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일곱 명의 애인(김은형)
- 행복한 책읽기/교육
- 2007. 9. 12.
고3을 가르치던 그때 나는 나름대로 온 힘을 다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18종 문학교과서의 작품을 정리하고 각 출판사에서 나온 문제를 꼼꼼하게 푼 뒤, 아이들이 질문을 하면 거침없이 정답을 설명해 주고 뿌듯해 했다. 시대적인 분위기 봐 가며 예상문제를 찍고, 그것이 맞아떨어질 때마다 실력 있고 준비된 교사라고 생각했다.
그러던 어느 날 광주국어교사모임 주최로 수업사례 발표와 강좌가 있었는데, 그때 김은형 선생님의 ‘교사론’ 강의를 듣게 되었다. 김은형 선생님은 ‘수업의 실패’는 ‘인생의 실패’라며 선생님의 학교 생활을 천천히 이야기하셨다. 아이들 한 명 한 명이 쓴 두꺼운 공책을 한 장 한 장 넘겨가면서. 하지만 선생님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고등학교 상황이란 게 대학을 잘 보내는 것이 수업의 성공이고, 인생의 성공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임용고사를 보고 광산중에 근무하면서 수업은 항상 실패했고, 덩달아 내 인생도 처참하게 무너져 갔다. 아이들은 내 말을 잘 이해하지 못했고, 나 또한 아이들을 이해할 수 없었으며, 아이들도 공부할 수 있는 마음이 아니었다. 김은형 선생님이 쓴 <김은형의 교육일기1>을 읽으면서 힘을 얻기보다 더 힘들었다.
선후배 국어교사들과 모여 국어수업을 계획하고, 독서교육을 공부하며 아이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게 되었다. 김은형 선생님 만큼은 아니지만, 저희들의 이야기를 생각 공책에 쓰고, 다시 보고, 친구들의 글을 돌려보며 자신의 이야기를 모으고 있다. 내가 하지 못하는 말을 책 속의 주인공과 살펴보도록 계획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아이들과 나의 세대는 뚜렷한 차이를 드러내겠지만 김은형 선생님의 말처럼 좀더 참고, 아이들 행동의 원인을 고민하며, 그들과 대화할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마음에 남는 구절
(124) 교사는 늘 ‘내가 가르치고 있는 것이 정말 옳은가?, 내가 가르치는 내용이 아이들의 삶에 꼭 필요한 것인가?, 내가 가르치는 것이 진정한 삶에 접근하는 것인가?’
(134) 배운다는 것은 자기를 낮추는 것이다. 가르친다는 것은 다만 희망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것이다. 사랑한다는 것은 두 사람이 서로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함께 바라보는 것이다.
(144) 수업과 학급 운영, 연극반 활동 중에서 나에게 가장 감동적인 교육이 된 것은 무엇이었을가?
(172) 교사는 학생에게 기회를 주는 사람이건만, 교사들은 가끔 이 사실을 잊곤 한다. 더 중요한 일인 학생에게 기회를 주는 일과 덜 중요한 일인 학생의 실수나 부족함을 발견하는 일을 구분하지 못해 기회 자체를 박탈하고 만다면 과연 누구를 위해 교육은 존재하는 것일까?
(304) 삶이 이렇게 덧없이 빨리 사라지는 것임을 안다면, 생명을 대하는 일은 더욱 조심스럽고 따뜻해야 한다.
*함께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
1. 교사가 된 이유
2. 자기 수업의 목표(수업을 하는 이유)
3. 학교와 학원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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