십대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바버라 스토로치)


책을 읽는 내내, 학교에서 마주치는 모든 아이들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머리가 심란하거나, 교복이 단정치 못한 아이들, 수업 중에 엉뚱한(생뚱 맞은?) 질문이나 대답으로 당황스럽게 했던 아이들 모두가 조금은, 아니 조금 많이 달라 보였다. 외형은 거의 어른이나 다름없는 아이들이지만, 결국 저 아이들의 뇌도 우리 아이만큼이나 어리고(?), 계속해서(그리고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으며 그래서 그만큼 세심한 배려와 주의를 요한다는 사실을.

이 책을 읽어서 좋은 점은 먼저, 이처럼 아이들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는 점이다.

‘변화’라는 말에 위험과 가능성이라는 두 가지 의미가 함축되어 있듯이, 아이들의 뇌가 자라고 변화한다는 것은 지금 눈에 보이는 ‘위험’이 희망적인 ‘가능성’으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것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시간강사가 이야기한 상황은 우리가 대하는 우리 아이들 이야기의 몇 억분의 일도 안 되는 극히 미미한 상황일 뿐이다. 하지만 그렇게 혼란스런 상황 속에서 아이들이 성장한다는 사실에 좀더 체계적인(과학적인?) 확신을 갖게 되었다.


아이들을 생물학적인 존재로 바라본다는 것 자체가 나에게는 금기에 가까웠다. 대학에 들어가서 교육학을 공부하면서도, 아이들을 환상적이거나 도무지 알 수 없는 환상적인 존재로 대상화했을 뿐이었다. 교사가 되어 아이들을 직접 대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오히려 더더욱 알 수 없는 물음표 덩어리들이 되어갔을 뿐이었다. 육체적인 성장을 도무지 따라가지 못하는 대단히 미약한 정신적인 존재들이라고만 생각했다. 자신이 한 행동(언어적인 것까지 포함해서)이 어떤 것인지 제대로 알지 못하며,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에 열광하며, 혼란스럽고, 화도 나고, 또 가끔은 신기해 보이는 우리 아이들이 정상이라고 이 책은 이야기한다. 그러기에 생물학과 연결해서 아이들을 바라본다는 것을 꺼려왔던 나에게 대단히 충격적인 독서였다고 말하고 싶다.


하지만 무엇보다 저자가 자녀를 둔 어머니로서, 십대들을 단순히 연구 대상으로만 객관화하지 않고, 따뜻한 시선으로 딱딱한 뇌과학 이야기를 우리 아이들의 행동들과 연관해서 풀어냈다는 것이 가장 매력적이었다.

이 책에서는 십대들의 행동과 마음을 뇌과학으로 풀어내려 하기 때문에 복잡한 의학용어가 자주 등장한다. 사실 이렇게 복잡한 것들은 그 부분을 읽는 순간부터 다 잊어버렸지만, 정말 잊어버려서는 안 될 아주 유용한 지침들이 너무도 많이 있었다.
그 부분들을 대략 정리해 보면(책의 후반부에 잘 정리되어 있다),

먼저, 청소년의 뇌는 때로는 포착하기 어려울 정도로 미세하고, 때로는 숨이 멎을 정도로 극적인 일련의 변이를 통해 아동에서 성인으로 탈바꿈한다는 사실! (이들의 전두엽을 구성하는 회백질은 빽빽이 늘어났다가 느닷없이 규모를 줄이면서 더 날렵한 사고 기제를 형성한다. 십대시절의 뇌는 인간을 가장 인간답게 해주는 부분, 경계의 눈초리를 보내고 인과관계를 파악하고 ‘이러면 안 될 거야’라고 판단하는 그 부분, 다시 말해서 어른답게 행동하게 만드는 전전두엽이라는 부분을 미세하게 조정한다. 또한 운동과 각성, 쾌감에 중요한 신경전달물질인 도파민의 수치가 높아지면서 새로운 영역을 탐색하고, 이성에게 관심을 갖고, 생존에 필요한 위험을 감수하게 만든다. 또한 사회적 신호나 단서, 하다 못해 농담을 이해하는 것, 수면의 패턴을 결정하는 것도 이 십대 시기의 뇌에서 일어나는 중요한 변화이다)
그리고 이러한 우리 아이들의 변화를 인식하고 이해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것!

저자도 이 책을 쓰기 위해 다양한 자료를 조사하면서 자기 아이들에 대한 시각이 달라졌다고 한다. 이러한 인식의 변화는 바로 ‘거시적인 관점’으로의 시각의 변화를 유도한다. 십대들이 감정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 어떤 식으로든 개입해서 도와주는 게 당연하지만, 조금 더 유연한 자세를 취하라고 한다. 아이들의 혼란한 상황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완전히 개입하는 것이 아닌, 아이들 옆에서 전두엽 피질의 역할을 하면서, 약간의 통찰력을 제공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아이들 스스로 선택하고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바로 완전한 통제나 방임이 아닌 중도의 단계라고나 할까?(시간강사와 나눈 대화에서 내 충고도 여기서 비롯된 사고라고 할까? ^^ 근데 결과는 어떻게 됐는지 나도 잘 모른다)

또한 아이들에게 요구하고 싶은 것이 있을 때는 ‘한 번에 한 가지씩만, 그것도 천천히, 조용하게, 필요하다면 반복해서 이야기하라’고 충고한다. 기대치를 조정하고, 그만큼 실천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아이들의 행동을 당연하게 받아들인다면 그에 맞춰 계획을 세우라는 것!도 포함된다.  겉모습을 보고 잘못 생각하거나 그들의 행동에 분노하고 경악하기보다 더 많은 관심과 도움의 손길을 내미는 데 집중력을 모아야 한다고 이야기한다.

특히 아이들은 당연히 잠이 많은 때이며, 그만큼의 수면시간 확보가 중요하다는 사실과, 다양한 모험과 실수를 통해 세상을 알아갈 시간을 주자는 것(십대들의 뇌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다가 구조조정을 거치며, 불완전한 신경세포를 솎아 내고 성숙의 단계로 접어드는 것처럼, 아이들에게 수많은 경험 속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빛나는 인식과 성찰의 기쁨을 주자는 것)과 그와 관련한 유럽의 ‘공백년(gap year)’ 제도(326쪽)는 너무도 인상적이었다.


이 책에서 이야기하는 주제는 아직도 진행(연구)중이며, 사실 이제야 시작단계라고 할 수 있다. 무엇보다 뇌를 통해서 모든 아이들의 행동 양태를 진단할 수도 없고, 그러기는 너무도 복잡하고 다양한 요인들(환경, 유전자 등)이 간섭하고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하지만 청소년을 바라보는 시도가 이렇게 생물학과 유전학, 또는 그 외 여러 학문에서 진행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청소년이라는 시기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빨리 떨치고 이겨내야 할 열병처럼 지나가는 시기가 아닌 우리들의(교사와 부모를 넘어선 전 사회적인) 꾸준한 관심과 축복 속에서 성장해야 하는 인간 발달단계에서 가장 필요하고, 가장 중요한 단계라고 인식되는 것은 정말, 진짜로, 대단히 환영할만한 일인 것 같다.


하지만 또한 우리들 교사의 역할 또한 막중해진다고 볼 수 있다.

뇌과학으로 인해 우리 아이들의 행동과 마음을 바라볼 수 있는 창이 커졌다면, 이제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과학적으로?) 다가갈 것인가 하는 것은 우리 교사들의 몫이기 때문이다.


십대들의 뇌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나?
국내도서
저자 : 바버라 스트로치(Barbara Strauch) / 강수정역
출판 : 해나무 2004.1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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