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kTree] 다양한 생태계 이야기(작은 것, 먼 곳 2)

하루가 다르게 단풍빛이 진해지고 있다. 생태수업이 11월 10일 끝나는데 그때까지 단풍잎들이 잘 버텨줄 수 있을까. 여느 때보다 단풍에 더 많은 눈길을 주게 된다. 

 

생태수업 두 번째는 우리 학교 정원의 다양한 식물을 만나는 시간이다. 행정실에서 추석 무렵부터 하려던 제초 작업을 생태수업 끝나고 해 주시라 부탁드려 다행히 자연 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수업은 '관찰놀이'로 시작됐다. 숲샘의 옷차림을 잘 관찰하게 한 뒤, 10초 정도 뒤에 변화한 모습을 찾게 하는 활동을 했다. 이후 두 명씩 짝을 지어 같은 활동을 반복하며,  "관심을 가지고 보아야 변화가 보인다"는 말씀을 하셨다. 오늘 수업의 동기유발로 적절했다.

 

(왼쪽) 관찰 놀이. 옷차림에 3가지 변화를 준 뒤 짝이 찾게하는 활동.  (오른쪽) 궁금한 풀과 나무에 깃발을 꽂고 함께 알아보는 활동

 

숲샘이 가방에서 하트모양의 부직포가 달린 깃발을 꺼내셨다. 그리고 대여섯 명 정도로 모둠을 짠 뒤, 궁금한 풀과 나무에 깃발을 꽂도록 하셨다. 그리고 아이들과 함께 돌아다니며 무엇이 궁금한지 질문을 듣고 설명해 주셨다. 교정에 이렇게 다양한 풀과 나무에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숲샘은 아이들의 다양한 질문에도 막힘없이 대답해 주셨고, 아이들의 질문을 미리 예상해 수업자료를 챙겨 오셔서 수업의 흐름이 자연스러웠다. 교사로서 인상 깊은 장면이었다.

예를 들어, 민트와 어성초, 쑥잎을 준비해 놓으셨다가 아이들이 '민트'에 대해 물어보자 냄새로 구별해 보게 하고, 식물의 방어기제에 대해 이야기를 이끌어 가셨다. 또한 동백기름을 미리 담아 오셨다가, 아이들이 동백나무에 대해 질문할 때 동백 씨앗을 만져보게 하고 동백기름을 피부에 발랐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아이들도 화장품 바르듯 피부에 찍어 바르며 관심을 나타냈다. 숲샘의 전문성이 빛나는 시간이었다. 수업이 끝나고 아이들의 소감문을 읽어보니, 눈여겨보지 못했던 식물들과 눈맞춤할 수 있어 좋았다는 반응이 많았다.

총 4반의 수업을 참관하며 우리 학교 교정에 살고 있는 식물을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소나무와 섬잣나무

지난 시간에 '두암 제1근린공원'에서 소나무와 리기다소나무 구별 방법을 배웠던 아이들을 이를 바탕으로 잣나무도 구별할 수 있게 되었다. 육송은 솔잎 2장, 리기다소나무는 3장, 잣나무는 5장. 우리 학교 교정에는 '섬잣나무'만 있었는데, 잣나무가 열매를 통해 번식한다면 섬잣나무는 거센 바람을 이용해 번식할 수 있도록 열매가 작다는 차이를 이야기해 주셨다.

 

왼쪽은 소나무, 오른쪽은 섬잣나무. 늦가을이 되면서 오래된 잎은 갈색으로 변해 곧 떨어질 것이다.

 

민트와 식물의 방어기제

아이의 깃발이 민트에 꽂혀 있었다. 숲샘은 미리 예상하신 듯, 교정에 있는 '어성초'와 '민트', '쑥' 향기를 맡아 비교할 수 있게 준비해 주셨다. 민트를 궁금해 했던 학생에게 먼저 각각의 잎 냄새를 맡게 한 후 비슷한 잎을 찾게 하셨고, 학급 친구들도 다 맡아보게 하셨다. 아이들은 '어성초'에서 강한 거부감을 보였다. 이를 시작으로 숲샘은 식물의 방어기제를 설명하셨다. 식물들은 털이나 냄새, 색깔(독버섯), 가시 등으로 자신을 지키려 한다는데, 특히 '가시'에 대한 설명에서 평소의 궁금증을 풀 수 있었다. 향나무를 보면 한 나무인데 전혀 다르게 보이는 바늘잎과 비늘잎이 있다. 두 그루인가 했는데, 어린잎이 바늘잎, 그리고 성장하면 비늘잎이 된다고 한다.

