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폴 출판사에서 보내 주셨다. 만화책 같은 표지에, 분홍빛으로 진하게 “열일곱, 오늘도 괜찮기로 마음먹다”란 제목이 눈에 띈다. 제목에 코팅이 돼, 독서등 아래에 읽으니 정말 빛나기도 했다. 박하령 작가님의 글은 두 편 읽었다. “기필코 서바이벌”과 “의자 뺏기” 두 책 모두 제목처럼 주인공의 힘 있는 목소리가 담겨있다. 편집이 재미있다. 일기답게 주인공의 생각과 감정이 솔직하고 섬세하게 드러난다. 또 책 구성이 친절하다. 내용에 잘 들어맞는 삽화, 내용 요약 및 핵심어가 들어 있는 해시태그. 중학생들도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내용도 재미있다. 청소년 시기에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친구 문제, 사랑 그리고 사람마다 경중은 다르게 느끼겠지만 나에겐 무엇보다 커다란 문제에 대해 생각하며 성장하는 과정이 실감 나..
이야기가 재미 있게 술술 읽힌다. 결말도 마음에 든다. 작가는 청소년들의 심리나 관심사를 잘 포착한다. 이번에는 유튜브 제작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을 잘 그렸다. 1학기 때 광주교육연수원에서 주관한 shorts 제작 연수를 학생들과 함께 들었다. 강사 선생님이 지역의 유튜버로 활동하는 분이셔서, 이 소설의 '선우'와 같은 목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 연수원에서 시의적절한 연수를 개설했구나 싶었다. 공부도 운동도 잘하고 부유하기도 해 또래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포카리스-4명의 아이들, 이들의 일상을 편집해 유튜브에 올리는 선우는, 아이들의 이미지가 유튜브에 긍정적으로 잘 드러나도록 편집하는 재주가 있다. 그런데 이 4명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고 자신이 영상을 제작하며 가위질했던 영상 속에서 문제의 원인을 파..
올해 1월, 전국국어교사모임의 회지 “함께 여는 국어교육” 2023 봄호에 ‘내면의 문제로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추천하는 청소년 소설’이란 글을 쓴(내용을 제대로 마무리하지 못하고 편집팀의 도움을 받아 마무리한 글이라 공유하지 못했다) 적이 있었다. 그런데 그 글을 보고 ‘책폴’ 출판사 편집자께서 연락을 주셨다. 1인 출판사로 청소년과 어른이 함께 읽고 소통하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출간하고 있는데 이번에 “마녀가 되는 주문”을 새로 출간했다고 추천해 주셨다. 보내 주신 소개 자료를 읽어보니 재미있을 것 같았다. 뒷감당할 생각도 못하고 책 욕심에 읽어보겠다고 했다. 금방 책이 도착했고 얼른 소감을 나누고 싶어 읽었지만 끝까지 읽지 못했다. 당시 아이들과 자유학기제 수업으로 'SF 단편소설' 쓰기 수업을 하고..
독서토론반 '다독다독'의 올해 첫 토론을 위해 고르고 고른 책이 바로 조금은 긴 제목의 다. SF소설로 정했고, 그 속에 담긴 의미는 결국 현실의 우리를 바라보는 것이니 학생 눈높이에 맞으면서도 의미를 담고 있고, 첫 책이니 만큼 재미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인터넷 서점을 뒤져내 이 책을 찾아냈다. 이 책을 고르게 된 가장 큰 이유는 '틴 스토리 킹' 수상작이라는 점이다. 이런 대회가 벌써 3회나 되었다니! 100명의 학생들이 심사자가 되어 뽑는 책이니 의미는 물론 재미는 이미 보지 않고도 믿을 수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읽어보니, 토론반 학생들 중 책 읽기가 더딘 학생까지도 다 읽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다행이다. 다음 주에 함께 토론할 예정인데, 시험기간임에도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면 함께 나눌..
시교육청의 중학생 추천 도서에 이 책이 있다. 중학생들과 눈높이를 맞출 겸 책을 들었다. 작년 말 극장에서 본 뮤지컬 영화 “영웅”이 너무 강렬해서인지 책의 초반부는 다소 밋밋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읽을수록 서술자의 담담한 목소리 속에 당시 상황을 그대로 전달하려 했음이 느껴졌다. 책을 다 읽고 주석을 읽으니 작가의 의도도 그렇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두 사람이다. 안중근과 이토. 치밀하게 조선과 대륙을 삼키려는 이토, 그런 이토의 행동을 멈춰 동양과 조선의 평화를 지키기 위해 이토를 제거함으로써 그 의도를 표현해야겠다는 안중근 의사의 목소리를 모두 들을 수 있다. 그래서 안중근 의사의 의거는 개인의 분노한 감정이 아닌 철저히 정치적인 정당성을 바탕에 둔 의거였음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책을 읽..
