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간의 낯선 바람(김선영)

지금까지 김선영 작가의 소설 4편을 읽었다. 4권 모두 특별한 경험을 이야깃거리로 삼아 금방 몰입하는 이야기들이었다.

시간을 파는 상점”은 주관적인 시간의 흐름을, “특별한 배달”은 웜홀을 통해  현재 자신의 문제를 대면하는 내용을, “미치도록 가렵다”는 청소년 소설이라기보다는 성인까지 대상을 넓혀 성장과정에 대한 이해를 잘 나타냈다.

 

“열흘 간의 낯선 바람”도 몰입감 있게 잘 읽힌다. 먼저 이 작품은 SNS의 문제점을 잘 포착해 공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시간이 갈수록, 나이가 어릴수록 SNS에 대한 의존이 높아진 지금, SNS의 문제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더욱더 만나야하고 공감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보여지는 것으로 드러내는데 치우쳐 공허함만이 가득한 관계가 아닌 스스로를 대면하고 관계를 채울 수 있는.


SNS가 사회생활 깊숙이 침투해 있기에, 낯선 여행을 통해, 아직 우리가 SNS의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다는 방향도 제시한다.문명과 거리가 먼 사막과 별. 유치환의 ‘생명의 서’에서처럼 존재의 본질을 고민하게 만드는 그곳에서, 아픔을 이야기하는 것만으로도 어느정도 치유되는 놀라움을 맛보게 된다. 그게 '낯섦'의 힘이다. 사막에서는 '낯섦'을 통해 관계에서 떨어진 객관적인 성찰이 가능한가 보다.


한편 이야기는 존재의 본질과 함께 독립에 대해서도 이야기한다.존재로서 나는 부모와 다르다는 것, 따라서 진로의 결정도 내 몫이라는 것. 그리고 그것을 존중해 주는 것의 본질을 고민하게 되고, 도종환의 ‘어떤 마을’과 같은 별빛, 또는 윤동주의 서시와 같은 느낌이 살아나는 이야기이다. 한편 존재로서 부모와 나는 다르다는 것. 진로의 결정도 내 몫이라는 것.
현실의 작은 이득보다 이상을 꿈꾸며 살아가는 삶의 중요성도.

(89) 먹통인 전화기를 보자, 접속되지 않은 나는 더욱 고립되어 진짜 외로운 섬이 된 듯했다. 연결되었던 모든 것들과 이별을 고한 것처럼 몹시 쓸쓸했다. 세상에서 나는 완전히 잊힌 존재가 된 것 같은, 고립무원의 쓸쓸함 같은 게 파도처럼 덮쳤다. 스무 명 남짓이 내 눈앞에 실재하는데도 의미 있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내가 올린 사진이나 댓글에 ‘좋아요’를 눌러주던 팔로워들이 몹시 그리웠다.
“식사를 마치고 나오며 전화기를 가방 속에 집어넣었다. 그제야 주위 사람들이 눈에 들어왔다.”

(138) “나의 존재가 나라는 생명이 무척 크게 다가왔다. 지금 그 때의 심정이 되살아났다. 아니 더 실감났다. 난 아무것도 아닌 것이 아니라 이 우주 속에 당당히 존재하는 하나의 생명이라는 자부심이 저 수많은 별을 보며 되새김질되었다. 오히려 거대하고 드넓은 공간에서 나는 먼지보다 못한 하찮은 존재라고 여길 것 같았는데 내 존재가 이렇게 크게 다가오다니 이 느낌은 또 무엇일까?

 

열흘간의 낯선 바람
국내도서
저자 : 김선영
출판 : (주)자음과모음 2016.06.13
상세보기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