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차례 담양도서관에서 이꽃님 작가의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를 찾았으나 계속 대출 중이었다. 작가에 대한 호기심으로 다른 작품을 살펴보다 이 이야기를 만났다. 이 책은 가정 폭력을 이야기하고 있다. ‘은재’는 아빠의 화풀이 대상이다. 아빠는 일이 잘못되는 모든 원인이 은재에게 있다는 듯 수시로 때리고 감금한다. 그 속에서 은재는 자포자기하게 된다. ‘우영’은 엄마의 욕망을 실현하는 대상이다. 쉴 틈 없이 학원으로 내몰리며 성적에 따라 끊임없이 언어 폭력을 당한다. 가정 폭력을 당하는 ‘은재’에게 주변 사람은 조금 심하지만 가정 교육이라며 참견하지 않는다. 언어 폭력은 당하는 ‘우영’에게는 이것이 문제조차 되지 않는다. 가정 폭력을 다룬 이야기들은 읽기가 참 힘들다. 그런데 이 이야기는 아이들의 긍정..
출판사에서 지난 4월 책을 보내주셨다. 바로 읽고 소감을 나누어야 했지만 학기 초라 경황이 없었다. 방학하자마자 책을 들었다. 표지가 인상적이다. 제목처럼, 달이 뜬 밤 산등성이로 묘지가 보이고 그 옆에는 공작처럼 날개가 화려한 새 한 마리가 보인다. 산 아래로 촘촘이 들어찬 집들과 거센 파도를 날아다니는 은빛 물고기, 그 가운데 창가에서 바다를 바라 보는 소년이 눈에 띈다. 제목도 인상적이다 '관 짜는 노인'. 이야기를 짐작하기 쉽지 않다. 시대와 장소를 짐작하기 어려운 알로라 마을은 하늘을 나는 물고기와 구불구불 아름다운 골목길로 유명하다. 이곳에 살고 있는 목수 알베르토는 아내와 세 자녀와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 전염병으로 모두를 잃는다. 마을의 관을 짜는 사람도 전염병으로 죽어 알베르토가 직접 관..
제목처럼, 청소년들의 문제제기를 '사춘기적 현상'으로 돌려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어른들의 모습에 대한 항변이 느껴진다. 표지는 이야기의 문제 장면을 잘 드러냈고. '사춘기'는 언제부터 시작될까? 학문적으로 정리하는 기준이 있겠지만 내 생각엔, 자기 목소리를 낼 때부터라고 본다. 여기서 자기 목소리는 적극적으로 낼 수도 있고 소극적으로 낼 수도 있다. 어떤 식으로든 '내 의사'를 표현하고 지켜내려는 때부터 사춘기라는 생각이 든다. 따라서 평균적으로는 언제부터 언제까지라고 범위를 지을 수 있겠지만 개인차가 매우 큰 영역일 것 같다. 외국과 달리 개인의 자율성을 덜 존중하는 우리나라 문화에서 사춘기는 좀더 강하게 드러나는 것 같다. 이 책은 우리나라 사춘기 상황에 딱 맞는 장면을 그려내고 있다. 줄거리는 간단..
지난 4월, 사계절 출판사에서 “지구 행성에서 너와 내가”란 책을 보내주었다. 기쁜 마음으로 얼른 읽고 소감을 남기는 것이 책 선물을 받은 사람으로서의 보답인데, 두 달 동안, 사무실 선생님들과 “민주주의와 교육”을 읽으면서 여유를 만들지 못했다. 홀가분한 마음에 뒤늦게 책을 들었다가 “민주주의와 교육”만큼 많은 부분에 밑줄을 긋고 생각을 더하는 시간이 되었다. 게으름을 탓했다. 책 선물을 받았을 때 바로 읽고 나누었어야 했는데... 무엇보다 세월호를 추념하며 더 많은 기억을 나눌 수도 있었는데... 책의 발행일이 4.16인 것도 의미 깊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엄마를 잃은 새봄이. 그런데 새봄의 슬픔은 어머니의 장례식 즈음에 일어난 세월호 참사와도 연결돼 더 큰 절망에 빠진다. 손쓸 수도 없고, 왜 ..
