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스북에 “청소년 마음 시툰” 서평단 모집 공고를 보고 신청했다가 시툰이라는 색다른 경험을 했다. 4월 초에 책 3권을 받고, 중순에 간단히 설문에 참여하는 것으로 공식적인 활동은 마무리됐다. 지금은 책을 읽고 나서 한 달이 지났으니 좋거나 싫거나 분명한 감정만 남은 셈이 되었다. 그 사이 이 책은 초등교사 2명, 중등교사 1명, 중학생 여학생 1명, 인문계고 여학생 1명, 특성화고 남학생 1명 이렇게 6명과 돌려 읽었다. 평가가 좋았다. 내 느낌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웹툰은 중딩의 진로 고민, 친구와의 갈등, 첫사랑의 아픔, 가족에 대한 그리움 등을 잘 담았다. 거기에 천상계 동물 ‘해태’가 문학적인 시험을 통과해야 천상계로 돌아갈 수 있다는 설정을 통해 문학 작품을 바라보는 안내도 해 준다. 나름..
표지에 이야기가 잘 드러난다. 단수와 간절한 목마름. 다행히 가뭄과 단수로 인해 고통을 받은 적은 없지만, 통계치를 갱신하는 날씨가 여러 해 계속되고 있다. 지금도 1월 중순이 되도록 눈다운 눈도, 한파도 몰아치지 않았다. 대신 포근한 날씨에 세찬 겨울비, 학교 담벼락에 일찍 핀 개나리꽃이 어색하다. 얼마 전 100세 인구가 2만 명 가까이 된다는 뉴스를 들으며 우리 인류가 경험하지 못한 새 시대를 살아간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우리가 오래 살아서 이상 날씨를 볼 수도, 만들 수도 있는 것 같다. 우리가 심각하게 노력하지 않는다면 관성의 법칙대로 그렇게 경험하지 못한 새 시대를 살아갈 것이다. 이야기의 배경인 캘리포니아는 여러 해 물 부족이 예견되었지만 갑작스럽게 단수가 시작되리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
청소년 소설인데, 부모가 읽어야할 청소년 소설이다. 청소년들의 성인으로의 성장이 유예되고 있는 상황에서, '영어덜트 소설'이란 이름으로 성장소설이 청소년+청년까지 확대되고 있는데, 이 작품은 거기서 더 나아가 부모로서의 성장도 강조하고 있다. 또 그런 부모와 관계를 맺어가며 살아가는 아이들에게도 어떻게 사는 것이 좋은 관계를 만들어 가는지 생각해 보게 하는 소설이다. 제누, 아키, 노아는 부모에 대한 아이들의 태도를 나타내는 전형적 인물이다. 제누는 서술자이면서, 부모로서의 노력과 자식으로서의 노력을 다 이해하는 인물이다. 아키는 부모의 사랑을 더 원하는 인물, 노아는 자식으로서의 독립을 더 원하는 인물로 보인다. 하지만 새로운 부모를 기다리는 아키도, 독립을 원하지만 현실적인 문제로 노아도 부모를 찾는..
우리 사회에서 ‘난민’이 큰 이슈가 되었던 일은 2015년 시리아에서 그리스로 떠나던 난민선이 전복돼 익사한 세 살배기 어린아이의 시신이 담긴 뉴스였다. 당시 유럽 사회에서 난민 수용에 소극적이던 정책이 돌아서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정작 우리나라에서 ‘난민’이 사회적 이슈가 된 것은 작년 제주도에 500여 명의 예멘인들이 난민을 신청하면서부터다. 예멘은 과거 우리나라, 독일, 베트남과 함께 이념 간 대립으로 분단되었다가 통일된 나라로 자주 거론되었다. 통일된 나라로 행복하게 살고 있을 줄 알았던 예멘은 종교 갈등과 정치 사정 등으로 내전이 계속되면서 대규모 난민이 발생했고 이들이 말레이시아를 거쳐 무비자 입국이 가능한 제주에서 난민 신청을 했다. 일제 식민지를 거쳐, 세계대전에 맞먹는 전쟁을..
