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른 머리 카락(남유하 외)

 

작년, 사계절 출판사에서 전임지로 책을 보내주셨다. 바쁘기도 했고, 전임지에 일도 거의 없어, 아내를 통해  2월이 돼서야 책을 받았다. 하지만 3월까지도 계속 일이 끊이지 않아 책을 읽지 못했다. 역시 책은 시간 날 때 읽는 게 아니라, 시간을 내서 읽어야 한다.

 

SF소설에 어울리는 표지다. 단편 '푸른 머리카락'의 한 장면을 그렸는데 서로를 마주하는 인상적인 부분이다. 수상집이라 소설 말미에 작가의 소감, 책의 뒷부분에 작품 평이 잘 정리돼 있어 SF소설의 형상화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한다.

이 문학상과 관련하여 몇 년 전에 "안녕, 베타"를 재미있게 읽었다. 그때의 소설들도 소설로서의 완성도, 과학적 상상력, 실현 가능성, 인간다움에 대해 이야기할 거리가 많았는데 이 책도 그렇다. 중학생 정도. 

 

 

<푸른 머리카락>

지구까지 정도의 과학기술을 가진 외계인이라면 지구인의 몸을 빌려 종족을 유지할 같지는 않다. 그렇게 태어난 '자이밀리언' 지구인임이 분명하지만, 지구인의 몸을 빌렸다는 이유로, 지구인과 다르다는 이유로 구별되고 혐오의 대상이 된다. 우리 사회에서 문제가 되고 있는 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빗댄 이야기다.

배경이 '바다' 인상적이다. 가리지 않고 모든 것을 수용해 바다가 되었다는 말도 떠오르고, 지구 생명체의 근원이 바다이기에, 생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좋은 배경이다.

(34) "난 결혼할 생각  없다고. 코쿤 따위 되고 싶지도 않고."
"그래? 그렇다면 더더욱 S시에서 살아야 하는 거 아니야? 아니다, 아예 너희 별로 돌아가지 그래?"
그만해야 하는데, 여기서 그쳐야 하는데, 입에서는 더 모진 말이 튀어나왔다.
"너 정말 모르겠어? 여기가 내 고향, 우리 별이야. 난 자이밀 행성에 가 본 적도 없어. 나도 너와 같은 지구인이라고."
"아니, 아니야. 지구인은 물에 닿아도 변하지 않아!"

✎ 공감되는 상황이다. 화는 낼수록 화가 난다. 그럴수록 후회할 일도 많아진다. 그래서 화를 내야한다.

 

 

<로이 서비스>

이별은 후회나 아쉬움과 곧바로 이어져 있다. 특히 관계가 여러 가지 복잡한 감정으로 얽혀 보이지 않았을 이별은 상황의 전후, 경중을 구별해 준다. 그래서 후회나 아쉬움이 크다. 정말 중요한 것에 에너지를 쓰지 못했으니까. '로이 서비스' 그런 시간을 주는 같다. 조금 본질에 가깝지 않을까.

 

(58) "이게 무슨 낭비야."
숟가락으로 계란찜을 퍼먹으며 중얼거렸다. 아빠가 눈에 힘을 주고 나를 노려봤다. 엄마는 대구 가시를 발라내어 로이의 밥그릇에 놓아주느라 바빴다. 어휴, 내가 아는 한 엄마는 할아버지에게 저렇게 살갑게 대한 적이 없었다. 엄마는 지금 죄책감을 덜고 싶은 거겠지. 그렇지만 아무리 좋게 생각하려 해도 이건 바보 같은 짓이다.

 

✎ 술 때문에 아버지와 갈등이 많았는데 아버지께서 갑자기 돌아가시자, 마음에 걸리는 일이 많았다. 무엇보다 아버지가 좋아하시는 술을 한 번이라도 기분 좋게 대접해 드릴 걸 하는 아쉬움이 컸다. 로이 서비스가 있다면 그런 아쉬움이 어느 정도 줄어들까? 

  

 

<고등어>

작중 인물들과 같이 UFO 출현 이유를 궁금해했는데 끝까지 없는 이야기이다고양이가 고등어 줄무늬를 가졌다 고양이를 고등어로 부르기도 했다는데(이건 스포일러인가?) 그게 다 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최소한의 확인도 안 된 UFO의 의도를 우리가 어떻게 알겠는가.

