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름모꼴 내 인생(베리언 존슨)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사랑과 성으로 고민할 때
- 2010. 9. 9.
지금과 같은 저출산 사회에서 임신은 개인이나 사회 모두가 기뻐할 일이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에는 큰 희생이 따른다. 모성애는 본능이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쳐 본능이 꺾이는 경우를 자주 확인하는 것도 사실이다.
가정을 이룬 성인의 경우가 이런데, 청소년의 임신과 출산, 그 시작이라할 수 있는 ‘성’은 그 존재를 부정해야할 금기시할 일이다. 학교에서 이루어지는 생활지도가 매번 그렇듯, 한 걸음 허용했을 때 학생 생활 전체가 무너질 수도 있기에 ‘배수진’을 치며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그러는 사이 청소년들의 성경험은 빨라지고 횟수도 늘어나고 있다.
IMF 이후 양극화된 사회 속에서 경제적 어려움은 아이들을 보호하고 지지하며 살피는 가정의 기능과 역할을 무너뜨려 버렸다. 충분히 사랑받지 못하고 성장한 우리 아이들은, 사랑을 받고 확인하고 유지하는 일에 낯선 까닭에 즉흥적이고 수동적인 선택을 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노래, 드라마, 영화, 인터넷 등에서 접하는 성과 사랑 역시 자극적이며 왜곡돼 적절한 선택과 행동을 하기 어렵게 한다.
청소년의 삶을 반영하는 청소년 문학에서도 2006년 이후 청소년의 성과 사랑, 임신, 출산을 다룬 책들이 꾸준히 출간되고 있다.
<쥐를 잡자>, <이름 없는 너에게>, <키싱 마이 라이프>가 그것인데, <쥐를 잡자>와 <이름 없는 너에게>는 비교적 성교육 지침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쥐를 잡자>는 미혼모로 자식을 낳아 기른 후의 정신적인 충격과 낙태 후의 정신적인 충격이 강렬하게 전달된다. <이름 없는 너에게>는 남자와 여자의 입장 모두가 서술돼 임신 후 남녀의 생각의 차이가 잘 드러난다. 두 책 모두 임신 후 낙태와 출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그동안 갈등을 빚어왔던 가족의 과거가 드러나며 이해하는 과정도 제시돼 있다.
<키싱 마이 라이프>는 청소년의 성적 욕구를 인정하며, 출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해체된 가족성을 회복한다는 긍정적인 부분도 많이 제시된다. 그러나 임신과 출산 과정이 여성의 몫일 수밖에 없음을 잘 드러내고 있다.
이 책, <마름모꼴 내 인생>은 임신과 낙태를 경험한 아이가 멘토가 돼 비슷한 상황에 있는 후배와 함께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이야기이다. 가정 해체로 인한 부족한 사랑과 그를 채워준 남자 친구의 존재, 준비없이 이뤄진 성관계와 임신, 아버지의 선택에 따른 낙태를 겪으며, 이성 교제에 대한 불안함과 정신적인 충격, 아버지와 딸의 서로에 대한 불신 등의 문제가 생긴다. 하지만 멘토로서 역할과 새로운 사람을 만나며 과거의 아픔에 대한 치유, 아버지와 소통하며 자신의 인생을 ‘마름모=다이아몬드’로 인식하게 되는 밝고 명랑한 이야기이다. 이전 책들과 다른 점은, 당사자들의 출산에 대한 충분한 고민과 선택의 중요성이 강조되었다는 점이다.
행복한 결말에, 이야기의 상황이 성이 개방돼 있는 미국이며, 경제적으로 넉넉한 집안 형편에, 졸업을 앞둔 외모나 재능이 뛰어난 고등학생들이 주인공이라는 점이 이야기의 분위기를 밝게 이끌어 가고 있지만 우리 나라 현실과 일반적인 상황에서 보면 비현실적이라고 비판받을 수도 있겠다.
<88만원 세대>에서도 이야기되었듯 우리 나라는 10대, 20대가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기 어려운 사회다. 그렇다 보니 10대와 20대의 성을 금기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뱃속의 아이가 자신의 삶을 갉아먹거나 자신의 존재를 끊임없이 자각하게 하는 ‘쥐’로 묘사되기도 한다.
그렇다고 이미 현실이 된, 청소년의 성과 사랑을 덮어두고만 있을 수는 없지 않을까. 사회적인 합의와 논의가 그 무엇보다 필요한 주제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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