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은 그런 거야(에그랄 에레라)

오랜만에 만난 가슴 따뜻한 이야기이다. 처음 만나는 이집트 문학이기도 하다.

"인생은 그런 거야"에서는 레베카, 네이라, 마리나 세 소녀의 이야기가 푸른 지중해처럼 맑고 푸르게 펼쳐진다.

 

이야기는 네이라의 어머니가 돌아가시면서부터 시작된다. 네이라와 레베카의 부모님은 모두 한가족처럼 지내는 사이. 자신의 일처럼 슬퍼해 주고, 엄마를 잃은 네이라를 위로해 준다. 하지만 네이라는 그 무엇으로도 어머니를 대신할 수 없다. 사랑하는 아버지도, 친척들도 내 몸과 같던 친구들의 위로도 오히려 가슴의 상처만을 키울 뿐이다. 결국 네이라의 상처를 치유해 주는 것은 친구들의 변함없는 우정과 무심히 흘러가는 세월이다. 어리숙하지만 짝사랑의 순정을 간직한 마리나와 친구의 아픔을 처음부터 끝까지 마음으로 함께 하는 레베카가 있기에 네이라와 친구들은 중요한 고비를 넘어 더욱 단단하게 성장한다.

 

쉬운 문체, 간결하고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문장은 이 책을 단숨에 읽히게 만든다. 죽음이라는 결코 가볍지 않은 소재임에도 맑고 밝은 느낌을 주는 이유는 작가의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이 그대로 녹아있기 때문이리라. 죽음에 대한 막연한 두려움, 짝사랑의 가슴앓이를 하고 있는 아이들, 친구의 마음에 한 발자국 다가서고 싶은 아이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이다.

 

<인상 깊은 구절>

(115) 엄마! 벌써 다섯 달이 지났어요. 모든 것이 꿈처럼 흘러가요. 때로 1분이 영원처럼 느껴질 때도 있긴 하지만요. 난 내 삶과 엄마의 죽음 사이에 끼어 있는 것 같아요. ‘예전에 엄마 품에 있던 아기’와 ‘언젠가 엄마 없이 훌쩍 성장해 있을 어른’사이에 끼어 있는 것 같기도 해요. 난 아직도 엄마가 미워요. 하지만 예전보다는 미움이 많이 누그러졌어요. 엄마를 여전히 내 안에 간직해 두고 싶지만, 이젠 떠나보내야 할 때가 왔다는 걸 알아요. 내가 누군가와 함께 울 수만 있다면, 그 눈물로 인해 내 슬픔의 많은 부분이 씻겨 나갈 것 같아요.

(123) 올해 들어 난 훌쩍 컸다. 정말 내가 생각해도 많이 자랐다. 올해는 나를 뒷발로 무자비하게 차 버린 해였으며, 그 어느 해보다도 참 많이 운 해였다. 동시에 어느 해보다 날 많이 웃게 만든 해이기도 했다. 아이들은 웃음을 통해 슬픔에서 벗어나고, 웃음을 통해 앞으로 더 나아간다. 그렇다고 해서 아이들이 고통을 모른다는 뜻은 아니다. 반대로 우리는 고통과 기쁨을 동시에 더 강렬하게 느낀다. 우리는 그렇게 모든 것을 뒤섞으면 자란다. 그렇게 삶을, 인생을 배워 가는 것이다. 인생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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