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동네 산책

걷기 좋은 날이다.

계절의 변화 덕분에, 자주 걷는 길도 날마다 새롭다. 그렇게 걸어 보니 우리 동네도 걷기 좋은 곳이다.

너무 좋아서, 기억하고 싶어서, 언제든 둘러보고 싶어 산책길 풍경을 사진과 함께 스케치해 둔다.

 

우리 동네에는 동네 전체의 풍경을 멋스럽게 만들어 주는 소나무가 두 그루 있다. 그래서 우리 집에서 바라보는 풍경도 좋다. 집을 지을 때 소나무들이 보이는 방향으로 창을 냈다. 그래서 동네의 다른 집들과 방향은 다르지만 매번 풍경을 볼 때마다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첫 번째 소나무는 우리가 이사 온 뒤로 태풍에 한 가지가 꺾였다. 그래도 지금도 든든하게 자리를 지켜주고 있다. 몽한각 입구를 환하게 밝혀 준다

몽한각 입구에 있는 '매산리 소나무 2'
우리 동네에서 팔학 마을로 가는 길에 있는 '매산리 소나무 1'

두 소나무를 조금 걸어 올라가면 옆 동네, 팔학마을 입구가 나온다. 운암리로 이어지는 2차선 도로를 따라 호남고속도로 굴다리를 지나면 바로 '운암저수지'가 나타난다.

 

운암저수지에는 겨울 철새들이 많이 서식한다. 특히 청둥오리가 많은데 여름철에는 보이지 않다가 이 즈음부터 점점 무리가 늘어난다. 조금성이 많아서 인기척이 들리면 건너편 산쪽으로 바삐 헤엄치거나 날아간다. 저희들의 마음은 급하겠지만 경치는 그럴듯하다. 재작년부턴가 천연기념물 원앙이 서식하고 있다는 안내와 함께 낚시 금지를 알리고 있지만 가끔 낚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도 주변 정리를 잘 해 놓고 떠나 다행스럽다. 

운암저수지 주변에는 작은 자투리 땅도 개간해 농작물을 심어 놓은 손바닥만한 밭들이 여러 곳 있다. 그 사람들에게도 운암저수지는 농삿물을 제공하고 있다.

 

운암저수지로 흘러 들어오는 냇물이 연결된 곳에는 올 여름 큰물에 휩쓸려 온 토사들이 잔뜩 쌓여 있다. 올 여름 큰물의 흔적은 걸어가는 길 곳곳에 지금도 그 흔적들이 남아 있다.

 

운암저수지 둑 쪽에서 바라본 만덕산과 운암리 풍경.
운암저수지 제방. 거의 만수위다.

운암저수지 아래에는 창평까지 들녘이 펼쳐져 있다. 가을이 다 끝난 벼 그루터기에는 벌써 푸른 풀들이 꽤 자랐다. 이 즈음부터는 농로와 호남고속도로 관리 도로가 그물망처럼 이어져 있다.

호남고속도로 대덕졸음쉼터가 있는 곳에는 갓길을 넓히는 공사가 한창이다. 공사하면서 가로수들을 가지치기해 농로가 훤하다. 

 

곧 303번 종점인 '상삼천' 또는 '예비군훈련장'이 나타난다. 여기서 산책 길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먼저 걸어 가던 방향대로 창평천을 따라 포장된 둑방길을 10여 분 걸어간다. 그러면 창평시장에 도착하고 슬로시티 한옥마을을 돌아 다시 운암저수지 방향으로 걸어갈 수 있다. 이 길은 자전거를 타고 쌍교나 봉산면 소재를 통해 영산강 자전거길까지 달릴 때에도 이용한다. 제법 굵은 벚나무들이 창평천 제방을 채우고 있어 풍경이 좋다.  

 

그리고 '행복철물'을 지나 남쪽 농로를 따라 걸으면 슬로시티(한옥마을)을 걸쳐 창평 소재지로 걸어 창평천을 따라 운암저수지 방향으로 걷기도 한다. 

 

이번에는 '행복철물'을 지나 슬로시티로 가지 않고 반대편 창평 용수리 쪽, 명진한과 '카페 하녹'까지 걸었다.

창평 면내에 카페가 14곳은 되는데 가장 최근에 만들어진 곳이라 궁금했다. 지난 주 토요일 자전거를 타고 찾아 갔는데 사람들이 너무 많아 다시 돌아왔다. 오늘은 오전 11시, 문여는 시각이라 괜찮지 않을까. 

행복철물을 지나 '카페 하녹' 가는 길에 바라본 슬로시티 풍경.

 

카페는 '양지바른' 곳에 자리하고 있었다. 누마루에서는 창평 들녘이 시원스럽게 보이고, 연못에도 오랜시간 공들인 시간이 느껴진다.

 

마당 가에 있는 파라솔 아래에서 자몽차와 아포가토를 마셨다. 20여 분 가을 볕을 즐기다 집으로 돌아왔다. 물론 완전히 같은 길은 아니다. 농로는 그물망처럼 길이 다양하니까.

 

집에서 카페까지 왕복 7km 정도 토요일 오전을 가을로 가득 채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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