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드런 액트(이언 매큐언)

칠드런 액트
국내도서
저자 : 이언 매큐언(Ian McEwan) / 민은영역
출판 : 한겨레출판 2015.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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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청소년 소설로 추천받아 모임에서 같이 읽었다. 하지만 청소년의 삶을 소재로 한 성인 소설이었다.

주인공 피오나 메이는 가정법원 판사로 형사처벌 사안은 아니지만 인간의 이기심이 원인이 돼 갈등하는 문제를, 법적으로 개입하여 합리적으로 판결해 주며 능력을 인정받은 판사다. 그런 피오나에게 종교적인 이유로 세속의 삶을 정리하려는 아동, ‘헨리와 이를 치료하려는 병원 사이의 갈등을 다루는 재판이 맡겨진다. 피오나는 헨리와 직접 만나 헨리의 존엄과 헨리의 복지 사이에서 합리적인 판결을 이끌어 간다. 그리고 면담과 판결을 통해 삶의 의지를 확인한 헨리는 피오나에게 더 많이 배우고자 한다(이 이상은 스포일러가 될 것 같다)

우리나라에서도 종교적인 이유로 아이의 인권을 침해하는 사건이 가끔 보도되기도 하지만, 종교가 삶이 돼 다양한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는 영국에서는 종교적 삶을 세속의 법으로 개입하는 사안들이 적지 않은 것 같다. 모임에서도 인간의 존엄과 생명 사이에 국가가 개입할 수 있는지 제법 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런데 이 사건과 함께, 또 이 사건과 연결되는 중년 부부의 삶에 대해, 직업으로서의 판사와 상대방에게 배신을 당했다고 느끼는 개인으로의 이중성이 더 눈에 들어왔다. 오히려 성인으로서 이 부분이 더 공감돼 성장소설에서 성인소설로 분류했다. 남은 인생도 젊었을 때처럼 열정적으로 살고 싶은 남편과 반대로 육체적인 열정보다 자신의 일에서 더 완벽을 추구하고 싶은 아내 사이에서 합리적인 판단은 무엇일까? 그런데 이것을 합리적으로 판단해야 하나.

결국 피오나 역시 판사로서의 판단과 개인으로서 판단 사이에 괴리가 있고 본인 역시 이해할 수 없지만 자신에게 기대하는 열정적인 헨리에 대한 흔들림까지.

 

그래서 생각할 거리로 여운이 많은 이야기다.

먼저 피오나가 재판정을 떠나 헨리를 직접 만나 아동법의 핵심처럼 살게 했지만, 헨리는 자신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피오나를 또 다른 구원으로 보는 상황에서 판사는 어떻게 해야 하나.. 우리 교사도 학교에서 다양한 안타까운 상황을 보게 되는데 이때 어디까지 개입해야 할까 고민스러운 때가 가끔씩 있어서.

또 백혈병을 제대로 치료하기 위해 수혈이 불가피한 헨리가 종교적인 이유로 수혈을 거부할 때 이것은 '헨리' 개인의 판단일까, 아니면 헨리 주변의 사회적인 판단일까, 그런 측면에서 법은 어디까지 개입해야할까.

 

재판정을 소재로 인간사 복잡한 사정을 양면을 생각해 보며 몰입하는 재미를 느낀 재미있는 이야기였다. 번역자는 이 소설에서 음악도 큰 역할을 한다는데 거기까지는 몰입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피오나가 클래식을 좋아하고 연주를 즐기는 것과 피오나의 남편이 재즈를 좋아하는 것 사이의 상징은 있어 보인다.

이 책을 영화로 만든 "칠드런 액트"는 좀 더 헨리 문제에 주목한다고 들었다. 

 

(168) 어쨌든 A는 언젠가 스스로 내세를 찾거나 혹은 찾지 못하게 되거나 하겠지요. 한편 건강을 회복한다는 가정하에 A의 복지에 더 도움이 되는 것은 시에 대한 사랑, 새롭게 발견한 바이올린에 대한 열정, 활발한 사고력 발휘와 장난기 많고 다정한 본성의 표현이며, 그리고 아이 앞에 펼쳐질 모든 삶과 사랑입니다. 요컨대 저는 A와 그의 부모, 회중의 장로들이 본 법정이 가장 중시하는 A의 복지에 해로운 결정을 내렸다고 판단합니다. A는 그런 결정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합니다. A는 그의 종교로부터, 그리고 자기 자신으로부터 보호받아야 합니다. 
해결이 쉬운 문제는 아닙니다. 저는 판결을 내리는 데 있어 A의 나이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할 신앙과, 치료를 거부할 권리에 내포된 개인의 존엄성에 응분의 비중을 두었습니다. 본 판결에서 A의 존엄성보다 소중한 것은 A의 생명입니다.
-아동의 양육과 관련한 사안을 판결할 때.. 법정은 아동의 복지를 무엇보다 우선으로 고려해야 한다. 아동법(1989) 1(a).

✎ 아동법에 따른 현명한 판결이라고 생각된다. 그런데 이것으로 충분한가. 결국 18세 성인이 되면 복지보다 개인의 의지를 존중할 수밖에 없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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