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에게 환영받는 학교는,

우리 지회는 매월 셋째 주 수요일에 분회장 회의를 한다. 분회장 회의에서는 교육 정세에 대한 이야기, 그에 대한 전교조의 대응에 대한 토론과 함께, 학교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학내 문제를 해결해 나갈 아이디어를 얻는다.


이번 분회장 회의 내용 중에 기억해 두고 싶은 내용이 있어 몇 자 적어본다.
보통 학교에서 5월은 바쁜 3~4월을 보낸 뒤 한숨 돌리는 시기다. 그런데 올해는 교원능력개발평가와 잡무 등으로 정신이 없다. 다른 학교도 그렇겠지만 보통 조합원 교사들이 동료 교사와 관리자, 학생과 학부모에 이르기까지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더 많은 일과 더 많은 감정을 상처를 받게 된다.

우리 학교만 해도 부장교사의 70% 이상이 전교조 교사다. 부장교사들은 부장회의에서 업무를 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런 과정에서 감정의 골이 생기고 있다. 사고의 과정은 이렇다.
교육청에서 하라는 일이 하도 많아 생각할 기운도 없는 상황에서 부장교사로서 할당된 업무를 처리하는 과정에서 지적을 받고, 내 뜻도 아니고 어쩔 수 없이 하는 것을 문제삼아 항변하고 논쟁하다 상처를 입게 되는 것이다. 
최근 여러 업무는 관리자와 교사 사이의 갈등이라기 보다는 노동자인 교사 사이의 갈등이 많다.

다른 학교도 우리 학교와 비슷한 상황에서 많이 지쳐 있었다.
각 학교별 이야기를 나눈 뒤, 표결한 것은 아니지만 교사 사이에 박수받을 학교로 ㅇ학교를 뽑았다. 반대로 교감이 박수받을 학교로 또다른 ㅇ학교를 뽑았다. 앞선 ㅇ학교는 교사간 업무에 대한 이해와 토론으로 시급하지 않고 필요하지 않는 업무를 정리해, 가르치는 외적인 일에 대한 소비를 줄여주는 학교이고, 뒤의 ㅇ학교는 상명하달의 모범을 보이고 있어 아이들말로 교사를 '좀비'로 만드는 학교였다.

올해 부쩍 가르치는 것 외적인 일에 내몰리고 있다. 행정업무를 줄여주겠다면 공무보조를 보내주었지만, 교육행정정보시스템에 교무업무시스템(여기에 더해 학부모서비스), 행재정시스템(에듀파인), 창의적체험활동시스템(에듀팟), 정보공시까지. 하루에 가장 많이 들여다는 것의 이름이다. 정화부터 용욱이까지 우리반 아이들의 이름이 아니라.

학교 시스템이 외적인 일이 아니라 내실을 기할 수 있는 구조로 바뀌어 나가기를 바라며.
중요한 일이 눈 앞에 있다.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