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에린 그루웰)
- 행복한 책읽기/교육
- 2009. 3. 26.
(524) 아이들의 마음속에는 반항 심리가 기본적으로 깔려 있는 것 같다. 나는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어 아이들이 글을 써서 불만을 해소하도록 유도했다. 아이들은 서로의 글을 나눔으로써 공통점을 발견하고, 세상과 소통하는 하나의 공동체를 이루었다. 불행하게도 총기난사 사건의 가해자들은 자유의 작가들과 같은 공동체를 만나지 못하고 혼자서 위험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올 초 전국국어교사모임의 겨울연수 제목은 <국어교사의 공부>였고, 독서분과에서는 <호모 쿵푸스><프리덤 라이터스 다이어리><상황별 독서 프로그램>을 미리 읽고 오라고 했다. 경험을 나누는 사람으로 연수에 참석하면서 책을 읽었는데, <프리덤..>을 읽으며 프로그램을 기획한 송승훈 선생님의 의도를 어느 정도 짐작하게 되었다.
<나라말향기> 모임을 하며 이루고자 했던 꿈들이 이 책에 녹아 있었다. 우린 학생 개개인의 고민에 주목해 그걸 내적 동기로 삼아 독서를 통해 치유의 경험을 주고자 했으나 결국 현실적인 한계 때문에 상대방에 대한 배려와 이해라는 차원으로 문제를 다소 일반화한 후 또래의 경험을 나누고 힘을 얻기를 바랐다. 즉 독서를 바탕으로 또래 상담을 통해 치유의 경험을 얻다 보면 자연스럽게 책을 가까이 하고 그런 경험이 축적되었을 때 독서를 생활화하고 책을 통해 삶을 풍요롭게 만들어 갈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 우리가 생각했던 <상황별 독서프로그램> 역시 그런 흐름을 고려해서 만들었으나 지금 생각해 보면 교실 안에서 적용하기에 여러 가지 제약이 있다는 점을 인정한다.
그루웰 선생님과 반 아이들의 일기에는 현장성을 바탕으로 고민하는 교사와 그를 방증하는 변화들이 500여 쪽에 잘 나타나 있다. 인종 차별과 폭력이 끊이지 않는 미국 사회에서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한 사람으로 상대를 인정하는 배려와 관용이고, 그것은 적절한 배움의 과정을 통해 읽기와 쓰기라는 자아 확인 과정을 거치며 실천으로써 가능하다는 희망을 주고 있다.
학기별로 아이들의 일기 앞에 쓴 그루웰 선생님의 글에는 수업을 계획하고 고민하는 교사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80~81쪽). 아이들의 일기를 통해 볼 수 있는 그루웰 선생님은 동기 유발이 뛰어난 것 같다. 적절한 예를 통해 아이들을 자극하고(땅콩을 통해 다양성과 세계평화를 이야기하는 부분), 아이들의 기억에 남을 명언이나 구절을 잘 활용한다.
"진정으로 주체적인 사람은 모든 것을 운에 맡기지 않고 스스로 실천하며, 변명만 해서는 성공할 수 없고, 역경은 탓할 것이 아니라 극복해야 한다는 사실을 배웠다. 선생님의 말대로 장애물은 자신이 굴복할 때만 장애가 된다. 쇠사슬의 강도는 가장 약한 고리에서 결정되듯이 진정으로 주체적인 사람은 자신의 약한 부분을 찾아 단련한다(241)."처럼.
저자 또는 역사 현상에 있었던 인물을 통해 아이들에게 주는 깨달음을 주는 기회도 많이 만든다. "저는 그냥 한 사람의 인간입니다(194).", "한 사람이 온 세상을 바꿀 수 있다(302)"와 그 이유가 담긴 "그들이 노조를 공격했지만, 나는 노동운동가가 아니기 때문에 침묵했습니다. 그 다음에 그들이 사회주의자들을 공격했지만, 나는 사회주의자가 아니기 때문에 침묵했습니다. 그런 다음에 그들이 유태인을 공격했지만, 나는 유태인이 아니기 때문에 침묵했습니다. 그 다음에 그들이 나를 공격했을 때, 나를 위해 말해 줄 사람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습니다.(334)", "한 사람의 목숨을 구하는 것은 세상 전체를 구하는 일이다.(476)"
송승훈 선생님이 아이들이 책을 읽고 작가와 인터뷰하는 경험을 갖게 하는 이유를 알게 하는 부분이다.
이런 과정에서 아이들 역시 스스로 깨닫는 지혜가 나타난다.
물론 미국의 아이들과 우리 아이들이 처한 구체적인 상황은 다르다. 그러나 아이들이 고민하는 양상은 결국 다르지 않다. 비록 총칼에 노출되지 있지 않지만 자신의 삶과 일치하지 않는 배움과 갖가지 제도의 폭력에 노출되어 결국 희망을 꿈꾸지 못하는 모습은 결국 마찬가지이다. 즉 성장과정의 아이들이 고민하는 상황은 비슷할 수밖에 없고, 아이들을 상황을 바라볼 적절한 도서와 그것을 풀어나갈 수 있는 수업 등이 결국 우리가 고민해야하는 모임의 내용인 것 같다.
<이 책에서 언급한 책이나 영화>
- 듀랑고 거리
- 최후의 회전
- 보이즈 앤 더 후드
- 땅콩 게임
- 영화 캠퍼스 정글
- 만자나르여, 안녕
- 파도(토드 스트라서)
- 밤(엘리 비젤)
- 안네 프랑크 - 어느 소녀의 일기
- 즐라타의 일기 - 어느 사라예보 소녀의 삶
- 컬러퍼플
- 새벽(V.C.앤드류스)
- 동물농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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