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주만드 뷰티살롱(이진, 비룡소)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내면의 문제로 고민할 때
- 2015. 11. 10.
사막을 배경으로 닌텐도 Wii Fit의 한 장면을 떠올리게 하는 여학생 3명의 모습이 사뭇 진지하게 보인다. 이 학생들은 각각 체중과 여성미, 피부 때문에 ‘아르주만드 뷰티살롱’의 관리를 받는다. 그런데 죽을 각오로 다이어트를 하는 게 아니라, 자기 성찰을 통해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으며 삶을 개선하는 다이어트를 진행한다. 표지 배경이 사막인 것도, 힘들 때마다 보라며 아르주만드 민이 준 사막의 모래도 그런 의미에서 자기의 본질을 대면하고자 노력했던 고등학생들에게 익숙한 ‘생명의 書’와 같은 공간이다.
‘아르주만드(arjumand)’는 우즈베크어로 ‘소중한, 사랑하는, 귀여운’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은 표지도, 제목도, 내용도 ‘내면의 아름다움’을 찾는 이야기이다.
아름다워지기 위해서는 겉치장만이 중요한 게 아냐. 마음속에서부터 '나는 아름답다'고 굳게 믿는 것이 훨씬 중요해. 치마나 머리핀 같은 건 믿음이 생기도록 도와주는 도구일 뿐이야. (95)
그럼 아이들은 원하는 대로 아름다워졌을까? 다이어트의 시작이 외부적 동인에 있었던 만큼 아이들의 시도는 위태위태하다. 게다가 한 가지를 기준으로 경쟁을 강요하는 사회에서 내면의 아름다움은 물론 경쟁에 감춰진 히든 스토리에 관심 가질 눈마저 주지 않는다. 학교도 사회도. 그래서 유쾌하게 그려진 풍자 속에 아르주만드도 뷰티 프로젝트도 한바탕 꿈처럼 느껴진다.
*인상 깊은 구절
엄마는 나랑 눈만 마주치면 내가 성인병에 걸려 죽기라도 할 것처럼 난리를 치지만, 엄밀히 말해 난 뚱뚱한 게 아니라 통통한 거다. 나는 65킬로그램이라고 왕따를 당한 적도 없고, 공부를 좀 못하기는 하지만 64킬로그램이기 때문에 공부를 못하는 건 아니다. 77사이즈 옷을 살 때 좀 창피하기는 하지만, 얼굴에 살이 통통하게 올라서 셀카 찍을 때마다 휴대폰 쥔 손을 한껏 머리 위로 올려 찍어야 하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가끔 뉴스에 나오는 애들처럼 아파트 옥상에서 뛰어내릴 만큼 비참하지는 않다는 말이다.
날 비참하게 만드는 건 내 몸뚱이가 아니라 내 주변을 이루는 것들이다. 엄마가, 하마 같은 어른들이, 애들이, TV와 인터넷에 떠다니는 아이들과 얼짱 모델들의 사진들이 나를 비참하게 만든다. 44, 55사이즈 날씬이들의 세상에서 나는 내가 아닌 65라는 숫자로만 존재한다. 65라는 구체적인 숫자를 입 밖으로 내뱉는 순간 그저 남들보다 조금 무거울 뿐인 내 몸뚱이의 존재는 감히 입에 담기도 두려운 어떤 것으로 변해 버린다. 학교에서는 학생이라는 존재를 이루는 모든 것에 숫자를 가져다 붙인다. 내신 등급, 모의고사 점수, 학번, 그 모든 것들에 숫자를 매기는 것에도 모자라 키와 몸무게까지.(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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