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쿼시로 자수성가한 아버지는 자신의 꿈을 더 빨리 이루기 위해 아들 제이미에게 체벌을 하는 등 혹독한 훈련을 시킨다. 그러면서 제이미는 스쿼시가 더 이상 즐겁지 않고 아버지에게 반항심만 쌓인다. 그런 남편과 아들 사이에서 어머니는 존재감을 잃어간다. 제이미는 어떻게 살아야할지 고민할 때 낯선 남자들에게 쫓기는 또래 여자아이 에비를 만나고, 에비를 낯선 사람과 안전한 곳으로 이동하도록 돕는 과정에서 자신감을 얻고 아버지에게 당당하게 맞설 수 있게 된다. 그리고 비로소 아버지와 대화를 하게 된다. 설득력 있는 반전(세 가지), 다 자식을 위해서라는 부모의 욕심, 그리고 정체성을 찾아가는 이야기가 잘 어울려 몰입도를 높이는 재미있는 소설이다.무엇보다 관계 속에서 자신을 찾아간다는 청소년기 정체성의 문제를 잘 ..
"내 이름은 망고"에서 씩씩하고 어른스러운 주인공 캐릭터를 선보였던 추정경이 매우 색다른 소설로 청소년 문학에 두 번째 문을 두드렸다. 일단 이 소설은 끝까지 책에서 손을 놓지 못할 정도로 매우 흡인력이 강했다. 집단 폭력으로 병원에 누워있는 하균이와 하균이를 죽였을지도 모른다는 죄책감에 한강 다리 밑 벙커에 숨어사는 자신이 누군지도 모르는 ‘가출이’를 중심으로, 소설 속 이야기는 꼬인 실타래를 함께 풀자고 하는 듯 독자를 잡아당겼다. 마치 주인공이 처음 벙커의 문을 발견했을 때처럼. 소설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었다. 가정폭력에 시달리던 하균이 동급생들을 괴롭히고, 그것이 다시 집단 폭력으로 이어지는 하균이 이야기와, 새엄마의 가정폭력으로 목숨까지 잃을 뻔한 민호와, 그리고 자신이 누군지조차 모른 채 ..
‘사고로 일곱 살이 되어 버린 아버지, 야동, 몽정, 자위, 매운 맛’ 등 상당히 자극적인 소재를 배치했음에도 나는 조금 싱겁게 읽었다. 이런 자극적인 인생의 양념들이 스스로 성장하는 건강한 캐릭터라는 중심 줄기와 섞이면서 짜지도 맵지도 싱겁지도 않은 삼삼한 맛이 되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스스로 성장하는 건강한 캐릭터라면, 일단 처절한 외로움 속에 몽정과 자위를 하는 주인공 길동, 아픈 과거를 매운 맛으로 잊으려 하는 미령, 새로운 사랑을 찾아간 희우, 그리고 폭력적이고 억압적인 가정에서도 긍정적으로 성장하는 마파두부와 고추조아를 가리킨다. 일곱 살짜리 지능을 가진 아버지와 재개발 보상금을 주식으로 날려버리고 도망간 형, 끊임없이 닭을 튀겨야 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함께 나눈 즐거움이나 행복보다는 함께 나..
1. 표지는 작가의 따님이 그린 것 같다. 의 표지처럼 선명하고 색채가 강렬하다. 서로 다른 환경의 지오와 석주가 겪는 청춘의 방황기인데, 우리 주변 어디에나 있을법한 이야기 같아 몰입이 잘 되었다. 대학생이 된 두 사람이(별로 친하지 않은데), 추풍령역에서 만나기로 하면서 과거와 현재가 교차하며 그려지는 성장담이 인상적이었다. 지금 읽고 있는 부분은 모범생인 석주가 자신과 관계를 맺었던 은설이 임신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충격받아 영동으로 찾아가는 장면이다. 다음 장면이 매우 궁금하다. 2. 작가의 필력은 놀라웠다. 끝에서 가슴 시원한 반전이 기다리고 있었다. 우유부단한 마마보이, 모범생 석주가 한 여자의 남편으로, 한 아이의 아버지로 건강하게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지오가 석주를 만난 추풍령역은 은월농..