제목을 보고 카프카의 ‘변신’을 떠올렸다. 작가 역시 카프카의 ‘변신’을 오마주했다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바로 카프카의 ‘변신’을 읽어보며 두 작품이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인간’이라는 말이 함축한 관계 속 존재에 대한 고민이 연결되어 있어서. ‘변신’의 그레고르, "변신 인 서울"의 ‘반희’ 둘 다 짠하다. 먼저 그레고르. 가족을 부양하기 위해 쉴새 없이 노력했던 그는 자신의 노력으로 어느 정도 안정된 생활을 하게 된 가족을 보면 뿌듯하다. 조금 더 노력하면 여동생도 음악학교에 보낼 수 있을 것 같고. 하지만 어느 날 잠에서 깨어나 보니 벌레로 변신한다. 그러나 작가는 변신한 이유보다 벌레가 된 후의 관계에 주목한다. 결국 변신 전후를 보며 존재의 본질에 주목한다. 그레고르의 가장으로서 존재감..
이 책을 읽고, 이어서 영화 “콘택트(contact)”를 보았다. 확실히 이 책은 ‘칼 세이건’을 오마주한 책이다. “콘택트”도 읽어야 하는데 급한 마음에 영화부터 보았다. 원작과 영화에 다른 점이 있다고 하지만 “코스모스”와 결이 비슷해 ‘칼 세이건’ 박사를 쉽게 떠올렸다. 부끄럽게도 몇 년 전까지도 ‘칼 세이건’을 몰랐다. 문과생들만 모여 있는 독서 모임에서 각 분야의 고전도 가끔씩 읽어보자는 제안으로 읽게 된 책이 “코스모스”였다. 숙제가 아니라면 가까이 다가가지 못했을 것이다. 전공 서적도 아닌 대중 서적에서 거꾸러지는 것 같아 어떻게든 읽어보려고 관련 자료를 찾아 듣고 보다 보니 “코스모스”를 조금은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띄엄띄엄 읽어 사실 완독했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다만 “코스모스”를 읽..
청소년 소설인데, 부모가 읽어야할 청소년 소설이다. 청소년들의 성인으로의 성장이 유예되고 있는 상황에서, '영어덜트 소설'이란 이름으로 성장소설이 청소년+청년까지 확대되고 있는데, 이 작품은 거기서 더 나아가 부모로서의 성장도 강조하고 있다. 또 그런 부모와 관계를 맺어가며 살아가는 아이들에게도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다. 제누, 아키, 노아는 부모에 대한 아이들의 태도를 나타내는 전형적 인물이다. 제누는 서술자이면서, 부모로서의 노력과 자식으로서의 노력을 다 이해하는 인물이다. 아키는 부모의 사랑을 더 원하는 인물, 노아는 자식으로서의 독립을 더 원하는 인물로 보인다. 하지만 새로운 부모를 기다리는 아키도, 독립을 원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노아도 부모를 찾는..
우리 지역의 국어교사가 쓴 청소년 소설이라는 말을 듣고 책을 들었다. 제목이 참 인상적이다.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가 채워지는 순간에도 화가 난다는 것은, 그만큼 ‘화’가 쉽게, 갑자기, 그리고 다스리기가 쉽지 않다는 걸 한꺼번에 말해 주고 있다. 이야기도 급식실에서 새치기하려다가 교사의 제지에 ‘화’가 폭발하면서부터 시작되니 제목이 여러 가지 장면을 잘 담고 있다. 화를 다스리지 못해 벌어진 충격적인 사건들이 적지 않게 보도된다. 아파트 외벽 작업자의 휴대전화 음악소리가 시끄럽다고, 인터넷 속도가 느리다고, 도로에서 자신의 앞길을 막았다고 벌어지는 해코지를 거의 매일 실시간으로 듣고 있다. 또 직장 상사의 대기업 또는 원청업체의 갑질까지. 그렇게 다스리지 못한 ‘화’가 분노조절장애가 돼 치료받는 사..
책의 줄거리가 표지에 거의 다 담겼다. 이야기를 읽고 표지를 다시 보면 작은 별에 섬세하게 내용을 표현했음을 알게 된다. 한때 이 별에서 인간과 공존했던 자연(멧돼지 산바)은, 인간의 개발로 점점 쫓겨나다 죽임을 당한다. 이 별에서는 소수의 사람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연과 사람이 대상화되고 피폐하게 된다. (25) ‘피폐’라는 단어를 책에서 본 적이 있었다. 무슨 말인지 몰라 사전을 찾아보니 ‘어떤 대상이 거칠고 못쓰게 됨. 지치고 쇠약해짐.’이라고 쓰여 있었다. 피읖이 두 개나 들어간 두 글자짜리 그 단어가 이상하게 마음에 달라붙어 주호는 소리 내어 서너 번 발음해 보았다. 주호는 부모에게 버려진 뒤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외딴 섬에서 외롭게 산다. 유림이는 이유도 모른 채 가혹한 가정 폭력을 당한다. 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