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단풍빛이 진해지고 있다. 생태수업이 11월 10일 끝나는데 그때까지 단풍잎들이 잘 버텨줄 수 있을까. 여느 때보다 단풍에 더 많은 눈길을 주게 된다. 생태수업 두 번째는 우리 학교 정원의 다양한 식물을 만나는 시간이다. 행정실에서 추석 무렵부터 하려던 제초 작업을 생태수업 끝나고 해 주시라 부탁드려 다행히 자연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수업은 '관찰놀이'로 시작됐다. 숲샘의 옷차림을 잘 관찰하게 한 뒤, 10초 정도 뒤에 변화한 모습을 찾게 하는 활동을 했다. 이후 두 명씩 짝을 지어 같은 활동을 반복하며, "관심을 가지고 보아야 변화가 보인다"는 말씀을 하셨다. 오늘 수업의 동기유발로 적절했다. 숲샘이 가방에서 하트모양의 부직포가 달린 깃발을 꺼내셨다. 그리고 대여섯 명 정도로 모둠을..
지난 7월 저녁에 문산온마을학교 김 대표님께서 '북구문화의 집'에서 추진하는 '학교문화예술교육 링크트리' 사업을 추천해 주셨다. 학교 주변에 연계할 교육공동체가 없는 상황에서 좋은 기회라고 생각해 일단 신청서를 제출했다.(7월 20일까지 선착순 모집이라고 돼 있어 내부 토론 없이 먼저 신청했다) 사업은 크게 '삶의 그릇', '작은 것, 먼 곳', '쓸모' 세 가지 영역에서 공모를 했고, 우리 학교 상황 및 관심 분야를 고려해 '작은 것, 먼 곳'이란 주제로 신청했다. 운 좋게 선정이 되었고, 여름방학 동안 담당교사 워크숍, 매개자와 협의, 또 전문가 협의를 거쳐 최종 프로그램과 일정을 조율했다. *북구문화의 집에서는 이 과정을 홈페이지에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다. 개학 후 학년교육과정 협의 시간에 2번 ..
작년 8월 창비 출판의 세계 단편선 읽기가 시작되었다. 가 실린 도서들 중 창비 출판이 낙점되어 방학 동안 읽고 8월에 모임을 가졌는데, 이 단편 읽기가 1년이 넘도록 지속될 줄이야. 미국부터 시작해 영국, 독일, 프랑스, 중국, 일본, 폴란드, 러시아까지! 마치 세계일주를 한 듯 다채롭고 즐거운 여행이었다.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각 나라별로 반짝반짝 빛나는 여류 작가들을 만나는 것이었는데, 처음 발디딘 미국에서 발견한 보석은 ‘샬롯 퍼킨스 길먼’이었다. 와, 에서 만난 기괴하고 충격적인 장면이란! 작년에 메모한 내용을 가져와 봤다. 2022. 8. 23. "필경사 바틀비"를 읽고 *누런 벽지(샬롯 퍼킨스 길먼) 왜, 문희숙선생님께서 ‘누런 벽지’, ‘누런 벽지’ 했는지 알겠다. 주인공에게 몰입되어 나..
"지구 끝의 온실"과 "청소년을 위한 SF단편소설 쓰기" 책을 읽으면서 이 책을 꼭 읽어보고 싶었다. 마침 모임에서 읽기로 해 재미있게 읽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다음 이야기는 내 생각과 토론 내용이 겹쳐져 있다. 이 책을 고등학교에서 '비경쟁토론 도서'로 많이 추천하고 있다고 한다. 읽어보니 각 단편마다 토론 주제를 정할 거리가 많았다. SF소설답게 미래 사회를 배경으로 인간의 심리와 갈등을 더욱 선명하게 담고 있기 때문이다. 재미있게 읽었지만 중학교 3학년은 돼야 책 내용을 이해하고 세상에 대해 이야기 나눌 수 있지 않을까. 일곱 편의 단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순례자들은 왜 돌아오지 않는가 이야기의 가장 인상적인 점으로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을 꼽았다. 이 말은 소감을 적을 때에도 조심해야..
책폴 출판사에서 보내 주셨다. 만화책 같은 표지에, 분홍빛으로 진하게 “열일곱, 오늘도 괜찮기로 마음먹다”란 제목이 눈에 띈다. 제목에 코팅이 돼, 독서등 아래에 읽으니 정말 빛나기도 했다. 박하령 작가님의 글은 두 편 읽었다. “기필코 서바이벌”과 “의자 뺏기” 두 책 모두 제목처럼 주인공의 힘 있는 목소리가 담겨있다. 편집이 재미있다. 일기답게 주인공의 생각과 감정이 솔직하고 섬세하게 드러난다. 또 책 구성이 친절하다. 내용에 잘 들어맞는 삽화, 내용 요약 및 핵심어가 들어 있는 해시태그. 중학생들도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내용도 재미있다. 청소년 시기에 필연적으로 찾아오는 친구 문제, 사랑 그리고 사람마다 경중은 다르게 느끼겠지만 나에겐 무엇보다 커다란 문제에 대해 생각하며 성장하는 과정이 실감 나..
