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고금을 떠나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비슷하다. 국경을 너머 휴가를 다니는 모습 정도만 빼면 우리 나라 부모와 아이들의 이야기라고 해도 맞아 떨어지겠다. 이 책은 "사람을 있는 그대로 내버려 두자"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특히 부모와 자식은 핏줄이 얽혀 자신의 방식대로 상대방이 살아가도록 강요하기 마련이다. 그런 과정에서 여름방학 불청객을 맞이하게 되었고, 불청객 재스퍼 역시 부모의 이혼과 재혼 사이에서 특별한 아이로 성장하게 되었다. 가족들은 재스퍼의 문제를 접하면서 가족 내 자신들의 삶의 방식에 대해서 돌아보게 된다. 여러 상황에 등장하는 '인생의 아이러니'를 파악해 보면서 책 내용을 나눠도 재미있을 것 같다.. *인상 깊은 구절 (129) 난 누나가 부모님한테 그렇게까지 화가 나 있다고는 생각하지 ..
우리 주변엔 너무 커서 알 수 없는 것과 너무 작아서 알 수 없는 것이 너무 많다. 우주의 탄생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는 인간의 삶을 규정할 만큼 본질적인 문제이지만 너무나 거대한 세상이기에 파악하기 어려우며, 최근 독일과 스위스 등에서 문제가 되는 슈퍼박테리아는 인간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이지만 너무 작아서 그 이유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겁'과 '찰나'의 사이에 위태롭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 우리 사람일까. "거인을 바라보다"는 너무 커서 잘 모르는 고래에 대한 이야기다. 고래 자체가 너무 크기도 하고, 고래의 삶의 영역이 크기도 해서 우리는 고래를 잘 파악하지 못했다. 아마 이제야 고래가 숨을 쉬기 위해 분기공에서 수증기를 쏟아내는 시간만큼만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해야할 것 같다. 고래의 삶에..
갑작스러운 교통 사고로 아빠는 아내를, 아이들은 엄마를 잃는다. 그 충격으로 가족은 가족이라는 의미에서 표류하고 만다. 아빠는 자신만의 상처만 생각하며 일방적으로 바다 여행을 추진한다. 아름다운 자연을 배경으로 아이들은 엄마와 있었던 추억들을 떠올리며 엄마의 빈자리를 채운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실종으로 무인도에 표류하게 되고, 벤은 동생들을 살리기 위해 목숨을 건 무모한 항해를 한다. 운 좋게 도움을 받게 되고, 다시 만난 가족. 그러나 권위적이고 이기적인 아빠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큰아들 벤. 하지만 그런 아버지와 자신의 모습에서 공통점을 찾아 아빠를 이해한다. 엄마를 닮아, 아버지를 이해하려는 둘째 아들 딜런과 다섯 살 제리까지, 4명이 있어야 가능했던 항해를 통해 가족은 방향을 찾고 인생의 ..
집을 떠나거나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나이로 청소년 문학에서는 열 여섯, 열 아홉이 자주 나온다. 열 여섯은 중학교 졸업은, 시골에 남을 것인지 떠날 것인지를 고민하는 시기다. "어쩌자고 우린 열일곱", "나는 아름답다" 이 두 책은 고향을 떠나 겪게 되는 성장의 고통, 또는 그 과정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다. 열 아홉은 떠남의 거리가 훨씬 더 멀거나 정신적인 차원의 떠남이 제시되는 경우가 많다. "꼴찌들이 떴다"는 무기력한 학교 생활을 끝나고 사회 생활을 하며,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 세상을 배운다는 이야기이다. 떠남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는 성장 소설의 중요한 과정이라고 할 만큼, 많은 작품에서 나타나고 있다. "도무라 반점의 형제들"도 궁극적으로는 '떠남'이다. 큰아들이며 가..
재스퍼존스가문제다 카테고리 소설 > 영미소설 > 영미소설일반 지은이 크레이그 실비 (양철북, 2010년) 상세보기 "재스퍼 존스가 문제다." 문제의 원인을 나 아닌 다른 데로 돌리는 이유는, 인정하고 싶지 않고, 회피하고자하는 욕구가 크기 때문이다. '재스퍼 존스'는 술, 담배, 절도, 무단결석, 폭력을 휘두르는 문제아다. 그러나 엄마 없이 술주정뱅이 아빠와 살고 있는 재스퍼 존스에게 절도와 술, 담배에 대한 입장이 다르다. 겉으로 보여지는 부분에 사람들의 말이 이유가 돼 재스퍼 존스는 실제보다 몇 배 과장돼, 좁은 지역 사회 안에서 문제아로 낙인 찍혔다. 그런 재스퍼 존스의 은신처에서 사람이 죽었다. 재스퍼 존스는 자신을 범죄자로 지목할까 두려워 자신을 믿어줄 사람으로 동급생인 주인공, 찰리 빅턴의 창..