예상대로 암울했다. 살인이라는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청소년을 다룬 성장소설이라니. 소설은 처음부터 주인공이 저지른 범죄를 보여주지 않는다. 주인공의 시선으로 그 사건에 이르기까지 과정을 역순행적으로 보여준다. 마치 영화 의 타락한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는 것처럼. 읽으면서 이옥수 작가의 를 떠올렸다. 폭력을 저지른 아버지와 형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는 주인공과 은 주인공은 닮았으면서도 달랐다. 폭력에 대한 용서와 잊을 수 없는 분노! 이 작품과 이옥수 작가의 작품을 함께 읽으면서 토론을 해도 좋을 것 같다. 과연 폭력은 쉽게 치유되고 아물 수 있는 것인가? 그런데 작품을 읽다보니 의 주인공 편에 손을 들고 싶었다. 폭력은 그렇게 재생산되는 것이라고, 용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라고. 어머니와 누나, 여자친구..
제목에서처럼 ‘우울증’에 빠진 태수의 문제가 드러나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주인공은 태수가 아닌, 태수와 어릴 적 친구이자 태수가 걱정되는 ‘현호’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풀어나감으로써 ‘우울증’에 빠져 있는 친구에 대한 관심과 친구로서의 역할을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태수의 우울증은 태수 부모에게서 찾을 수 있다. 태수 부모는 실상과 관계없이 끊임없이 격려하고 태수를 공룡처럼 대단한 인물로 대한다. 과도한 기대와 현실에 맞게 위로와 격려를 기대한 태수는 사람보다는 인터넷 게임과 야동에 대한 몰입으로 현실감을 더 잃어간다. 그리고 새벽 2~3시 지하 주차장에서 홀로 울며 자기만의 방식으로 자신의 소외와 우울증이 더 깊어져 간다. 태수의 우울증은 결국 다른 사람의 신고로 드러나고, 약물 치료와 가족 여행,..
이 작가 참 대단하다. 아토피로 고생하는 중3 남학생, 우울증으로 폭식을 하는 뚱뚱한 스물셋 전화상담원. 교집합이라고는 그 어떤 것도 보이지 않는 이들이 만나 서로의 상처를 치유하는 소설 를 만들어냈다. 불우한 환경 속에서 거칠게 살아가는 아이들의 희망을 다룬 부터 청소년의 성과 사랑, 임신을 직설적으로 다룬 를 거쳐, 가정폭력과 치유를 다룬 이 작품까지 이옥수라는 작가 참 믿을만하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청소년들의 문제를 가장 깊은 곳에서 가장 아픈 점을 가장 직설적으로 그려내면서, 가장 극적인 희망을 만들어내는 방법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폭력은 또 다른 폭력을 낳는다.’라는 사실을 우리는 가장 가까운 곳부터 잊고 산 것은 아닌가 하는 것을 깨닫게 만드는 작품이다. 강민의 형과 아버지로..
책 표지를 보고 ‘스키 점프’를 소재로 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야기에서 말하는 ‘시속 370km’는 매가 사냥을 할 때 하강 속도라고 한다. 주인공 동준이는 스트레스를 오토바이 질주로 풀어간다. 비록 동네 중국집 ‘만리장성’의 배달용 오토바이로만 속도를 느끼고 있지만 언젠간 ‘로드스타’ 같은 제대로된 바이크를 타고 속도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은 아이다. 그렇게 돈이 필요한데, 아버지는 매잡이에 빠져 가족은 물론 집안 형편을 돌아보지 않는다. 결국 어머니와 별거까지 하게 되며, 매 순간 자신이 아버지가 키우는 매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다며 서운해한다. 그러나 동준의 목소리에는 비관과 서운함이 가득하지는 않다. 매에 빠져 있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고, 자신의 자리를 매가 앗아간 것 같아 불만이기는 ..
동서고금을 떠나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하다. 국경을 너머 휴가를 다니는 모습 정도만 빼면 우리 나라 부모와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해도 맞아 떨어지겠다. 이 책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특히 부모와 자식은 핏줄이 얽혀 자신의 방식대로 상대방이 살아가도록 강요하기 마련이다. 그런 과정에서 여름방학 불청객을 맞이하게 되었고, 불청객 재스퍼 역시 부모의 이혼과 재혼 사이에서 특별한 아이로 성장하게 되었다. 가족들은 재스퍼의 문제를 접하면서 가족 내 자신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서 돌아보게 된다. 여러 상황에 등장하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파악해 보면서 책 내용을 나눠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인상 깊은 구절 (129) 난 누나가 부모님한테 그렇게까지 화가 나 있다고는 생각하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