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커(배미주)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친구,학교,사회 문제로 갈등할 때
- 2010. 6. 13.
미래 사회에 대한 불편한 전망과 극복
‘판타지 소설’로 분류될 이 소설은 미래 사회를 이야기하고 있지만, 지금 여기의 이야기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한반도라는 이야기의 배경도 그렇지만, 20대 실업문제와 저출산 문제, 극심한 빈부차, U-러닝 등 간접 체험과 지식을 강조하는 교육 풍토, 이 과정에서 싱커들의 광장 모임은 효순이 미선이 사건으로 인한 촛불시위와 2년 전의 촛불시위를 떠올리게 하며, 신아마존의 파괴도 4대강 사업과 연결된다. 신아마존과 시안을 파괴하는 ‘곰쥐’를 MB로 대치하면 너무나 불경한 것일까.
그래서 ‘싱커’에 그려진 미래 사회의 문제는 현재 우리 사회에 모두 적용된다.
미래 사회는 통제 사회이다. 지하 세계라는 공간은 시간까지도 통제하는 공간이다. 또 유전 공학의 발달로 인간의 수명이 획기적으로 늘어난 만큼 각종 질병과 수명 보조 장치를 사용해야하는 상황이며, 유전자 조작(변형) 자체가 인간 자체를 통제하고 있다. 늘어난 수명은 취업, 결혼 등 각종 사회 문제를 야기하고 그 결과 출산율 저하 등의 문제가 발생하며 ‘시안’ 세계는 노인과 늦둥이 아이들밖에 없는 장구 형태의 사회 구조다.
교육은 그런 통제 시스템을 고착화하는데 사용된다. 동조 본능을 잠재우기 위해 직접 체험보다는 간접 경험을 통한 개별 교육을 실시하며 학교와 지식은 출세를 위한 수단이거나 이데올로기의 주입 기능을 담당한다.
결국 미래 사회는 사람을 위한 통제가 아닌, 사람이 수단이 될 통제 사회라고 작가는 결론 내리며, 현재 많은 시민단체들이 대안으로 내세우는 것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게 한다.
이 책에서 중심적으로 등장하는 ‘sync’, 즉 ‘동조(同調)’는 사람과 사람 사이, 사람과 자연 사이의 소통을 의미하는 다른 말이다. 이 책이 과학 소설은 아니지만, 아이디어를 구체화한 여러 예들은 상당한 과학 지식을 근거로하고 있다고 볼 때, 소통은 자연 세계의 핵심적 원리이며 본질이다. 그것은 물론 동등한 것이지만 자연에서 보여주는 포식자와 피식자 사이의 소통일 수도 있다. 즉 자연의 질서이다.
요 몇 년 권력을 손에 쥔 자들이 지난 시대를 "잃어버린 10년"이라 들먹거리를 것을 보았다. 여러 이유를 들어 소통을 거부한 자들이 "잃어버렸다" 운운하던 그 10년이 사실 소통을 가로막는 요인들을 제거한 시기였다.
초원에서 풀을 뜯어 먹던 개개의 메뚜기들이, 붉은 갈색을 이루며 초원을 황폐하게 했다는 동조 원리에 대한 설명은 저들이나 우리나 같이 새겨 들어야할 내용이다.
(27) “처음에 사람들은 이들을 별개의 곤충으로 생각했었다. 그러다 이들이 같은 종이라는 걸 알고는 대체 무엇이 이런 광포한 변화를 초래하는지 연구했지. 마침내 과학자들은 접촉이 원인이라는 사실을 알아냈다. 접촉이라니! 특정한 시기에 예컨대 먹을 것이 궁핍한 시기나 번식기에 이 내성적인 곤충은 먼저 작은 단위로 모이기 시작한다. 이때 날개와 날개, 또는 다리와 다리가 서로 간에 접촉하게 되면 이것이 화학적 변화를 불러일으키는 것이지. 겉모습이 바뀌고 이것은 더욱 큰 군집 본능을 불러일으킨다. 걷잡을 수 없이!”
선생님은 긴 포인터를 바닥에 쿵, 찍었다. 미마는 움찔했다.
“기억해라. 동조는 도미노 현상이다. 여기에 참여하게 되는 개체의 성격은 다양하지. 크게 보면 유발자, 조기 수용자, 소극적 수용자로 나뉜다. 접촉, 충돌, 동조의 시작은 소박하다. 하지만 도미노가 쓰러지기 시작하면…….”
선생님이 보이지 않는 학생들을 향해 의미심장한 미소를 흘렸다.
“도미노가 쓰러지기 시작하면 시간문제일 뿐이다. 기억해라. 인간의 이성이란 것도 이처럼 감염되기 쉽다.”
(44) 응 스위치. 우리가 잃어버린 기관이나 기능은 몸속에서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라 그저 필요 없어서 창고에 쌓아둔 물건처럼 어딘가에 남아 있거든. 우리 기억이 그런 것처럼.
(125) 광장으로 나가자 아이들이 침묵 행진을 하고 있었다. 젊은 수호대 대원들이 대열의 가장자리에 일렬로 늘어서서 따라 걷고 있었다. 진압 때 벌어진 사고에 당황한 당국에서 일단 이번 시위는 지켜보기로 한 모양이었다. 이미 전 광장의 불이 꺼진 표준시 24시에, 아이들은 그 플래시를 광장의 천장을 향해 들고 일제히 껐다 켰다를 하면서 행진하는 것이었다. 똑같은 박자로 깜박이는 불빛이 천장에 만드는 찬란한 무늬를 보자 미마는 절로 칸이 보내주었던 반딧불이 영상이 떠올랐다. 시안의 모든 광장에서 침묵 속에 행진하는 아이들이 박자를 맞추어 불빛을 깜박이는 광경을 상상했다. 가슴이 벅차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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