생각보다 더 빨리 교육 현장이 변하고 있다. 교과부나 교육청에서 추진한 정책이 아닌, 이른바 우리 진보 교육 진영의 학생 인권과 체벌 문제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빠르게 형성되고 있는 것이다. 가르치고 배워야 할 지식의 성격도 진작 달라졌다. 가르치고 배워야 할 목적도 달라졌다.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공간도 학교만큼 학교 밖에 많다. 그래서 학교를 뛰쳐나가는 아이들도, 선생님도 많아졌다. 는 그렇게 학교가 아니어도 더 크게 배울 수 있는, 아니 학교가 아니기 때문에 자신의 힘으로 사회를 보고 해석할 수 있는 10대 아이들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그리고 아이들의 이야기에 공감하기에 학교 밖의 이야기로 학교의 문제점을 소극적으로 동조하고 있다. 그래서 여덟 살 교문에 들어선 이후 지금까지, 학교를 떠나서 생..
구름을 뚫고 우뚝 솟아 있는 산, ‘시타델’. 단단한 바위와 만년설로 사람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차갑고 날카로운 산이다. 하지만, 표지에서 보이는 열여섯 살 루디의 등정 모습은 가볍고 경쾌하며 자연스럽다. 루디의 ‘시타델’은 처절한 사투가 벌어지는 정복 대상이기보다는 가장 자연스러운 인간을 허용하는 공간이며, 인간을 가장 자연스럽게 성장시키는 공간이다. 루디에게 ‘시타델’은 가장 뛰어난 가이드였던, 아버지의 목숨을 빼앗아간 공간이다. 하지만 루디는 아버지의 흔적과 꿈이 담긴 시타델이 오르고 싶다. 자식이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며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루디의 엄마와 그런 누나를 지켜보며 루디의 재능과 시타델을 철저히 외면하는 외삼촌이 곁에 있지만, 시타델에 오르고자하는 루디의 본능을 막을 수 없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었던 멕시코인들의 임시 정착지에는 갖은 사연으로 흘린 사람들의 눈물을 먹고 자란다는 "눈물나무"가 있다고 한다. 더 나은 생활을 위해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가는 멕시코인들. 미국은 이들을 막기 위해 몇 천 킬로미터에 담장을 쌓았다. 책을 읽다보면 국경을 넘은 멕시코인들처럼, 미국에 도착한 청교도인들도 불법 이민을 했다는 구절이 나온다. 물론 그들은 문명의 힘을 동원하여 원주민을 몰아내고, 점차 주변 지역까지 자신의 땅으로 만들었다. 미국의 많은 지명이 원주민이 사용하던 이름이거나, 빼앗기 이전의 지명이라는 점은 불법적으로 이주해온 그들의 역사를 잘 말해준다. 이야기의 배경이되는 멕시코 경계지역은 '멕시코'라는 문화적 동질성에, 자본의 필요에 의해 형성된 경제..
가출 엿새 뒤, 아들이 ‘기적같이’ 들어왔다. 그날 부부는 가출 청소년을 모험가, 반항자로 부르는 까닭을 알 수 있었다. 조심스레 어디에서 먹고 잤느냐고 묻자 아들은 대수롭지 않게 대꾸했다. “친구 집에서….” (확인 결과, 아들의 말은 모두 사실이었다) 가출 이유에 대해서는 “대답하기 싫어!” 소리를 반복하더니, 마지못해 “그냥 집이 싫었어. 갑갑해!”, “휴대폰을 일방적으로 끊은 것도 짜증났어.”라고 말했다. “겨우 그것 때문에 가출한 거야?” 김씨는 어이가 없어서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이번 사건의 결말이 ‘개과천선을 다룬 사춘기 드라마 같다’는 생각을 했다. 또 자신이 아들의 경이로운 외적 성장(8개월 만에 키와 몸무게가 14cm, 10여kg 늘었다!)에만 관심을 쏟았지, 내적 성장통과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