청소년 노동 인권을 다룬 첫 소설이라고 할까? 당시에는 이런 책이 나와서 애들 읽히기 좋다고 이야기가 돌았는데, 그때는 읽지 못하다가 수업을 하려고 보니 찾아서 읽게 되었다. 전반적으로 내용은 단순하고, 또 주제도 명확하다. 부모님의 사정이 힘들어지게 되자 고등학교 1학년 여름방학 동안 아르바이트 세상에 뛰어든 시은이 이야기다. 친구에게도 속마음을 잘 이야기하지 못하는 시은이는 '저스트 어 모멘트'라는 된장라면집에서 일하게 되는데, 사장의 갑질과 기만으로 받아야 할 시급에 못미치는 주급을 받는다.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는 선배들로부터 많은 도움을 받고, 또 열심히 일해서 일한 만큼 정당한 댓가를 받고 싶은 시은이는 속상하지만, 아르바이트를 이어간다. 그러나 함께 일하던 정운으로부터 풋풋한 관심을 가지게 되..
양철북 출판사에서 보내주셨다. 옮긴 학교에서 새 학년 준비 워크숍이 한창이라 들여다보지 못하다 개학하고 나서야 읽었다. 새로 중학생이 된 아이들과 ‘네 글자’ 자기소개로 수업을 열었다. 부담을 줄이면서도 자신의 특성을 중심으로 소개하는 활동인데 어려워하는 학생들이 적잖았다. 수업 분위기가 다소 무거워지고 내 말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좀더 기다려야 했는데... 무언가를 명명한다는 것은 부담스러운 일이다. 규정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이들의 특징을 파악할 수 있는 첫 수업이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며 ‘이름’에 대한 일본의 문화를 조금 알게 되었다. 결혼하면 남편의 성을 따르게 되고 그것에 대한 여성들의 마음을, 생각해 보니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서도 이름에 대한 일본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
광주의 국어교사로서 5.18광주민주화운동은 민주주의와 삶, 삶과 문학이라는 측면에서 지나칠 수 없는 역사적 사건이자 내면화를 통해 지속해야할 중요한 시대정신이다. 그동안은 주로 단편소설(공선옥의 ‘라일락 피면’ 등)을 읽고 오월 정신의 의미를 생각해 보는 수업을 진행했다. 매번 수업이 비슷해 고민하고 있을 때 “저수지의 아이들”을 만났다. 부모 덕으로 학생들 사이에서 군림하는 한혁이 무리와 그 무리에 들어가고 싶은 선욱이가 담임교사 및 전학생 민병이가 전라도 출신이라는 이유만으로 혐오하다 학교폭력을 저지르고, 그 죄를 모두 뒤집어쓴 선욱이 엄마의 고향, 광주의 후남마을에서 근신하다 5.18 광주의 진실을 알게 되고, 학교폭력의 진실도 밝히며 자신의 문제도 해결해 간다는 이야기이다. 논쟁을 통해 광주민주화..
"죽이고 싶은 아이" 제목이 강하다. 중학교 1학년 때부터 단짝이었던 지주연과 박서은. 그런데 어느 날 박서은이 벽돌에 머리를 맞은 채 학교 뒤 공터 으슥한 곳에서 발견된다. 마지막으로 그 자리에 있었던 주연은 사고 당시 상황을 기억하지 못하지만 유력한 용의자다. 가족, 주위 사람들, 변호인, 언론 등을 통해 여러 정황과 증거, 평소 둘의 관계, 주연의 인성을 알고 있는 사람들을 통해 주연을 범인으로 단정한다. 그러다 최초 목격자가 나타나고 범인이 지주연으로 특정된다. 마지막 반전이 있지만 책을 읽을 사람들을 위해 말을 아낀다. 소설의 제목 “죽이고 싶은 아이”는 관계 속에서 중의적으로 읽힌다. 이야기 전체적인 흐름 속에서 사람들에게 주연은 ‘죽이고 싶은 아이’다. 이야기가 그렇게 만들어 간다. 이기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