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인을 바라보다(엘린 켈지)

 

우리 주변엔 너무 커서 알 수 없는 것과 너무 작아서 알 수 없는 것이 너무 많다.

우주의 탄생을 둘러싼 다양한 논의는 인간의 삶을 규정할 만큼 본질적인 문제이지만 너무나 거대한 세상이기에 파악하기 어려우며, 최근 독일과 스위스 등에서 문제가 되는 슈퍼박테리아는 인간의 생존과 관련된 문제이지만 너무 작아서 그 이유를 명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겁'과 '찰나'의 사이에 위태롭게 존재하고 있는 것이 우리 사람일까.

 

"거인을 바라보다"는 너무 커서 잘 모르는 고래에 대한 이야기다.

고래 자체가 너무 크기도 하고, 고래의 삶의 영역이 크기도 해서 우리는 고래를 잘 파악하지 못했다. 아마 이제야 고래가 숨을 쉬기 위해 분기공에서 수증기를 쏟아내는 시간만큼만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해야할 것 같다.

 

고래의 삶에서 느낄 수 있는 것은, 우리 사람들만이 매우 특별한 존재는 아니라는 것이다. 감정, 사고, 사회, 연대 등 우리를 인간이라고 규정하는 많은 것들을 그들만의 방식으로 누리며 살고 있다.

오히려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모성애를 지녔고, 쉴새없이 먹이를 찾아다니는 와중에서도 먹이의 위치를 공유하며, 본능과 관계없는 성과 사랑, 인간과 비슷한 시기의 폐경 등 인간보다 더 인간 같은 모습을 보여준다.

결국, 고래를 바라보며 우리 인간의 삶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수밖에 없다. 조물주의 분신이라고 하지만 우리 역시 먹이사슬의 최상층을 차지하고 있는 자연의 일부라는 것을 고래의 습성과 멸종해 가는 고래의 모습, 또 이 책에서 언급하는 침팬지 등 다른 자연들에서 다시 확인할 수밖에 없다.

 

(98) 거울아, 거울아. 이 세상에서 누가 제일 똑똑하니? 그것은 맥락에 따라 달라진다. 환경에 따라 달라진다. 우리의 의식에 깊히 박힌 이야기 구조를 넘어서는 열린 마음이 있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나는 조용히 고개 숙이고 '존재의 대사슬'을 내려놓는다.


(110) "우리는 그들이 왜 물 위로 뛰어오르는지조차 아직 몰라요. 분명 상당 부분은 재미로 그러는 것 같아요. 그와 같은 많은 일상적 행위들, 그러니까 물 위로 뛰어오르거나 지느러미로 가슴을 치거나 여러 소리를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면, 그게 집단의 행동이라기보다는 개체로서 단지 즐거워서, 또는 노느라 그러는 것이 분명한 것 같아요. 대부분 그런 모습은 패턴화되어 있지 않은 경우가 많고, 개별 고래들마다 독특한 방식을 보이거든요. 거기에 어떤 환경 적응적인 의미가 있다거나 실용적 목적이 있다고 보기는 어려워요. 이런 행위들 상당수가 고래가 정말 사람과 비슷하다는 사실을 말해주지요."

 

 호모 사피엔스, 호모 파베르, 호모 루덴스. 동물과 다른 우리 인간만의 특징을 규정하는 말들이다. 즉 생존을 위해 필수적인 행동만 하는 동물과 다르게 우리 인간은 생존, 본능과 관계 없이, 또는 자연의 것을 창의적인 방법으로 풀어나간다는 것인데, 이런 정의들이 고래와 돌고래에게도 맞아 떨어진다.

 

(187) 나는 예전에 할 하이트헤드가 시간과 규모에 대해 했던 말을 떠올렸다.
"대양은 우리와는 다른 규모로 움직입니다. 우리는 더 긴 시간을 갖고 바라볼 수 있어야 합니다. 나는, 인간이 개입하기 전에는 대양이 더 안정적이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인간이 나타나 어지럽히기 전에도 대양은 아주 역동적인 장소였죠. 특히 거시적인 관점에서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그러나 우리는 자연의 그런 가변성을 무시한 채 너무 치명적인 방식으로 대양을 파헤쳐놓았어요. 정말 오싹한 현실입니다.

 

 자연은 역동적인 공간이다. 그런 의미에서 어떤 의도를 가지고 자연에 인위적인 힘을 가한다는 것은 매우 위험한 행동일 것이다. 자연을 대상으로 한 어떠한 의도적 행동보다 우리 인간의 행동에 기준을 세워야한다는 이야기가 뒤이어 나온다. 그런 면에서 '4대강 살리기'는 위험한 행동이다.

 

거인을 바라보다
국내도서
저자 : 엘린 켈지(Elin Kelsey) / 황근하역
출판 : 양철북 2011.0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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