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면 알게 되고(만덕초등학교 문집에 투고한 글)

사랑하면 알게 되고, 알게 되면 보이나니, 그 때 보이는 것은 전과 같지 않다.”라는 말씀이 있습니다. 조선시대 문장가 유한준 님의 말씀인데, <나의 문화유산답사기> 시리즈를 쓴 유홍준 님 덕분에 알게 된 고마운 글귀입니다.

저는 99년 교직생활을 시작해서 제 나름으로는 열정적으로 교직생활을 한다고 믿었습니다. 때로는 엄하게, 때로는 부드럽게 중학교 아이들을 가르치며 사랑으로 교육한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결혼하고 아이를 낳고 키우면서, 진정 아이들과 눈높이를 맞춘다는 의미를, 아이들 입장에서 생각한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씩 알아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산하를 낳고 키우면서 열린 세상은 참 특별했습니다. 세상이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다는 것을 절감하기도 했고, 2.9kg 작은 아이가 걷기 시작하고 말을 배우고 학교를 다니고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아가는 과정이 너무도 신비롭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아이 한 명을 키우기 위해 마을 전체가 나서야 한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습니다. 저는 전적으로 이 말에 동감합니다. 산하의 성장에는 할머니의 지극한 사랑과 이웃들의 보살핌이 있었고, 무엇보다 만덕초등학교가 있었습니다.

유치원 시절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고마우신 선생님들과 친구들을 잊지 못할 겁니다. 봄이면 흐드러지게 피어나는 벚꽃과 색색이 아름다운 철쭉들, 여름이면 시원한 그늘을 드리우는 짙은 녹음과, 함박눈이 하얗게 쌓인 아름다운 교정은 산하에게 더없는 자연 미술관입니다. 또한 무엇보다 매일 함께 뛰어노는 친구들 동민이, 시열이, 병학이, 경은이, 희연이, 지은이는 평생을 함께 할 소중한 동무들입니다.

소규모 농산어촌 학교를 통폐합할 것이라는 흉흉한 뉴스를 간혹 들으면서 산하와 여섯 친구들, 그리고 만덕초의 미래를 다시 한 번 생각합니다. 이렇듯 아름답고 행복한 학교는 지켜져야 하고, 또 지킬 것이라고 다짐합니다.

올 한 해 동안 보살펴 주신 만덕초등학교 선생님들과 특히 양금희 선생님, 그리고 산하의 여섯 친구들을 위해 도종환님의 <다시 떠나는 날>이라는 시를 선물하고, 부족한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감사합니다. 모두들 행복하세요!

다시 떠나는 날

-도종환-

깊은 물 만나도 두려워하지 않는 물고기처럼
험한 기슭에 꽃 피우길 무서워하지 않는 꽃처럼
길 떠나면 산맥 앞에서도 날개짓 멈추지 않는 새들처럼

그대 절망케 한 것들을 두려워하지만은 않기로
꼼짝 않는 저 절벽에 강한 웃음 하나 던져두기로
산맥 앞에서도 바람 앞에서도 끝내 멈추지 않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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