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니(공지영)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친구,학교,사회 문제로 갈등할 때
- 2009. 7. 15.
'인화 학교' 이야기다.
'무진 기행'을 연상시키고, '무진'이란 지명을 끌어들이며, 민주화 운동 29주기 기념식이 열린 작품의 배경은 두말할 것도 없이 광주다.
소설 속 일, 그러나 진실을 드러내기 위해 애쓰셨던 분들이 주위가 많이 계셨는데도 사실을 잘 알지 못했다. 이 책을 통해 띄엄띄엄 알고 있던 일들의 전후 사정을 알게 되었으며, 아귀가 맞기 시작했다. 바쁘다는 이유로 힘을 더해야할 때 그렇지 못한 것이 상황 판단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가장 큰 오류다.
너무나 사실 관계가 뻔한 사실을 모티프로 했지만, 도가니는 인화 학교 사건에서만 끝나지 않는다.
사건이 진실에 한 걸음도 다가가지 못하는 광란의 도가니를 이야기 하고 있다. 진실을 뜨겁게 달구기 위한 도가니는 외형으로 감춰진 사건의 본질을 뜨거운 열기로 드러내 준다. 따라서 그 과정은 역설적이며 풍자적이다.
먼저 인화 학교.
농아 학교에 수화를 할 수 있는 교사가 없다.
가르치는 일은 용기가 필요한 일인데 양심 있는 교사가 없다.
학교는 열린 배움터인데 항상 폐쇄돼 있다.
학교와 학원을 관리 감독해야할 교육청과 시청은 부정의 배후 세력이다.
그리고 우리 사회.
진리를 추구해야할 종교는 거짓된 여론을 재생산하며 당신들의 천국을 만드는데 힘을 쏟는다.
법으로 풀어야할 법원은, 판사 재량으로 법을 뛰어넘는 전관 예우의 불문율을 지킨다.
내부 고발자는 본인의 가장 내적인 이야기(개인의 사생활까지)까지 고발당한다.
돈이 절실히 필요한 사람들은 돈 때문에 자신의 상황을 팔아 넘긴다.
가장 민주화되었다는 도시, 그래서 민주화 29년을 기념하는 이 도시에서 가장 비민주적인 행태가 드러나고 있는 건, 우리의 민주화가 완성이 아니라 과도기라는 것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그래서 오늘도 무진 아닌 다른 곳에서도 민주화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삶의 터전에서 내몰리고 있다.
가장 현실적이기에 결론도 현실처럼 마무리하지 못했지만, 쇳조각조차 녹이는 '도가니'에서
가장 치열한 삶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어, 책장을 넘기는 과정이 현실을 확인하는 끔찍한 과정만은 아니다.
본 도서 리뷰는 TISTORY와 알라딘이 제공하는 서평단 리뷰 포스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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