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나(이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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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11 독서모임에서 이희영 작가의 신작이라고 읽어보자고 했는데 경황이 없어 읽지 못했다. 모임 샘들이 다들 지쳐 올해는 모임을 쉬기로 했다. 독서 모임의 마지막 책이 될듯.

 

제목 '나나' 이름이 아니었다.

갑작스러운 교통사고로 명의 (, ) 육체와 영혼이 분리된다. 그런데 문제는 육체가 영혼을 거부하기에 돌아갈 없다. 일주일 안에 육체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면 영혼만 하늘나라로 가고 육체는 남아 살아간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구천을 떠돌며 가족의 사랑을 확인하고, 남은 가족들을 치유하는 이야기가 떠오른다. 그런데 이렇게 영혼과 육체가 분리돼 자신을 돌아보는 이야기는 새롭다.

 

이야기에서는 사람은 육체와 영혼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영역이 완전히 분리된 것은 아니고, 육체는 자신의 에너지 대로 살아가는 존재이고, 영혼은 육체를 반성적 성찰을 통해 육체를 견인하는 존재로 보인다.

 

그런데 교통사고의 충격으로 육체와 영혼이 분리되었다. 조금 정확하게 이야기 하면 육체가 영혼을 거부하며 경계(결계) 그었다. 육체가 사고라는 기회를 틈타 영혼과 거리두기를 것이다. 그래도 육체는 여느 때와 거의 다르지 않게 일상을 살아갈 있다. 다만 영혼은 일주일 이내에 육체와 연결되지 못하면 사라진다. 마음이 급하다.

 

주인공 '한수리' '은류' 육체가 이들의 영혼을 거부한 이유는 내가 아닌 남들에 맞춰가며 살아가다 지쳤다는 것이다. 허무하고. 그런 순간에 육체와 영혼의 분리를 통해 자신을 차분히 성찰할 있게 되었다. 하지만 자신과 거리를 두기만 해서는 살아온 삶이 보이지 않는다. 서로의 이야기로 서로를 들여다 있게 하는 기회도 필요하다.

 

한수리의 모습을 통해서는 SNS 나아가 메타버스 세상에서의 나의 정체성을 어떻게 만들어 것인지 생각해 보게 한다. 은류의 모습을 통해서는 문제를 만들지 않고 좋게 좋게 사는 것이 좋은 아닐 있다는, 알을 깨지 않고서는 알에 갇힐 수밖에 없음을 생각하게 한다. 특히 은류의 상황이 안타까웠다. 그런 상황에서는 분위기(강요된, 스스로 선택한) 깨기 어렵기에 '선령'이란 초월적 존재를 등장시켜, 마치 찰스 디킨스의 소설 '크리스마스 캐럴' 스크루지를 과거와 현재, 미래로 데리고 다니던 말리와 같은 설정이 필요했던 같다. 아이들의 성장을 돕는 모든 사람들이 성찰해야 부분이다.

 

작가는 명의 ', ' 통해 인간의 성장, 성숙, 홀로서기를 우회적으로 표현했다. 신선했다.

다만 선령의 보고서를 통해 이야기를 정리해 주거나, 무력해 보이는 은류가 자신을 성찰하도록 하기 위해 선령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부분은 고민이 된다. 이런 설정이 아니고서는 자신을 성찰하기 어렵다는 방증 같다.

 

하지만 금방 몰입하며 여운이 진하게 남는다. 나란 무엇인가, 나를 나로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 특히 사실과 느낌을 구분하라는 작가의 이야기가 귀에 계속 걸린다. 사실인지 느낌인지 확인하는 방법은 결국 소통밖에 없을 같다.

 

읽으면서 '한수리' '은류' 작명을 추측해 보았다.

한수리는 이야기에서 독수리처럼 살라는 뜻에서 붙였다고 했으니 뜻이 맞는 같다. 잠깐 검색 보니, '수리' 어원은 '()나무' 어원과 같이 '수리'에서 왔으며 말은 중세국어에서는 '으뜸'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소나무는 나무 중에 으뜸이며, 수리도 중의 으뜸이라는. 그래서 한수리도, 자신을 친구들이 엄마에게 소개시키지 않는 그런 존재라고 표현했을까?

