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게 그대하지 않으며 읽었다. 전날 읽었던 때문이기도 했지만 라는 평범한 제목에, 표지 그림도 그다지 성의 있는 것 같지도 않고, 1인칭 주인공의 목소리가 너무 가까이 들리며, 장별로 끊어지는 구성도 눈에 걸렸다. 하지만 너무도 평범한 아이인 '에이지'가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과 같은 리듬의 세계를 만나며 자신의 답답한 상황에 적절히 대응해 나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현실은 우리 뜻대로, 더구나 중학생인 에이지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아 더 힘든 위기의 상황이 닥치고 좋아하는 음악마저 그만 두어야 하지만, 음악과 가족, 친구에 대한 믿음으로 잘 풀어나갈 것 같은 기대감을 준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지독한 입시 제도 아래 그려지는 학교의 모습은 비슷하지만 청소년 문학을 읽다보면 그래도 우리나라보다 숨통이 트일만..
1. 십대들의 사랑, 미래에 대하여십대들이 가장 궁금해하면서, 가장 두려워하며, 어른들이 가장 우려하는 상황이 이 소설 속에 펼쳐진다. 성에 관한 관심과 원치 않는 임신 그리고 출산, 장래에 대한 고민 등. 주인공의 내밀한 심리묘사를 위하여 앞으로 태어날 자신의 아이인 ‘이름 없는 너(nobody)’에게 편지 형식으로 사건을 시간 순으로 진행(처음엔 회상 형식)시킨다. 그리고 헬렌이 보낸 편지 사이사이에 크리스의 생각과 행동들이 같은 시간대별로 펼쳐진다. 복잡하지만 작가의 의도가 다분히 엿보이는 형식이라 하겠다. 이런 불편한 상황설정이 과연 십대들에게 어떻게 다가올지 궁금하기도 하다. ‘나는 이런 일은 결코 생기지 않아, 헬렌처럼 행동하지 않겠어, 크리스의 행동이 이기적이야, 또는 크리스를 이해해라는’ ..
창비 청소년 문학에서 여섯 번째 책을 내놓았다. 부재에서 알 수 있듯이 청소년의 사랑과 성에 관한 책이다. 사랑과 성에 관한 내용은 대중가요에서, 영화에서, 애니메이션에서, 각종 동영상에서 폭포수처럼 쏟아내며 다루고 있다. 그러나 각종 매체는 혼자서 즐기고 느낄 뿐 타인과 얘기하며 공감하는 사랑은 아닌 듯싶다. 넘치는 감정의 분출만 있는 가요는 잉여된 사랑을 보여주는 것 같고, 각종 버라이어티 쇼에서는 사랑의 변죽만 울리는 것 같고, 끊기 힘들다는 야동은 성을 더욱 골방으로 몰아넣기만 하는 것 같다. 이런 점에서 가볍기는 하나 청소년의 사랑과 성을 10대의 눈높이에서 쉽고 친근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호기심’을 살펴볼 만하다. 호기심은 어떤 까막득한 대상에 대해 순수와 열정의 눈으로 바라보는 상태가 ..
살면서 누구나 구덩이에 빠질 수 있다. 크고 작은 구덩이가 수도 없이 많으며, 그 구덩이 안에 있을 때에는 그 구덩이의 크기를 짐작할 수 없다. 그리고 상대적인 크기로 느껴질 구덩이가 절대적인 크기로 느껴지는 순간 우리는 모든 것을 운명으로, 그래서 비관과 절망에 빠지기 쉽다. 구덩이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상황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내면의 힘’이 작용하거나, ‘외부의 힘’이 작용하거나. 그것을 명확히 구분할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또 ‘인연’이란 말로 두루뭉술하게 정리하는 것은 아닐까. 정말 어이없는 일을 당해, 물 없는 초록 호수의, 소년원 캠프에서 하루 종일 구덩이만 파는, 구덩이에 빠졌는데 구덩이를 파고 있어야하는 스탠리의 상황이 역설적이다. 하지만 역설의 특징처럼 낙천적인 성격과 생활력으로 삶의..
‘다문화 가정’, ‘장애에 대한 편견’, ‘외국이 노동자 문제’, ‘교사와 학생의 관계’, ‘가족에 대한 성찰’, ‘이웃 공동체’, ‘꿈’ 등 결코 만만치 않은 주제들을 버무려 맛있는 밥상을 차려 놓은 작가의 역량이 돋보이는 책이다. 이 책의 가장 매력적인 요소는 바로 사랑하지 않을 수 없는 인물군이다. 인물 하나하나가 살아있고 그들이 만들어가는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생생하고 아름답다. 먼저 주인공 완득이. 아버지는 난쟁이 춤꾼이며 피가 섞이지 않은 삼촌은 겉보기엔 멀쩡하지만 지체장애를 지니고 있고, 어머니는 베트남 여자이며 완득이를 낳고 떠나버렸다. 결코 평범하지 않은 가정의 반항적인 고1. 그러나 완득이는 세상에 담을 쌓고 지내지만 끊임없이 소통을 시도한다. 사이비 같은 교회에서 담임을 저주하며 신을..
의 작가 벌리 도허티의 소설이다. 청소년의 혼전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이야기를 섬세하게 다루었던 벌리 도허티는 에서 어머니, 아버지 그리고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의 삶과 사랑을 역시 잔잔하고 아름답게 그려냈다.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기 전 제스는 가족모임을 갖게 된다. 공교롭게도 죽은 대니 오빠의 기일이기도 해서 가족들은 과거를 추억하며 이야기꽃을 피운다. 할아버지, 할머니,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그리고 어머니와 아버지의 사랑이야기, 선천적인 장애로 일찍 떠난 대니 오빠의 이야기, 존 오빠와 아버지의 비둘기를 키우는 이야기, 그리고 제스의 풋사랑 등 따뜻하고 정겨운 이야기가 옴니버스 식으로 이어진다. 다소 복잡한 가계도와 다양한 인물로 인해 첫 부분이 잘 읽히지 않아 애를 먹기도 했지만, 순수하고 소박한 옛..
모임에서 홍세화 님의 책 와 로 독서토론을 계획하였다. 책을 읽고, 생각하면서 이 책을 어떻게 접근하고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이 되었다. 뚜렷한 서사 구조를 가지고 있지 않아 줄거리를 요약할 수도 없고, 아이들 수준에 딱히 맞는 글도 아니라는 생각이 주된 것이었다. 또 사회적으로 뚜렷한 호응을 받았던 이 글을 학교 안으로 끌고 들어갔을 때의 논의 방법도 고민되었다. 지금도 우리 교육청은 정보통신윤리 운운하며 4.3 항쟁 사이트조차 접근할 수 없도록 해 놓았으니. 시간이 담보되면 더 충실한 논의를 진행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모임이 보충해 주리라 믿는다. 독서토론과 독서지도방법을 고민하면서 이 책이 학생들에게 어렵고(실제로 홍세화씨 홈페이지에는 어렵다는 그래서 줄거리를 가르쳐달라는 학생들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