땀 흘리는 글(송승훈 외 엮음)

올해 처음으로 2015개정 교육과정 중 3학년을 맡게 되었다.
수업도 평가도 새로이 계획하고 준비해야 하는데, 무엇보다 1학기 1권 읽기를 어떤 책으로 준비해야 할지 막막했다. 방향은 1학기는 청소년 노동인권 혹은 진로, 2학기는 고전읽기를 정했지만 좋은 책들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주제도 잘 맞아야 하고, 수준도 맞아야 하는데, 주제를 다루는 것이 가볍거나 협소한 문제들이 많았고, 2학기 고전읽기는 수준에 맞을지가 고민이었다.

어쨌든 발등에 불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 1학기에 학생들에게 읽힐 책들을 읽었는데, <저스트 어 모멘트>, <별 볼 일 있는 녀석들>, 마지막으로 <땀 흘리는 글>을 읽었다.

그 중 <땀 흘리는 글>을 가장 먼저 정리해 본다.


세 가지 책 중 어찌 보면 가장 지루할 수 있겠으나, 노동의 현장에서 만나는 다양한 고민과 문제들을 종합적으로 접할 수 있는 큰 장점이 있는 책이었다. 직업군으로 정리해 보면, 작사가, 라디오 진행자, 의대생, 교도관, 스튜어디스, 소방관, 헌책방 운영자, 편의점 알바생, 간호사, 교사, 요리사, 크리에이터, 소설가 등 다양했고, 그들이 부딪히는 보람과 함께 내면적인 갈등과 현실에서 부딪히는 문제들을 매우 다양하게 담은 책이다. 소설이 가지지 못하는 현실감이 넘쳐나는 책인데, 아이들이 읽기에 조금은 지루할 수 있겠지만 목표는 좀더 분명히 접근할 수 있는 책이다.

땀 냄새 물씬 나는 수필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것은 <숟가락이 너무 무거워요>, <교사상처>, <손님과 손놈, 그리고 사기꾼>, <통장 잔고가 스트레스처럼 쌍이면 좋겠다>, <소설가 이전과 이후의 삶>이다.

결국 땀내 폴폴 나는 이야기들은 이렇게 글로 엮여 책이 되었으니, 그들의 힘듦과 고통, 보람들이 나타나는 과정들이 '기록'을 통해, '기록'에 의해 치유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보여준다.

<저스트 어 모멘트>, <별 볼 일 있는 녀석들>, <땀 흘리는 글> 중 어떤 것을 주요 도서로 삼을지 미정이지만, 지금 마음 속에 깊이 스며든 책이다. 두 책에 비해.

 

*2023. 3. 18. 정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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