다만 이야기를 읽으며 '외로움' 느껴졌다. 같이 살아도 생활 패턴이 달라 외로움이 일상화된 시대. 미확인비행물체와 지구와의 소통 노력이 끝까지 불통인 것도 시대를 상징하는 것은 아닐까. 그런면이 길들여지지 않는 고양이의 속성과도 비슷해 보이기도 하고, 고등어의 어원이 어느 가지로 명확하지 않은 것도 '불통' 특성을 지닌 것도 같다.

 

(93) 한 마리만, 한 마리만 데려간다면 지구의 존속과 우주의 평화를 위해 기꺼이 치를 수 있는 출혈이다. 그러나 그 이상을 원한다면, 한국에 서식하는 모든 고양이를, 지구의 모든 고양이를 달라고 나온다면 이쪽에서는 우주 대전이 발발하는 것을 택하는 수밖에 없고, 아무튼 외교부 입장에선 지금껏 해 본 적 없는 외교를 시도할 때가 온 것이다.

 

 

< 퍼센트의 미래>

학교에서 표준화검사나 건강검진하듯 예상 수명을 검사하고, 예상수명이 비슷한 학생들끼리 인맥을 형성하거나, 예상 수명을 고려하여 진로를 수정하는 장면이 인상적이다. 카드게임 확률을 통해, 5%라도 마음먹기에 달렸다는 이야기인데, SF 소설이란 느낌은 별로 들지 않는다. 

 

(120) "난 내 수명 같은 거 끝까지 확인하지 않을 거지만 넌 이미 알아 버렸으니까 말해 줄게. 잘 들어. 네가 미래를 알게 된 순간 넌 미래를 모르게 된 거나 마찬가지야."
"?"
"양자 네가 미래를 바꿀 있다고. 어떤 미래가 될진 너도 모르지만."

 

✎ 주인공 이름이 상징적이다. '양자'와 '유비'. 다분히 의도적으로 보인다. '양자'는 양자역학의 중첩?

 

 

<알람이 고장 >

배고플 쓰는 '배꼽시계' 철저히 계획적인 세상과 연결짓는 아이디어가 인상적이다. 타고난 능력을 제외한 모든 것을 평등하게 만들기 위해 가장 효율적으로 시간을 통제한다는 , 사람의 타고난 능력에 따라 직업을 결정해 주는 , 어디서 많이 시스템이다. 이미 실패임이 드러났고. 인류의 진화과정은 돌연변이에 의한 것이라는 것이며, 진화과정에 잉여는 없다는 "김상욱의 과학공부" 추천하고 싶다.

 

(140) 너무, 두려워 말자. 떠나는 게, 기회란다. 책에서 본 모험, 그래, 모험 같은, 거라고 생각하자. 내가 널, 위해, 선물도 주고, 축복하마. 그동안 제대로 된, 선물, 선물을 준 적이, 없구나. 아! 참, 축복, 같은 말 모르지? 네 곁에, 내 정신과, 마음 일부를, 두는 거란다. 축복… 참 좋은 말인데, 이런 미신, 같은 말, 이제, 안 쓰는 거 안다. 그래도, 널, 위해 진심으로 축복하마.

 

 

<두근두근 딜레마>

유전자 재배열로 원하는 아이로 태어나게 하고, 자라면서도 유전자 재배열을 통해 외모는 물론, 감성이나 태도도 바꿀 있는 시대. 좋아하는 사람이 생겼는데 사람은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외모를 바꾸든, 약물로 사람이 나를 좋아하게 하든 '과학의 '으로 가능한 시대, 사랑만큼은 마음대로 되지 않을 같은데 그것마저 내가 조종할 있다면 그것은 사랑일까?

 

(174) "어차피 넌 여기 올 때부터 가짜였잖아? 부모에게 받은 인간 체세포만 진짜지. 외모나 성향도 조정해서 태어나면서 무슨 진짜 운운이야. 다 페이크인데 사랑은 진짜를 찾겠다고? 웃기지 마."
(176) 내가 피아를 생각하는 마음도, 조미가 포타에게 빠져 있는 마음도 진짜다. 그것만은 틀림없다. 진짜이기 때문에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약물로 조종하고 싶지는 않은 거다. 더군다나 상대가 그 사실을 모른다면 절대 그러면 안 되는 거다.

✎ 오롯이 인간만의 본질은 '감정' 같다. 적어도 그것 만큼은 진짜라는 . 그런데 생각해 보니 감정도 호르몬의 결과라면 진짜 인간다운 것은 무엇일까? 도덕적 회의 아닐까.

 
푸른 머리카락
국내도서
저자 : 남유하,이필원,허진희,이덕래,최상아
출판 : 사계절 2019.1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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