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이꽃님)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도 운전하면서 오디오북으로 읽기 시작했다. 성우의 목소리에 인물의 성격이나 감정이 잘 드러나 있어 금방 몰입하게 되었다. 듣다 보니 뒷이야기가 궁금해 바로 담양공공도서관으로 이동해 책을 빌려 중반부터는 줄글로 읽었다. "죽이고 싶은 아이"를 띠지에 드러낼 만큼 이 책의 반전도 상당했다.

 

이야기는 두 명의 서술자를 통해 전달된다. 해록이와의 일이 사랑임을 주장하는 해주의 목소리에, 이야기 후반부에는 그것이 폭력이었음을 설명하는 경찰관의 목소리, 마지막으로 자신의 입장을 설명하는 해주의 목소리를 통해, 사랑과 폭력은 어떤 포함 관계에 있는 것이 아니라 전혀 다른 것임을 경험하게 된다. 반전이 큰 이야기라 소감 쓰기가 조심스럽다. 반전을 통해 드러내고자 하는 작가의 의도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중학생들과 생활하면서 사랑으로 고민하고 성장하는 아이들을 적잖게 본다. 사랑을 하며 나로만 채워졌던 내 마음에 다른 사람이 들어오며 나와 남을 동시에 바라보고, 평소와 다른 나로 인해 주위의 가까운 사람들과도 갈등이 생기며 그 자체로 사랑을 문제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삶은 경험하며 만들어 가는 것이니 그만큼 성장하는 시간이라고도 생각된다.

그런데 사랑이 오롯이 그 자체가 아닌 도구나 수단이 된다면 당사자들에게 어떤 문제가 생길까, 사랑에 대한 생각에서 이야기의 반전은 그 진폭이 달라진다.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이란 제목에서 '당연하게도'가 유독 눈에 들어왔다. 사람 사이에서 '당연하게도'는 참 문제적인 시각이다. '당연하다'는 말은  뭔가 절대적이고 수직적인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사랑'과 '당연함'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그런데 '해록'이는 어디에 있을까.

 

(11) "범죄 영화를 꽤 많이 봤나 보네. 그래서 이것도 범죄 사건이니?"
경찰이 마치 나를 떠보려는 듯이 물었다.
"아니요."
나는 경찰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대답했어. 더는 웃지 않았지.
"이건 사랑 이야기예요."

-앞으로 이어질 이야기가 '사랑'인지 생각해 보라고 하는 질문 같다.

(110) '네가 좋아서 하는 거면 상관없는데 그게 당연해지도록 두지는 마. 네 선의잖아. 그 애가 좋아서 그 애한테 맞추고 싶은, 그 애를 향한 네 마음이잖아. 그게 당연해지면 안 되지. 아무리 좋은 마음이어도 당연해지기 시작하면 볼품없어져.‘

-일방적인 관계에 대한 경계다. 비슷한 구절이 여러 번 나온다.

(127) 오늘 하루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 나눌 사람도 없고, 친구랑 싸워도 편들어 달라고 할 사람도 없었어. 나는 그냥 혼자였어. 네가 나타나기 전까지는.
너는 내 인생의 위로야.
너는 따듯한 말이고, 손짓이고, 미소야.
네가 그랬잖아. 너는 나의 전부라고. 나는 네가 없으면 안 된다고, 나한테는 네가 꼭 필요하다고.
맞아. 나는 네가 필요해. 네 말이 전부 맞아.

-안타까우면서도 부담스러운 말이다. 사랑은 총합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는 것 같다.

(134) "사귄다는 건 서로의 마음을 확인했다는 거지, 서로를 소유한다는 뜻은 아니야. 사랑한다는 건 서로를 존중하면서 아껴 준다는 거지, 억압하고 괴롭히는 게 아니라고."

(178) 때리거나 욕만 안 하면 사람들을 그렇게 대해도 되는 거니? 누구든 네 말에 따라야 하고, 네가 시키는 대로 해야 한다고?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안 된다는 거, 정말 몰랐니?

(201) 당연하게도 나는 너를 사랑하니까.
사랑했기 때문이었어.
해록아. 나는 정말로 절 좋아해. 너무 좋아해서 온 마음을 다해 너를 대했을 뿐이야. 그게 잘못이었을까? 그치만 너도 분명 날 좋아했잖아. 좋았던 날들이 수도 없이 많았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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