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부산여행2(흰여울마을,F1963,요트)

 

 

1. 죽도 산책

편하게 잤지만 일찍 눈을 떴다. 동해까지 왔으니 일출을 봐야 하지 않을까. 7시 30분 일출시각에 맞춰 10여 분 일찍 바닷가로 나갔다. 수평선에 구름대가 있어 일출을 보기 어렵겠다 싶어 대변항 쪽으로 걸었다. 숙소 주변으로 아파트 공사현장이 서너 곳은 되었는데 벌써부터 공사가 진행되고 있었다. 20여분 걸으니 죽도로 건너가는 다리가 나타났다. 

죽도는 기장군의 유일한 섬으로 대나무가 많아 '죽도'라고 이름 지어졌는데 지금은 동백이 숲을 이루고 있었다. 섬은 출입할 수 없도록 철조망과 자물쇠가 설치돼 있었다. 폭이 좁은 3층 건물에 동굴은 무엇일까. 아파트 공사장 벽면에 기장군의 명소로 설명이 돼 있으나 여러 가지로 비밀스럽다. 

 

죽도로 이어지는 다리 입구에는 해녀(그냥 해녀라고 부르기에는 어르신들이 많으셔서 호칭이 고민이 된다)가 운영하는 해산물 가게가 밀집돼 있었다. 바닷가에 불을 피우며 잠수복으로 갈아입는 해녀분들도 계셨다. 요새 "웰 컴 투 삼달리"를 재미있게 보고 있는데 잠수 사고가 많이 늘었다고 한다. 연로하신 분들이 많고 바닷가다 보니 응급조치도 느려서 그렇다고 한다. 이 지역에서 전복이 많이 잡히는지 전복죽 판매를 알리는 현수막과 전복껍데기로 가득 찬 망들이 여러 군데 쌓여 있다.

숙소로 돌아가는데 수평선 구름대 위로 해가 얼굴을 내밀었다. 얼른 소원을 빌었다. 안전한 나라, 시민이 주인인 나라, 세계의 모범이 되었던 나라로 다시... 우리 가족의 안녕을 기원하는 것처럼!

 

죽도 옆 매립장에서 바라 본 풍경
죽도로 이어지는 다리에서 본 죽도 풍경. 여명이 진해진다.
지도에는 '기장해녀촌'이라고 안내돼 있다
추위를 이기며 작업 준비를 하는 해녀분들
죽도와 일출
대변항 방파제 일출
숙소 앞 젖병 등대. 등대로 가는 길에 출산율 감소 상황이 표시돼 있다. 그런데 왜 설치돼 있는지 궁금했다.

 

아침은 숙소근처 식당에서 '물메기탕'을 먹었다. '물메기'는 티브이 '생생정보'에서 한 번 본듯한 물고기였는데, 맑은탕(지리탕)을 먹었는데 국물이 시원했다. 살도 부드러웠다. 다만 가격이 다소 비쌌는데 사람 수대로 시키지 않아도 될 정도로 양이 많아 적당히 먹을 수 있었다.(마수걸이라서 사람 수보다 적게 주문했는데 용인해 주지 않았을까).

 

 

2. 흰여울 마을

아침을 먹고 영도 흰여울문화마을로 갔다. 걷기 좋은 길을 찾다 보니 여기를 선택하게 되었다. 이곳을 배경으로 영화 "변호인"등이 촬영됐다는 것도 충분히 동기를 자극한다.

입구에 다양한 이정표가 있었다. '절영해안산책로', '흰여울문화마을', '갈맷길' 등 여러 이름으로 불리고 있나 보다. 우리 일행은 흰여울문화마을을 포함한 절영해안산책로 중간 정도까지 걷다 돌아왔다. 해안도로를 따라 걷는 길이 시원했다. 무엇보다 날씨가 좋았고, 활동 시간이 일러 사람들과 겹치지 않아 여유도 있었다.

흰여울문화마을은 봉래산과 바다 사이의 비탈진 곳에 집들이 '걸쳐' 있다. 지금이야 좁은 골목길도 낭만적으로 보이지만 전쟁통에 여기까지 떠밀려 생계를 꾸렸을 피란민들의 아픔이 느껴졌다.

 

주차는 절영해안산책로 입구 도로변에 유료 주차장이 있다. 현재(2024.1.16) 절영해안산책로 일부 구간(맏머리계단~무지개계단 구간)이 공사로 통제되고 있다. 해안산책로에서 골목길까지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려야 한다. 다리가 불편한 가족이 있다면 '부산보건고' 앞 왕복 4차선 도로로 차로 이용한 뒤 '흰여울마을안내센터(영화기록관)'에서 내려 걷는 게 나을 것 같다.

 

주차한 뒤 방파에서 바라본 흰여울문화마을 모습
절영해안산책로 입구 및 관리동(왼쪽), 오른쪽은 종합 안내도. 우리 일행은 3번과 4번 중간 '돌탑'까지 갔다 돌아왔다.
절영해안산책로를 따라 걸어가기. 해변으로 돌탑이 제법 많다
절영해안산책로에서 바라본 남향대교와 송도
맏머리 계단. 해안산책로 공사로 이 계단을 올라 흰여울문화마을을 둘러보게 된다. 여기에 샘이 있었는데 흰여울문화마을 입구에 있어 맏머리샘, 맏머리계단이라고 부른다.
지도를 확대해 보기 바람. 오른쪽 빨간색 표시가 '맏머리계단'에서 바로 앞.  흰여울문화마을 안내센터(영화기록관)

 