 

숲샘은 왜 그런지 아이들에게 질문을 통해 우리 인간의 삶과 연결하셨다. 청소년들도 바늘잎처럼 자신을 지키려는 본능으로 거친 말을 사용한다고, 그러니 욕을 하는 친구가 있으면 사랑으로 안아줘야 한다고. 그래서 수업 도중 감탄사로 욕을 사용하는 아이가 나타나면 주위 친구들에게 꼭 안아주라고 하셨다. 그렇게 행동하는 아이들이 귀여우면서도 가시가 부드러워지길 바랐다.

 

(왼쪽) 민트  (오른쪽) 향나무
향나무의 비늘잎과 바늘잎. 향나무 향기를 맡는 모습

 

화장품, 분꽃과 동백나무

까맣게 열매를 맺은 분꽃과 밤처럼 생긴 동백나무 씨앗도 아이들의 관심을 끌었다.

중앙 현관 옆 화단에 분꽃이 많았다. '분꽃'은 이름에서 느껴지듯 씨앗을 깨면 하얀 물질이 나오는데 이것을 화장품으로 썼다고 한다. 미백 효과 때문이었나 보다. 동백 씨앗 역시 껍질을 벗기면 기름기가 약간 느껴진다. 숲샘이 준비해 오신 동백기름을 손등에 바르며 토닥이는 아이들이 귀엽다. 몇몇 여학생들은 분꽃 씨앗을 챙기기도 했다^^

 

분꽃 열매. 아이들은 블루베리를 닮았다고 표현했다.
동백나무와 동백 열매(씨앗)
동백기름을 손등에 찍어 바르며

 

한송이 꽃다발, 천인국과 개망초 

화려한 꽃잎의 '천인국'과 아이들이 달걀꽃으로 불렀던 '개망초'는 유전자의 다양성을 보여준다.

둘 다 하나의 꽃인 줄로만 알았는데, '두상화서'라 하여 꽃잎처럼 보이는 것들이 모두 하나의 꽃(설상화)이었고, 꽃의 중심부 역시 모두 하나의 꽃(관상화)이었으며, 이들을 순서대로 수분을 하기에, 모두 아버지가 다른 씨를 맺게 된다고 한다. 즉 하나로 보이는 꽃 속에 다양한 씨앗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하나의 꽃인 줄 알았는데 꽃의 집합체이며, 모두 각각의 다양한 유전형질을 지닌 씨앗이 된다는 게 인상적이었다. 순종이 아닌 잡종, 돌연변이가 지금의 지구를 만들었다. 그리고 만들어 갈 것이다.

아참, 개망초에는 슬픈 역사가 깃들어 있다. 개망초는 외래종인데 일제에 강제로 합병될 때 전국 곳곳에 퍼졌나 보다. 나라는 망했는데 지천으로 피어 있는 개망초를 보며, 비슷해 보이는 '망초'에 '질이 떨어진다'는 의미의 접두사 '개-'를 붙여 개망초가 되었다는 유력한 썰이 있다. 아이들은 '달걀꽃'이라고 불렀다. 

 

(왼쪽) 천인국  (오른쪽) 개망초
'루페'를 활용해 개망초와 두상화서를 관찰하는 모습

 

단풍 든 목련나무와 매실나무

식물이 초록빛을 띠는 이유는 광합성 활동을 하는 엽록소의 빛깔이 초록색이기 때문이다. 광합성은 뿌리에서부터 올라온 물이 햇빛을 만나 영양분을 만드는 활동인데, 겨울이 되면 줄기의 물관이 얼 수 있기 때문에 더이상 광합성을 하지 않기 위해  잎자루 끝부분에 '떨켜'가 생기고 물의 이동이 막히면서 엽록소가 파괴되고 그동안 가려져 있던 안토시아닌 등 다른 빛깔로 변한다고 한다. 그게 단풍이다. 떨켜가 생긴 나뭇잎은 더욱 말라가고 종국에는 바닥으로 떨어지게 된다. '떨켜'라는 이름 자체가 '떨어지다' + '켜(층층)'로 이루어진 낱말이다. 

아참 은목서나 호랑가시나무, 사철나무, 소나무와 같은 상록수는 광합성을 멈추지 않으므로, 새 잎이 날만할 즈음에 기존 잎이 갈변하게 된다고 하셨다.