아내와 맨발 걷기를 시작했다. 주위에 맨발로 걸으며 건강이 좋아졌다는 간증(?)에 가까운 이야기를 하는 분들이 많다. 마침 둘째 아이가 다니는 초등학교에 맨발 산책로가 조성돼 있어 거기를 걷다 지금은 운동장을 몇 바퀴 크게 돌 수 있을 정도로 익숙해졌다. 물론 지금도 예상치 못한 상황에서 자갈을 디딜 때면 한 번씩 놀라며 움츠러 들기도 한다. 가끔 어린아이가 있는 동료들과 주말 여행 정보를 공유할 때가 있는데 그때 '영광 물무산 행복숲'을 추천한다. 유아숲체험장도 있고 산책로도 좋다고. 그런데 다녀온 샘들마다 '맨발 황톳길' 걷기가 참 좋았다고 한다. 아, 나 역시 사무실 장학사님의 소개를 듣고 내비게이션의 목적지로 '물무산 행복숲'을 설정하고 갔을 때에도 이곳 '맨발 황톳길 주차장'에 도착했었다. 당시..
“마녀가 되는 주문”과 함께 책폴 출판사에서 보내준 책이다. “우리의 비밀은... 그곳에” 제목부터 호기심을 불러일으킨다. 앞뒤 표지를 훑어보며 하나의 공간을 배경으로 세 시간대의 ‘비밀스러운’ 이야기가 어떻게 펼쳐질지도 궁금하다. 게다가 이야기를 세 명의 작가가 협업을 통해 구성했다니... 호기심과 궁금함, 색다른 기대감을 가지고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은 먼저 세 시간대(2000년 7월, 2018년 10월, 2029년 8월)의 한 장면과 삽화가 나오고, 각 시간대별로 본격적인 이야기가 시작된다. 책 표지부터 본격적인 이야기가 진행될 때까지 정보가 많아 긴장감이 길어졌다(나이 탓이다). 첫 번째 2000년 7월 이야기는 세 이야기의 공간적 배경인 ‘그곳’에 대해 설명한다. 전쟁 중에 서로의 안전을 ..
우리 학교 1학년 부에서 이 책을 읽고 있어 뒤늦게 읽었다. 제목 때문인지 “불편한 편의점”이 떠올랐다. ‘불편한’이란 수식어가 같아서였겠지만 내용 면에서도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불편한 편의점”이나 “불편한 미술관” 모두 익숙함에 대한 ‘딴지’가 그 시작이기 때문이다. 개인이 가지고 있는 막을 깨야 그만큼 새로운 세상이 열린다. 또 “말이 칼이 될 때(홍성수)”도 떠올랐다. “불편한 미술관”에서 이야기하는 ‘불편한’의 개념들이 이 책에도 대부분 나오기 때문이다. 이 책은 ‘인권’에 관한 책이다. ‘인권’의 핵심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만나고 기억 남는 단어는 ‘자기결정권’이다. 자신이 선택한 방식대로 자신의 삶을 끌고 갈 수 있는 권리가 국가나 타인에 의해 제한되는 것..
무도회가 끝난 후 (레프 똘스또이 외, 박현섭, 박종소 엮고 옮김 / 창비) 러시아 문학기행에서 너무도 멀리 와버린 시점에서 창비 세계 단편집 읽기 마무리를 러시아 단편으로 매듭짓게 되었다. 수미상관, 원점회귀도 아니고 이 무슨 운명의 장난? 2019년, 2020년까지 2년간 러시아 장편 위주로 읽었기에 고골의 ‘외투’ 외에는 작가는 들어봤지만 작품은 처음인 경우가 많았다. ‘결투’하면 빼놓을 수 없는 뿌슈낀! 그의 소설 ‘한 발’에서는 오랜 세월 기다린 진정한 복수와 명예 회복의 의미를, 인간에 대한 깊고 폭넓은 이해의 거장 톨스토이의 ‘무도회가 끝난 뒤’에서는 주인공이 사랑하는 그녀의 멋지고 품위있는 아버지의 야만스러운 모습(도망친 따따르 죄수를 행군하며 잔인하게 구타함)에 구토를 느끼며 허상과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