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보이(고정욱, 책담)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내면의 문제로 고민할 때
- 2015. 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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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정욱 선생님이 쓴 청소년 소설에는 일정한 형식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소설이기보다는 인문학 강좌에 가까운 느낌이 든다.
문제 상황에 있는 주인공(남자)과 모범이 될만한 조연(여자), 그리고 남주인공을 잘 이끌어 주는 멘토. 그리고 좋은 책 이야기.
이런 형식들이 소재를 달리하여 다양한 이야기를 만들고 있다. 식상할 수도 있지만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적절한 조언과 성장하는 또래 이야기가 있어, 책과 거리를 두는 남학생들도 잘 읽어내는 것 같다.
빅 보이가 되기 위해서, 스스로, 인생을 성찰하는 인문학적 소양과 목표, 이를 달성하고자 하는 노력과 실력, 인연과 네트워크.
삶에서 허투루 보낼 순간은 없다. 뫼비우스 띠가 생각난다. 어디에서 변곡하여 통합할 것인가.
인생이라는 축구에서 크로스를 정확하게 머리로 받아 꿈이라는 골을 넣기 위해서는 다양한 인문학 법칙은 물론, 인연과 네트워크의 작용이 필요하다. 포물선을 그리며 나라오는 기회를 받은 사람은 기회의 중요성과 시간, 속도, 가능성을 빠르게 계산해야 하며, 그 기회를 덥석 받을 건지, 아껴둘 건지, 남에게 넘길 건지도 순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 이 모든 과정은 준비가 되어 있어야 가능하다. 실력과 함께 열정과 노력, 그리고 주위의 도움까지, 그렇게 해서 기회를 잡으면 몸과 마음은 충분하게 목표를 향해 움직인다.(252)
(26) "아니, 책 읽는 걸 싫어하는데 어떻게 톱이 될 수 있죠?"
"그럴 수 있어요. 요즘 아이들은 부모가 다 프로그래밍해 놨잖아. 학원 다니면 학원에서 요점 잡아 주고, 과목별로 이런 거 이런 거 나온다 그러고, 들입다 외우라 그러거든. 그대로만 외우면 돼. 아, 학원에서 심지어는 자기 주도 학습이라 그러면서 계획표를 짜 준다고. 그게 무슨 자기 주도야. 타인 주도지. 근데 하여간 애들이 그냥 시키는 대로 공부하고 문제 풀고 테스트에서 통과하고 하다 보면, 학교에선 성적 우수자야."
(80) "그럼 디오게네스한테는 햇빛이 더 중요했던 거예요?"
"그렇지. 햇빛이 상징하는 자유를 무엇과도 안 바꾼다 이거지. 네가 이렇게 <양반전>을 공부하면서 과연 이 사람은 누구인가, 무엇을 얻었나, 왜 사는가, 어떠한 결과로 빚을 졌는가, 이런 걸 공부하는 게 인문학이야.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에 대해 아는 거지. 이건 정답도 없고, 또한 정답이 있다 해도 시대에 따라 보는 사람에 따라 달라질 수 있단다. 그 다양성 안에서 아주 보편적이고 절대적인 것을 찾아내려고 애를 쓰는 게 공부야."
(141) "현준아, 낙타의 등을 부러뜨리는 건, 산더미처럼 쌓인 짐이 아니라, 그 위에 얹힌 낙엽 하나야. 너희 엄마가 화를 내는 건 내가 잘못한 이유 하나 때문이 아니라, 그동안 쌓여왔던 것들이 많은데 지금 작은 이유 하나 때문에 그것이 폭발했을 뿐이란다."
(175) "자, 어제하고 오늘이 같은 날이냐, 다른 날이냐?"
"다른 날이죠."
"오늘 뜬 태양이 어제 뜬 태양이랑 같냐, 다르냐?"
"달라요."
"날씨는?"
"달라요."
"기온은?"
"달라요."
"거봐. 같은 날은 없어. 매일 같은 날 같은 순간이 있니? 없지. 그게 뭘 얘기하느냐, 세상은 계속 변하고 있다는 거야. 우주의 원리는 변화야, 그럼 너는? 변화해야 해 말아야 해?"
"저도 변해야죠."
"그렇지. 서로 변화하는 일상 속에서 꿈을 찾고 자기 갈 길을 찾아가면서 삶의 의미를 부단히 찾아 헤매는 게 인생이란다. 선생님을 봐라. 지금도 뭔가를 향해 노력하고 있잖니. 그래서 제자리에 고착되어 있는 사람은 도태되는 거야. 사랑은 움직이는 거리는 말이 있지? 언제 어떻게 될지 모르니 너도 그걸 대비해서 항상 준비해야 한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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