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를 위한 B컷(이금이)

 

이야기가 재미 있게 술술 읽힌다. 결말도 마음에 든다.

작가는 청소년들의 심리나 관심사를 포착한다. 이번에는 유튜브 제작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을 그렸다.

1학기 광주교육연수원에서 주관한 shorts 제작 연수를 학생들과 함께 들었다. 강사 선생님이 지역의 유튜버로 활동하는 분이셔서, 이 소설의 '선우'와 같은 목소리를 여러 번 들었다. 연수원에서 시의적절한 연수를 개설했구나 싶었다.

 

공부도 운동도 잘하고 부유하기도 또래들에게 선망의 대상이 되는 포카리스-4명의 아이들, 이들의 일상을  편집해 유튜브에 올리는 선우는, 아이들의 이미지가 유튜브에 긍정적으로 드러나도록 편집하는 재주가 있다. 그런데 4 사이에 문제가 발생하고 자신이 영상을 제작하며 가위질했던 영상 속에서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게 된다. 그리고 문제가 해결될 있도록 노력한다.

 

이야기에는 코로나 상황에서 원격수업을 진행하며 어수선 했던 날것 그대로의 상황과 그로 인해 영상에 대한 관심이 커질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그린다. 유튜브의 '구독' '좋아요' 대한 아이들의 생각, 그리고 청소년들의 사랑과 동성애에 대한 이야기도 담고 있다. 

 

국어교사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에는 이른바 데이트 폭력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나누었다. 드물지만 학교에서 고민할 문제이기도 했다. 이 책을 읽으며 청소년 소설의 역할을 새삼 확인했다. 아이들과 성인의 간극을 좁혀주기도 하고, 아이들에게는 또래의 문제를 고민해 보게하는 좋은 이야기였다.

 

*인상 깊은 구절

(103) -넌 유튜브 편집도 하는 애가 SNS를 믿어?
미호 말에 잘라 서빈이와 서빈이 형의 일이 생각났따. 미호에게 의논하려다 삼켜 버린 . 내가 편집한 영상을 보는 사람들도 서빈이를 모든 가진 아이로 여기며 부러워할 거다. 미호 엄마의 페이스북을 보는 사람들도, 숙모의 인스타그램을 보는 사람들도 마찬가지겠지. 현실과 편집된 세계 사이에는 누더기 차람의 신데렐라와 마법으로 화려하게 변신할 신데렐라의 차이만큼이나 거리가 있었다.

 아이들도 이런 속사정을 것이다. 그럼에도 유튜브는 제법 숏의 영상 때문에 사실로 믿는 경향이 있다. 여행 유튜버들의 채널이 인기 있는 이유를 여행 관련 책들이 이른바 편집 가공을 거치는 것에 비해, 유뷰브는 여행을 낯선 상황을 그대로 보여줘 신뢰가 간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다. 영상 역시 상황을 선택하거나 장면을 선택했을 터인데...

 

(113) 그런데 일주일이 지나고 다시 2주 뒤로 개학이 미뤄지자 슬그머니 불안해졌다. 내게 학교는 우리 집 다음으로 익숙한 공간이었다. 보이지도 않고, 만져지지도 않고, 소리도 냄새도 없는 바이러스가 내가 알던 세계를 파괴하고 있었다.

 코로나를 거치면서 '학교' 어떤 곳인지 존재의 이유가 분명해졌다. 다만 학교 경험을 통해 사회의 긍정적인 모습을 많이 접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117) "아이디는 닉네임 말고 학번, 이름으로 바꾸세요."
선생님 말에 어떻게 바꾸느냐는 질문이 쏟아졌다. 선생님이 설명하는 동안 짖는 소리, 엄마하고 싸우는 소리, 엄마하고 싸우는 소리, 통화하는 소리 들이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동생이나 할아버지 가족의 모습이 화면에 불쑥불쑥 비치기도 했다. 편집되지 않은 화면 세계는 갑작스레 닥친 재난에 우왕좌웅하는 사람들의 현실을 적나라하게 보여 주는 같았다.

 코로나 시국에 학교에 있지 않아 이런 난리를 직접 경험하지는 못했다. 그러나 온라인을 활용한 수업을 거의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기도 하다. 민방위 훈련 하듯, 오프라인 수업과 온라인 수업을 병행해 가며 아이들의 삶과 연관지어 어떤 의미 있는 경험을 만들어 있는지 선제적으로 파악해 보았으면 한다.

 

(123) 개학 첫날은 6교시를 해서 3시 반에 끝냈다. 내 방 책상 앞에만 앉아 있었는데 어쩐 일인지 학교에 다녀온 것보다 더 피곤했다. 새로운 수업 방식에 적응하기도 힘든데 줌에 문제가 있는 얘들까지 신경 쓴 때문이었다. 아이들이 회장이라고 부를 때마다 웃기게도 책임감과 사명감이 솟구쳤다. 

 학교에서 경험할 있는 역할이 주는 긍정적인 면이다. 아이들의 수만큼 다양한 역할이 주어지면 좋겠다. 가능하면 무작위로. 누구든 리더가 있게그렇게 하면 리더와 리더의 번째 지지자 또는 리더의 번째 지지자가 있는 경험을 하며, 사회가 좀더 변혁적이지 않을까. 문득 오래전 TED 강의에서 들었던 '운동이 시작되는 방법'이란 영상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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