흰여울문화마을 골목길
카페 헤일르 2층에서 바로 본 풍경. 특색 있는 커피도 판매한다
일행들과 휴식
골목길 상점들
영화 '변호인' 촬영지. 그분이 더 생각나는 '요즘'이다
절영해안산책로를 걷기 위해 '무지개계단'으로 내려갔다.
해안산책로에서 이송도 전망대, 흰여울 전망대로 올라가는 '피아노 계단'
흰여울해양터널 입구와 내부
절영해안산책로. 산책로 일부가 파도에 휩쓸린 듯하다
'돌탑'이란 곳에서 절영로(2차선도로)를 통해 흰여울문화마을로 돌아갔다
계단 난간에 엄청난 공을 들였다. 돌로 '꽃잎'을 만들었다
절영로. 이 길로 게속 가면 태종대가 나온다
지금, 여기, 우리 '흰여울' 전망대
이송도 전망대, 눈 앞에 펼쳐진 섬들에 지명을 알려준다. 이송도 전망대에서 '변호인 촬영지'나 '안내센터'와 연결된 골목길
묘박지 풍경. 부산항에 들어오는 화물선이나 원양어선이 수리나 급유를 위해 잠시 머무르는 곳이라고 한다.
꼬막계단. 비탈길을 전라도 방언으로는 '깔끄막'이라고 하는데 부산에서는 '까꼬막'이라고 한단다. 그래서 꼬막계단인데, 고유명사로는 맏머리계단과 무지개계단 사이의 마을길에서 산책로까지 계단을 이른다. 그런데 흰여울마을 특성상 꼬막계단이 많다. 

 

2시간 30분 정도 여유 있게 해안산책로와 흰여울마을을 산책했다. 동네가 아기자기하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날씨가 좋아 어디를 보든 시원스러운 풍경에 마음도 시원했다.

점심은 절영로를 따라 이탈리안 식당으로 이동했다. 영도의 중심에는 봉래산이 있는데, '상당한' 비탈길이 많았다. 운전석에서 바로 앞 도로가 보이지 않기도^^

 

 

3. F1963

여행 계획을 세울 때 점심 이후에 영도에서 가까운 오륙도 스카이워크나 이기대해안산책로를 걸을까 했다. 그러나 6시에 요트를 예약하기도 했고, 많은 걸은 상태라 쉬는 게 좋겠다는 생각에 F1963으로 이동했다.

이곳은 이전에도 가족들과 한 번, 전국국어교사모임 겨울연수가 부산대에 있을 때 와 본 적이 있다. '고려제강'이 있던 건물을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했다고 한다. 전시관, 예스24중고서점, 테라로사 등으로 활용되고 있었고, 복순도가는 지금(2024.1.16) 운영하지 않고 있었다.

 

F1963 입구. 왼편의 걷는 그림은 몇 년째 계속 걷고 있다

 

먼저 YES24 중고서점부터 들렀다. 

책, 인쇄 관련 자료를 볼 수 있었고, 음반 및 팬시, 놀이기구 등 다양한 물품들이 있었다. 책만으로는 운영이 어려워서일까. LP음반 한세트와 독서모임에서 읽을 책, 민주에게 줄 책을 구입했다. 집행부(?)에서는 저녁에 게임하며 나눌 상품을 준비했다고 한다.

 

해리포터 표지가 바뀌었구나(왼쪽). 2월 독서모임에서 토론하기로 한 책이 있어 구입했다(오른쪽)

 

이후 테라로사로 옮겨 드립커피를 마셨다. 옛건물을 그대로 살려 놓은 인테리어들이 눈에 띄었다. 칸막이를 예전 벽돌을 활용한다거나 철판 작업대를 테이블로 활용하는 등. 커피도 물론 맛있었다. 평소 잘 마시는 케냐AA를 주문했는데, 신맛이 강했다. 그게 테라로사 커피의 특징이라고 한다.

 

테라로사. 공장이었을 때 사용하던 것을 살려 색다른 느낌을 준다
F1963스퀘어-공연이나 행사가 열린다고 한다(왼쪽) 소리길(산책로)

 

 

4. 부산 요트투어

미리 인터넷으로 오후 6시 요트를 예약했다. 시간에 맞춰 수영요트경기장으로 이동했다.

8번 계류장에서 요트를 탔다. 기다리면서 보니 요트 업체가 상당히 많았다. 수영요트경기장에서 광안대교 하부를 거쳐 광안리 해수욕장을 돌아 다시 돌아오는 일정으로 1시간 정도 걸렸다. 부산 야경도 멋있었다. 바람이 불지 않아 선미 해먹 위에 앉아 1시간 정도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몸을 물결에 내맡겼다.

오늘 아침부터 걷고 쉬고 바닷바람을 맞는 이 여정을 가족들과 나누고 싶었다.

 

수영요트경기장에서 출발
마린시티와 동백섬 야경
광안대교에서 영도 방향의 야경
광안리 해수욕장 야경
8번 요트선착장

 

요트를 타고 숙소 근처로 오니 7시 30분 정도 되었다.

숙소 근처 '연화숯불갈비'에서 저녁을 먹었다. 회식은 구워야 제맛이라. 연화리는 바닷가라 해산물 식당은 많지만 고기집은 거의 없었다. 깔끔하고 음식도 맛있었다. 돼지고기를 100g 단위로 판매하는 게 특이했다.

 

걸어가는 길에 죽도가 보였다. 역시 낮과 밤은 이미지가 다르다.

 

죽도다리. 조명에 따라 보라색, 초록색으로 단장한다.

 

집행부에서 준비한 게임을 했다. 연예인 이름 맞히기, 사자성어 맞히기 등 유튜브에 다양한 게임이 있어 팀별로 게임을 했다. 긴장감이 있었다. 선물을 고른 뒤, 갖고 싶은 선물을 세 번째에 선택하는 게임도 의외성이 있어 재미있었다.

총무 민 쌤 덕분에 즐겁게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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