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양 만덕산에서 맞은 2020

최근 몇 년 새해를 갈전 이웃들과 '백아산'에서 맞이했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물기를 머금은 멍석에 미끄러지기도 하며 가파른 길을 한 시간 정도 오르다 보면, 깊숙한 계속 사이를 연결해 주는 '구름다리'와 넓은 마당바위에서 새해를 맞이했다. 해가 뜬 이후에도 백아산 마당바위에서 바라보는 풍경은 참 시원하고 환했다. 또 백아산은 오르는 것보다 내려오는 길이 더 길게 느껴져 생각을 정리하기에도 좋았다.

그런데 올해는 해맞이로 산을 오르는 분위기가 만들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우리 가족들과 뒷산 '만덕산'을 오르기로 했다. 고등학교를 입학하는 큰 아들, 초등학교를 입학하는 막내, 학교를 새로 옮기는 아내, 무엇보다 새로운 10년을 시작한다는 '시작점'을 찍고 싶어서.

 

문재고개 등산로 입구에서 6시 50분 정도에 출발해서 1시간 정도 걸으니 나무 사이로 해가 떠오르기 시작했다. 얼른 정상까지 가야한다는 급한 마음보다 가족들 챙겨 끝까지 올라가는 생각이 들었다. 여유가 생겼다. 산길도 마침 넓어져서 2020년 다짐도 정리했다.

 

 

정상인듯 싶은 봉우리를 두세 개 지나고 나서야  만덕산 정상인 할미봉에 도착했다. 일기예보에는 동쪽 이외에서는 일출을 보기 어려울 거라고 했는데, 운 좋게 새해를 맞이할 수 있었다. 가족들 각자 소원과 다짐을 빌었다.

 

 

할미봉에서 바라본 무등산은 신비로웠다. 대덕에 창평, 봉산, 광주까지 훤하게 보였다.

 

 

캄캄한 새벽에 올라올 때에는 막내 챙기느라 계단이 이렇게 많았는지 몰랐다. 또 산 중턱까지는 참나무가, 산 중턱부터 등산로 입구까지는 소나무가 유독 많다는 것도 날이 환해지자 알게 되었다. 푹신푹신한 참나무 이파리와 솔잎을 딛으며 가까운 산들을 올해는 찾아가야겠다고 다짐했다.

 

저녁밥을 먹고 가족들과 1년 계획을 나누었다. 서로 각자만의 과제는 응원하고, 가족과 함께 하고 싶은 계획은 조율하며 새해 첫 날을 시작했다. 보람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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