 처음인 경우가 많았다. ‘결투’하면 빼놓을 수 없는 뿌슈낀! 그의 소설 ‘한 발’에서는 오랜 세월 기다린 진정한 복수와 명예 회복의 의미를, 인간에 대한 깊고 폭넓은 이해의 거장 톨스토이의 ‘무도회가 끝난 뒤’에서는 주인공이 사랑하는 그녀의 멋지고 품위있는 아버지의 야만스러운 모습(도망친 따따르 죄수를 행군하며 잔인하게 구타함)에 구토를 느끼며 허상과 다른..
드디어 8월 초, 대장정을 마칠 수 있었다.솔직히 이 작품을 만나기 전까지 선입견이 좀 있었다. 불륜을 저지르고 결국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는 안나 까레니나 이야기를 굳이 읽어야 하나 하는 그런 매우 단순 무식한 생각. 하지만 거의 1,600쪽에 이르는 글을 다 읽고서야 왜 고전 중의 고전이라 하는지 어느 정도는 알게 되었다. 안나 까레니나를 중심으로 한 아주 작은 시냇물 같은 이야기부터 시작해서 당시 러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거대한 바다에 이르는 이야기는 촘촘하게 잘 엮여서 장면들이 모두 아름답고, 찡했고, 감동적이었으며, 소박한 공감이 있었다. 남성 작가이면서 여성의 내면을 섬세하게 들여다 볼 줄 아는 작가의 마음 씀씀이와 마치 세태소설을 보는 것처럼 러시아 상류층의 복잡한 이야기들을 곳곳에 배치한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