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 보이(마리 오드 뮈라이유)

국어교사들이 모인 단톡방에 이 책의 교사서평단을 모집하는 글을 보았다. 작가의 전작 “열네 살의 인턴십”을 재미있게 읽고 그것으로 꿈, 또는 부모와의 갈등 상황을 주제로 수업했던 기억도 있어 응모했다. 운 좋게 선정되었고 9월 29일 책을 받았다. 

재미와 감동을 모두 느끼며 즐겁게 책을 읽었고 그 소감을 나누고 싶었지만, 인터넷 서점에서 제한하는 그 글자 수로 내용을 정리할 수 없었다. 여기에서 책 소감을 나누고 싶다. 

‘Oh, boy’는 놀람과 감탄, 실망 등의 감정을 표현하는 영어 감탄사라고 한다.
모블르방 삼 남매에게는 ‘오, 보이’를 백 번도 넘게 외칠만한 상황이 계속 이어진다. 아빠의 무책임한 가출, 엄마의 절망스러운 선택, 그로 인해 삼 남매는 흩어질 위기의 상황에 빠졌다. 다행히 이복형제들의 존재를 떠올리고 이들에게 후견인이 돼 달라고 부탁하지만 그들 역시 삼 남매의 등장에 ‘오, 보이’를 외친다. 삼 남매의 후견인을 두고 그동안 쌓였던 감정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이복형제들의 갈등, 거기에 삼 남매 중 첫째 시메옹에게 찾아온 병마는 독자들에게도 ‘오, 보이’를 연거푸 외치게 만든다. 
하지만 절망을 웃음으로 이겨내며 절대로 떨어지지 않겠다는 모블르방 삼 남매의 결의, 끝까지 아이들의 입장에서 후견인을 고민하는 담당자들의 노력 속에서, 절망과 갈등은 서로의 견고한 마음에 조금씩 틈을 만들어 내고 곧 허물어져 결국에는 이부형제, 이복형제 모두 가족으로 뭉치기 시작한다. 핏줄도, 나이도, 성별도, 삶의 형편도 다른 남매들이 ‘파우와우’로 서로 동조하며 연대하는 건강한 가족의 모습이 좋다.
그리고 어른다운 어른들이 문제를 해결해도록 조력하는 모습도 좋다. 판사 로랑스, 사회복지사 베네딕트, 의사 모브와쟁. 아이들에게 주위에 좋은 어른들이 있다는 믿을 갖게 해 주어 든든하다.

책을 덮으며 내 삶의 터전에 이야기를 비추어 보았다. 코로나로 결핍된 것이 한둘이 아니겠지만 무엇보다 홀로 감당해야 했던 시간들이 제일 마음에 걸린다. 학급과 교실에서 홀로 ‘오, 보이’를 외쳤을 우리 학생들에게 필요한 것은 연대와 유대이지 않을까. 서로를 인정하고 배려하며 긍정적인 공동체 경험을 쌓아갈 수 있는 ‘파우와우’ 시간이 필요하다.

(23) “토끼이빨이 그러는데…... 엄마가…... 엄마가…..”
모르간이 굵은 눈물을 뚝뚝 흘리며 말을 잇지 못했다. 시메옹이 브니즈를 보자 막내는 부끄러운 비밀을 털어놓듯이 속삭였다.
 “엄마가 변기 세제를 마셨대.”
시메옹은 다시 천천히 미소를 지었다. 당황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나게 해 줄 대답이 준비된 것이다. 
“뭔 소리야? 우리 집에는 변기 세제 없었잖아.”
시메옹이 단호하게 말했다.
“아, 그러네.”
브니즈가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 임시로 살게 된 고아원에서 시메옹과 같은 숙소를 쓰는 일명, 토끼이빨은 어린 모블르방 아이들의 불행을 가지고 놀린다. 불의한 친구들에게 한 방 먹이고 어린 동생들의 마음을 잡주는 시메옹의 센스가 대단하다. 하지만 그런 시메옹도 홀로 남겨진 시간에는 슬픔을 목놓아 드러낸다. 

 

(32) 시메옹은 사회복지사를 구워삶아 다른 모를르방들에 대해 그녀가 알아낸 모든 정보들을 입수했다. 월요일 저녁, 동생들의 방에서 시메옹은 ‘파우와우’를 소집했다. 인디언 부족의 전통처럼 세 아이들은 이불을 덮고 카펫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있다. 모를르방 가족이 모두 함께 살 때, 아이들은 ‘파우와우’ 시간에 불붙인 파이프를 돌리기도 했다. 그러면 엄마는 아빠에게 ‘너무 무책임하다’고 말하곤 했다. 그 말을 자주 해서였을까? 아버지는 결국 가족을 버리고 집을 나가 엄마의 말이 옳았음을 증명해 보였다.

✎ 아빠의 무책임을 지적하는 부분인데, 모를르방 가족의 ‘파우와우’ 문화가 인상적이다. 그렇게 형성된 가족문화가 문제를 해결하는데 큰 역할을 한다.

 

(124) 그날 아침, 그에게 닥친 새로운 불행에도 불구하고 그는 행복했다. 차 안에 형과 나란히 앉아 있다는 사실도 행복했다. 안타깝게도 갑작스러운 불행만이 두 사람을 가깝게 이어 준다. 운명이나 섭리, 신 같은 것들이 두 형제를 엮어 주는 것일까.

✎ 불행이 없었다면 모를르방 남매들은 가족으로 새롭게 태어날 수 있었을까, 참 난감하다. 청소년 소설을 학생들에게 이을 때 이른바 ‘문제상황’에 주목하려고 한다. 시련은 성장의 마디다. 다만 감당해낼 수 있을 어려움만... 

 

(209) 결국 바르는 검사를 준비하는 동안 동생 곁에서 농담을 하고 뼈에 바늘을 꽂아 넣는 동안에는 그의 민머리 위에 손을 올려놓고 있었다. 시메옹은 비명을 지르지 않았다. 바르도 기절하지 않았다. 두 사람 모두에게 승리였다.

✎ ‘엄마’라는 비명이 절로 나오는 척추 주사, 피를 보면 기절하는 바르, 그러나 이제 서로를 의지하며 이겨낼 수 있게 되었다. 이 소설에서 가장 많이 성장한 사람은 바르다. 맏아들로서 가족을 위해 가장 적절한 선택을 한다. 시메옹 역시 열네 살이라는 나이에 걸맞게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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