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의 시대에서 되볼아볼 여유가 없어 놓치는 것은 독서도 마찬가지다.
2001년 독서 모임 '나라말향기'에서 이 책을 감동 깊게 읽은 기억이 있다. 그리고 인디언의 삶을 다룬 책을 여럿 읽었던 기억도 난다.
한동안, 아이들 수행평가하며 줄거리를 떠올린 것 외에는 책에 대한 감상을 되돌릴 여유도 없이 지내다 이번에 아이들과 독서토론을 준비하며, 예전에 잊었던, 오히려 보낸 시간만큼 더 큰 감동을 느끼게 되었다.
자연스러움이 인간다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인물들을 통해 자연스러움이 인간의 이기심과 욕심으로 파괴되는 과정을 느낀다.
삶의 과정도 그렇지만 특히 죽음에 대한 이야기에서 '인간다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이 책에는 두 가지 죽음이 나온다. 윌로 존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은 인디언과 파일빌리의 죽음과 산 속에서 사과밭을 일구던 흑인 노예의 죽음이 그것인데, 전자의 죽음은 현재의 삶을 하나하나 정리하며 회한 없이 마무리하고 다시 자연으로 돌아가는 모습이 인상적이다. 그에 비해 남북전쟁 후 쫓겨난 흑인 노예의 죽음은, 전쟁도 그러하기니와 열매만 가로채려는 인간의 이기심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모든 삶을 한꺼번에 돌릴 수는 없지만, 삶의 과정에 '자연스러움'에 고민하게 한다.
자연스러움을 살리는 교육.
주위에 있는 모든 것이 교육의 재료가 되며, 자연(스러움)은 교육이 목표가 된다. 일일히 지시하지 않아도, 제 스스로 할 수 있도록 조금만 배려해 주면, 스스로 성장한다. 반면 종교와 고아원이라는 제도에서의 교육은 묻는 것에만 답해야하며, 기계적으로 반응하는 것이 교육이다. 또 태생적인 문제와 환경 역시 대단히 중요하게 생각한다. 중요한 건, 교육은 삶의 흐름을 막아놓고 이루어질 수 없다는 것이다. 종교 단체의 고아원이 교육에 실패하고 있다는 것은 아이의 삶과 일치하지 않고 거스르기 때문에 일어난 일이다.
현재 학교도 그런 부분이 많다. 아이들의 삶과 자연스러움에 일치하는 교육을 고민하게 된다.
자연스러움의 회복.
문명의 발전으로 얻은 것이 많지만, 잃은 것에 대해서 생각한다. 삶에 필요한 대부분을 간접적인 결과물로 만날 수밖에 없는 우리들은 실상 '자연에서 소외' 되었다. 심지어 가장 본능적인 맛과 냄새조차 아이러니하게도 화학물의 합성을 통해 인지하고 있으니 늑대별을 바라보며 마음을 나누는 것도, 나무들의 떨림도 느낄 수 없다.
그런 면에서 법과 제도 역시 인간의 자연스러움을 발현하기 보다는 절차와 적용의 민주성만을 구현하는 것 같다.
최근 현대 문명에 대한 반성을 담은 글이 많이 발표되고 있다. 또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하여 자연과 가까워지려는 노력이 여러 사람들의 다양한 방법들로 진행되고 있다.
이 책을 읽고 공감할 수 있다면, 오랜시간 동안 잊어버렸던 우리의 본성을 다시 자각하기 위한 자극을 받았다는 의미가 될 것 같다.
-세상 사람들이 쓰는 말이 줄어들면 그만큼 세상에서 일어나는 문제도 줄어든다.(당신을 사랑해 바니 비)
-할아버지와 할머니에게 사랑과 이해는 같은 것이었다. 할머니는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사랑할 수 없고, 또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을 사랑할 수는 더더욱 없다, 신도 마찬가지다.
-영혼의 마음은 근육과 비슷해서 쓰면 쓸수록 더 커지고 강해진다. 마음을 더 크고 튼튼하게 가꿀 수 있는 비결은 오직 한 가지. 상대를 이해하는데 마음을 쓰는 것이다.
-그제서야 나는 영혼이 빠져나간 마른 통나무만을 땔감으로 쓰는 이유를 알았다. 또 그때서야 비로소 숲과 산에도 생명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참 묘한 일이지만, 늙어서 자기가 사랑했던 것들을 떠올리게 되면 좋은 점만 생각나지 나쁜 점은 절대 생각나지 않는다. 그게 바로 나쁜 건 정말 별거 아니라는 걸 말해 주는 것이다.
-돈을 숭배하여 돈을 써야 할 때도 쓰지 않는 것은 인색한 것(돈이 그 사람의 신이 돼 어떤 착한 일도 하지 못한다)이고, 써야 할 때 돈을 쓰면서도 낭비하지 않는 것은 절약하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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