 

동백나무. 동백나무의 꽃눈, 동백나무 열매, 단풍잎이 보인다. 늦가을이다.
매실나무. 성장을 위해 스스로 줄기를 꺾는다

물관, 체관 놀이

숲샘은 아이들을 두 줄로 세워, 뿌리부터 줄기, 꽃으로 영역을 정하여 아이들의 손을 잡게 한 뒤, 동그랗게 생긴 링을 옮기는 놀이를 진행했다. 그러면서 협력의 중요성을 알려주셨다. 또한 줄기가 물관으로 뚫려 있다는 것 체험할 수 있도록, '무환자나무'를 담아 거품이 생기는 물에 줄기를 찍어 바람을 불어 보게 하며 물관과 체관을 체험하도록 하셨다. 

그 동작이 자연스러워 보이는 몇몇 아이들이 보여 살짝 걱정(^^)이 되기도 했지만 그 의미는 제대로 체득되었을 것이다.

 

뿌리에서 줄기까지, 연결돼 있음을 확인하는 놀이. 미세한 물관 덕에 바람을 불면 거품이 나온다

 

손 대면 톡~하고 터질 것만 같은 그대

봉숭아 열매와 부추꽃도 아이들의 관심을 받았다. 교정의 봉숭아는 꽃이 지고 열매를 맺고 있었는데, 가수 현철의 '봉숭아 연정'의 가사처럼 잘 익은 열매를 손으로 누르면 새까만 씨앗이 톡 터지며 날아간다. 노래를 들으며 사랑의 감정을 봉숭아에 빗대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를 노랫말로 만들었던 것이다.

부추꽃은 부추 냄새가 나서 아이들이 잘 찾았다.

 

(왼쪽) 봉숭아 열매  (오른쪽) 부추꽃

 

직박구리의 선물

교정의 식물과 눈맞춤하는 동안 직박구리 두 마리가 목련나무와 석류나무에 왔다. 직박구리는 식물의 열매나 곤충을 가리지 않고 먹는다고 한다. 자연스럽게 석류나무로 관심이 이동하면서 아이들도 석류나무 열매를 쪼개 한 알씩 맞보게 되었다. 신맛이 강했는데도 여러 번 맛보는 아이들이 많았다. 생각해 보면 내가 어렸을 때만 해도 산에 가면 찔레순부터 먹을 게 참 많았는데 아이들도 그런 재미를 느끼는 것 같다.

아참 향나무 속에서 팽나무가 1미터가량 자라고 있었는데, 새들이 옮긴 것 같다고 하셨다^^ 팽나무는 지난 시간 '흑백알락나비 애벌레'의 고향 같은 나무였는데...

 

석류 나무
향나무 속에 자리를 잡은 팽나무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이 외에도 우리 학교 정원에는 무궁화, 측백나무, 주목, 은목서, 호랑가시나무, 독일가문비나무, 금식나무, 다정큼나무 등이 있었다. 꽃과 잎이 풍성했던 무궁화의 왜소함, 별모양의 열매를 가진 측백나무, 붉은색 줄기를 가진 주목나무, 얼마 전까지 교정에 눈이 내린 듯 달콤한 향기를 주었던 은목서, 이름처럼 날카로움을 달고 있는 호랑가시나무, 특이한 모양으로 검색이 잘 되는 독일가문비나무, 금가루를 뿌려 놓은 식나무 같은 금식나무, 검은색 열매에 달콤한 사과향이 나는 다정큼나무.

생각보다 교정에 풀과 나무가 많았다. 확실히 '관심을 가지고 봐야 변화가 보인다'

 

(왼쪽) 무궁화  (오른쪽) 측백나무
(왼쪽) 주목나무  (오른쪽) 금목서
(왼쪽) 호랑가시나무  (오른쪽) 독일가문비 나무
(왼쪽) 금식나무  (오른쪽) 다정큼나무
단풍나무(왼쪽)와 고들빼기. 주차장 빈 틈에 많다(오른쪽)

 

수업이 끝날 즈음 두 팀으로 나눠, 그동안 살펴보았던 것을 정리할 겸 '나무 이름표 달기' 활동을 했다. 피드백으로 적절했다. 게다가 숲샘이 라면 박스를 사용해 재활용의 의미도 잘 전달되었다.

 

 

10월 마지막 날인데 20도를 훨씬 웃도는 날씨였다. 오후에 생태수업을 진행하는 반에서는 강한 햇볕과 더운 날씨에 외부 활동을 힘들어 했다. 생태 수업을 하는 동안에 아이러니하게도 이상 기온이 일상화된 상태를 경험했다.

 

'인권, 성인지, 기후위기 등'에 '감수성'이 더해진 '합성어'가 연결돼 진행되는 사업이 많다. 학교는 '감수성' 교육이 많다. 일단 느껴야(공감해야) 그 다음 단계가 시작되니까. 세상의 묵은 숙제를 풀기 위해 '감수성'이 필요한 시기다.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