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체의 딜레마(임서진, 소향, 조윤영, 나혜림, 임성은)

오염 상황을 나타내는 듯한 붉은색 배경에 고글과 마스크를 쓰고 있는 인물, “항체의 딜레마”라는 제목에서 책 내용이 짐작된다. 그런데 항체가 어떻게 ‘딜레마’와 연결될까, 궁금했다. 읽어보니 먼저 이 책은 제7회 한낙원 과학소설상 작품집으로 수상작 모음집이었다. 생각해 보니 그동안 “안녕, 베타”, “푸른 머리카락”을 재미있게 읽은 적이 있어 빌렸다.
책에는 6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기후 위기’를 소재로 한 단편 3편, 시간여행을 소재로 한 단편 3편이 실려 있었다. 재미있게 쉽게 읽히는 작품도 있고, 읽고 나서 작가의 의도가 잘 정리되지 않는 작품도 있었다. 작품의 해석의 독자의 몫이라지만 독서 역시 대화이니 이 책 읽은 아이들과 열린 대화를 해도 재미있겠다. 


항체의 딜레마(임서진)

수상작으로 코로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기후 변화로 심각한 대기오염이 발생하고 인류는 호흡기 질환에 시달린다. 특히 ‘논 바이러스’는 공기 중에 떠돌아다니며 사람을 감염시키는데 치료제도 백신도 없다. ‘웨일’이란 산소마스크를 쓰고 다니는 게 유일한 방법이다. 그런데 ‘논 바이러스’의 유일한 항체 보균자인 ‘A’가 ‘이브’에게 탈출을 도와달라고 한다. 인류의 치료를 위해 ‘A’를 계속 가두는 것이 정당할까? 게다가 A는 안드로이드인데, 로봇에게도 존재로서의 존중이 필요할까? 여러 가지 생각해 볼 게 많다.
이야기 결말이 인상적이다. 인류의 시작이었던 ‘에덴 동산’이 상징이라면 어떤 인류들로 새롭게 출발해야 할까?

(41) “논으로 지구 인구가 4분의 1 줄었다지? 하지만 인간 때문에 지구 생물 절반이 멸종했어. 인류는 이제 자멸의 길을 가고 있을 뿐이야.”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으면서 문제가 해결되길 바라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행동일 수밖에 없다.


반달을 살아도(임서진)

인터스텔라가 떠오르는 이야기다. 자연 고갈, 망가진 환경으로 지구를 복구하기보다 새로운 정착 행성을 찾아 떠나는 인류의 이야기다. 가능할까? 이런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칼 세이건이 지구를 ‘창백한 푸른 점’으로 표현했던 게 떠오른다. 지금 여기서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선이고 차선이지 않을까.

(85) 에피메테우스호는 들어라, 정착 행성을 찾았다. 반복한다. 정착 행성을 찾았다. 이곳은 인간이 살기에 적합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다. 이곳은 우리가 떠나지 말아야 했던 곳, 지구다. 반복한다. 여기는 지구, 에피메테우스호는 들어라. 여기는 지구, 푸른 별 지구로 귀환하라.


달 아래 세 사람(소향)

신윤복의 ‘월하정인’이 확실히 눈에 들어온 것은, 몇 년 전 이 그림으로 중3 과학, ‘달의 운동’ 수업을 계획한 수업 사례를 들었을 때였다. ‘월하정인’ 그림의 초승달이 월식을 뜻하는 것이었다는 걸 ‘달의 운동’을 기본으로 탐구해 가는 흥미진진한 수업이었다. 관찰한 나도 인상 깊었는데 이 수업을 공부한 학생들은 얼마나 큰 배움을 경험했을까?
이 ‘월하정인’에 스토리를 잘 입혔다. 2045년에서 1793년으로 타임슬립을 통해. 그 옛날 ‘달’은 천문활동에 대한 관심과 함께 백성들의 실생활에 관심을 가진다는 걸 상징하는데, 2045년 달을 식민지로 삼은 미래인들에게 달의 의미는 무엇일까. 

(127) “월침침야삼경, 양인심사양인지.”
‘달빛이 어두운 삼경, 두 사람 마음이야 둘만이 알겠지.’
나는 그림 속의 홍 유생과 나를 보며 추억했다.


외계에서 온 박씨(조윤영)

흥부전에 SF를 덧입혀 공생을 미덕으로 알았던 지구가 심각한 경쟁 사회가 되었음을 풍자하고 있다. 다양성과 존중의 가치는 사람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닌 지구의 모든 생명에게도 해당되는 일이었다. 

(151) ‘이래서 지구인은 서로 도와야만 살 수 있는 건가?’
게코19의 뇌리에 작은 깨달음의 싹이 텄다. 태어나는 과정부터 다른 개체의 도움을 받아야 하는 생물이라면 모여 살면서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게 당연한 터이다. 지속적인 생존을 위해서는 경쟁을 하면서도 서로 힘을 합해야만 할 것이다. 지구인의 집단성과 가치관은 생태계에서 생존하기 위한 생물학적 산물이었다.


달의 뒷면에서(나혜림)

아폴로 11호가 달의 앞면을 발자국을 남기고 창어4호가 달의 뒷면에 바퀴자국을 남겨도 달은 여전히 희망을 상징한다. 다만 달을 바라보며 희망을 그리거나 누군가를 그리워했다면, 미래 사회에서는 시간여행으로 조우할 수 있다. 만나야 서로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해할 수 있다. 현재의 상황에서는 풀 수 없어 과거로까지 시간 여행을 가는 것일까.

(183) 나는 거짓말을 했다.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니까. 하지만 또 뭐든지 다 아니까. 엄마는 내가 이상하다는 걸 알지만 그냥 넘어가 주었다. 내가 그랬던 것처럼.


여름이 옵니까?(임성은)

극심한 대기 오염과 수질 오염으로 고글과 마스크가 있어야 살 수 있는 세상, 사람들은 실내에서만 생활하고 식물과 동물도 실내에서 키운다. 당연히 이렇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자연도 등장한다. 고글과 마스크, 실내에서 벗어나 바깥세상에 관심을 가져야 인간과 자연 등 전지구적인 소통이 일어나고 자연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이야기로 읽힌다.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