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레바퀴 아래서(헤르만 헤세)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친구,학교,사회 문제로 갈등할 때
- 2010. 5. 13.
몇 년 전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라는 책이 세간에 화제가 된 적이 있었다. 안타깝게도 우리 지역의 여중생이 목숨을 끊었는데. 그 아이가 읽던 책이 바로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 라는 것. 당시 그 책을 권장도서 중 한 권으로 추천했던 국어 선생님에 대해 언론의 보도와 학부모의 입장은 강경했다. 아직 성숙하지 못한 아이에게 ‘자살’에 대해, 그것도 제목도 선정적인 책을 추천했다며, 교사가 마치 자살을 부추긴 것처럼 보도했다.
사실 이 책의 주제나 소재 모두 ‘자살’은 아니다. 주요인물 재준의 죽음(오토바이 사고)을 두고 유미가 재준에 대해 추억하며 유미가 가족과 인생의 아름다움을 깨달아가는 이야기다. 하지만 제목만으로 판단한 언론은 마녀사냥 식으로 교사를 몰아갔다. 그 후 그 교사의 아픔은 어떻게 치유가 되었을지.
요즘 돌아가는 상황이나 정세에 비추어 보면, 또는 몇 년 전 바로 그 사건의 언론의 시각에서 보면 <수레바퀴 아래서>는 금서로 지정되어야 마땅하다. 성적과 서열 지상주의를 깨부수고, 방황하며 고뇌하다 자살하듯 저 세상으로 가버린 '한스 기벤라트'의 생은 가히 파괴적이고 선동적이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의 재준이를 통해 이야기하려는 내용에 비할 바가 아니다.
고등학교에 읽고, 다시 꼼꼼히 읽어나간 <수레바퀴 아래서>는 구석구석 정말 많은 생각을 가지게 했다. 아들의 성장에 무관심한 아버지, 따뜻한 마음과 다정한 위로를 잃어버린 마을 목사, 성적을 위해 친구와의 우정을 저버릴 것을 강요하는 교장, 고요한 한스의 삶에 파문을 일으키고 폭풍처럼 떠나버린 친구 헤르만 하일너. 한스를 둘러싼 인물들의 조합은 결국 한스의 생을 파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도록 만든 필연적 장치일 것이다.
개인적으로 상당부분 한스의 생각에 공감되었다. 특히 초반, 의기양양하던 한스의 수도원 입학 부분에서. 배움의 기쁨, 입학의 성공과 인정받는 자의 만족감과 희열 등.(나도 범생이 중의 한 명이었기에 --;) 하지만 한스는 그것이 허상이라는 것을 친구의 죽음을 직접 목격하며 깨닫게 되고, 그 동안 가져왔던 공부와 성공에 대한 신기루는 산산이 깨져버린다. 평범했던 친구의 죽음이, 헤르만 하일너에 대한 더 할 나위 없는 소중함으로, 또한 자유로운 생에 대한 욕망으로 강렬하게 분출한 것이다. 인식의 전환은 그렇게 갑작스러웠고, 한스는 가장 생기있는 삶을 살기 시작하지만, 모두에게 인정받지 못하는 불행한 길을 걷게 된다.
한스가 알에서 깨어나며 겪는 고통의 대부분이 학교라는 울타리 안에서 발생한다. “학교 선생의 의무와 그가 국가로부터 받은 직무는 어린 소년의 내부에 자리 잡고 있는 자연의 조야한 정력과 욕망을 길들임과 동시에 송두리째 뽑아버리는 것이다. / 학교 선생은 자기가 맡은 반에 한 명의 천재보다는 차라리 여러 명의 멍청이들이 들어오기를 바라게 마련이다.”라고 지적한 부분은 교사로서 가슴을 찌르는 대목이었다.
한스의 죽음에 대한 책임이 있다면 젊고 섬세하고 가련하고 순수한 영혼들을 오로지 성적 위주의 한줄 세우기에만 골몰해 있는 학교와 그리고 학부모의 욕망 때문은 아닌지.
어쨌든 참으로 선동적인 책이다. 학교라는 수용소에서 탈출하는 방법을 ‘죽음’이라는 극단으로 그려내고 있는 비극적인 책이지만,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전해주고 있다. 아주 오래된 먼 나라 독일의 작품 속에 우리의 현실이 느껴진다는 것이 더 비극일 것이다.
고전이라는 이름이 참으로 많은 것을 순화시켜 주고 있다.
<궁금한 점>
1. 헤르만 하일러는 어떤 아이일까? 그리고 어떻게 대해야 할까?
2. 한스에게 어머니가 있었다면?
3. 하일러와 한스의 입맞춤은 어떤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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