귀가 서럽다국내도서저자 : 이이랑출판 : 창비(창작과비평사) 2010.01.25상세보기 5월 31일 시콘서트가 열리는데..마음에 드는 시 한 수 옮겨 본다. 행복 삶은 빨래 너는데치아 고른 당신의 미소 같은햇살 오셨다감잎처럼 순한 귀를 가진당신 생각에내 마음에 연둣물이 들었다대숲과 솔숲은 막 빚은 공기를 듬뿍 주시고찻잎 같은 새소리를 덤으로 주셨다찻물이 붕어 눈알처럼씌릉씌릉 끓고당신이 가져다 준황차도 익었다
‘인간’이란 단어가 사람 사이의 관계 속에서 정체성이 형성된다는 의미라고 할 때, 사회에서 ‘차이’에 주목하는 ‘젠더’ 문제는 가장 기본적인 인식의 문제이기도 하다. 왜냐하면 ‘젠더’는 ‘남성’과 ‘여성’의 차이가 타고나는 게 아니라 사회문화적으로 만들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차이를 인정하지 않고 타인을 혐오나 모욕으로 배척하며 자신을 증명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말 그대로 ‘사회’이기에 타인을 존중하고 공감하는 태도는 중요하다. 이 책에서는 1장 여자와 남자는 얼마나 다를까. -여자와 남자의 타고난 성의 차이보다 개별적인 사람들 간의 차이가 더 클 수 있으므로 남녀의 차이를 고착화하는 것보다 ‘차이’를 이해·존중·공감하는 것이 필요하다. 2장 다이어트에서 내 몸을 지켜 줘! -기존의 차별적 ..
제목과 표지에서 예상되듯 같은 사람을 두고, 누나의 이성 관계와 ‘나’의 동성 관계가 대비되는 이야기이다.누나의 사랑은 ‘이성 관계’를 통해 타인에 대해 관심을 갖고 그 관계를 이어가기 위해 서로 노력하기도 하고 가치관과 관점이 크게 다르다는 것을 알아가며 성장하는 이야기라면, ‘나’의 사랑은 ‘동성 관계’이기에 고백하는 것만으로도 상대방에게 엄청난 비난과 함께 ‘커밍아웃’으로 인한 사회적인 벽 속에 노출되며 자신을 부정해야 하는 자신을 가두는 과정으로 나타난다.그러나 이야기는 동성애에 대한 ‘누나’와 ‘그’에 대한 대비를 통해 성적 소수자에 대한 사람들의 편견이 얼마나 비논리적인지 드러낸다. 또 여러 사건을 통해 1인칭 화자인 주인공이 지극히 평범한 학생이며, 따라서 동성애가 어떤 병적인, 또는 비정상..
'깜언'은 베트남 말로 '고맙다'는 뜻이라고 한다. 이야기의 서술자, 유정이는 언청이(구순구개열)로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지만, 할머니와 작은아빠 가족, 살문리 마을 사람들과 친구들과 살면서, 타인에 대해 들고 있던 자신의 방패를 거두게 된다. 열일곱의 시작이다.유정이의 성장에는 강화도라는 배경의 힘이 크다. 몰락하는 농촌 공동체 속에서 그래도 희망은 사람이다. 이야기는 먼저 우리나라 농업 현실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미국, 중국 등 계속되는 자유무역(FTA)을 통해 전체적으로 형편은 나아질 수 있겠으나 농촌은 계속 피폐되고 있다. 대형마트에 홈쇼핑에서 이름도 잘 기억나지 않는 아프리카근처에서 잡은 갈치, 폴란드산 삼겹살, 칠레의 과일을 먹는 것이 익숙한 현실이 되었으나 개방의 이익과 분배, 그 과정..
“타인의 시간을 빼앗은 사람에게 미래는 없다.”(265) 묵직한 말이다. 작게는 시간 약속에서, 크게는 일제의 식민 통치가 우리 국민들에게 빼앗은 것이 단 한 번뿐인 시간이라고 생각하니 훨씬 실감난다. 단 한 번뿐이기에 우리에게 더없이 소중한 게 시간일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계획하고, 선택하고, 노력하고, 아쉬워한다. 이 책에는 타인의 시간을 빼앗는 두 시대의 폭력이 ‘타임 슬립’을 통해 이어진다. 먼저 현재의 ‘햇귀’는 겉으로는 모범생처럼 행동하지만, 햇귀에게만 온갖 폭력을 휘두르는 태후의 학교폭력에 시달린다. 또 일제시대의 ‘수인’은 넉넉한 가정에서 가수를 꿈꾸며 행복하고 살고 있었으나 일본 경찰과 앞잡이의 계략에 가세가 기울고 아버지가 옥고를 치르며 일본 경찰의 가정부로 산다. 그러고도 정신대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