'은류' 성씨로 '숨길 ' 쓰지는 않겠지만, 항상 동생에게 밀려, 가족의 영역 안에서 살고자 했던 류의 모습을 나타내는 같다.

 

(13) 영혼 없이 사는 사람들. 너도 곧잘 말하잖아. 영혼 없는 인사, 영혼 1도 없네, 영혼이 가출했네. 뭐 그뿐인가? 영혼이 콩이나 과일이야? 뭐만 하면 영혼을 갈아 넣었대. 그렇게 쉽게 갈아 넣을 수 있는 거, 차라리 없이 살면 좀 어때?"

 

영혼을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시대다. 그러니 '영혼'의 의미를 되새겨 볼만하다.

 

(22) "영혼에 대해 깊이 생각해 본 적 없어요. 그냥 생명 같은 거라고, 영혼이 있어야 살아갈 수 있다고만 믿었어요. 그런데 영혼이 분리됐는데도 저렇게 할 거 다 하면서 산다면 굳이 인간에게 영혼이 왜 필요할가 싶어요." (중략)
"영혼은 진정으로 느끼고 알아 가는 거야."
"그리고 단단하게 만들어 가는 거지."

 

영혼은 무엇일까. 이야기에서는 영혼을 조사하고 살피는 일이, 반성(24)하는 일이라고 한다. 영혼이 없으면 주어진 환경에 맞게, 물이 흘러가고 달이 차듯이 살아간다, 마음 편한 (37)이라고 한다.

 

(42) "인간의 손이 왜 두 개인지 알아?"
" 손에는 문제를 ,다른 손에는 답을 들고 있거든." (중략)
문제조차 틀어 없는 손이었으니 다른 한쪽에 해답이 있을 만무했다.

 

문제를 명확히 알아야 해결도 할 수 있다는 말인데, 인간이 귀가 개고 입이 하나인 이유보다는 설득력이 떨어진다.

 

(46) "인간은 느낌을 사실로 여기는 멍청한 오류를 자주 범해. 귀신이 나올 것 같으면 멋대로 흉가라고 단정 짓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이 입에 맞지 않으면 속았다고 해. 나랑 통할 줄았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쓸데없는 배신감을 느끼지. 모두 사실이 아닌 느낌인데 그 느낌이 진실이라 굳게 믿는다고."

 

✎ 살면서 오해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실과 사실이 아닌 것을 잘 구분해야한다. 그래야 판단이 흐려지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실이라도 맥락에 따라 달리 해석해야할 부분이 있다. 그러니까 사실이 아닌 것과 사실인 것을 구분할 수 있는 것이 일차적인 문제이지만, 사실과 진실을 구분할 수 있어야한다. 어떻게? 소통을 통해서 크로스 체크를 해야한다. 은류에게도 해당된다.

(141)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있나 봐."
"스스로를 사랑하는 어렵고 힘든 사람"

 

✎ 스스로 사랑하는 게 어렵고 힘든 사람은... 많다. 무엇보다 시스템이나 맥락의 문제다. 오늘 참교육실천대회 주제 강연에서 '능력주의가 불평등을 해소할 수 있을까'에 대한 강의를 들었다. 세상은 복잡하기 때문에 역설이 서로 얽혀 있다. 출발점이 다르고, 능력마다 자본에 따라 세습될 수 있는 상황에서 이 시대의 논리는 문제를 개인에게 돌린다. 그리고 비난하고 혐오한다. 자연상태가 된 것이다. 사회라면 이를 보정해 주어야하지 않나. 좀 많이 나간 이야기이지만 한수리도 은류도 그런 배경에서 성장한 것이다.

 

함께 읽어보고 생각해 볼만한 책.

"나에게 속삭여 봐", "푸른 하늘 저편""두려움에게 인사하는 법", "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 "여름이 보내 준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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