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가 알파요 오메가인 대한민국에서 한국현실에 맞는 제대로 된 진로 관련 청소년 소설이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었다. 그런 내 바람을 알기라도 하듯 이 책이 나왔다. 의도적으로 기획된 생소한 ‘지식소설’이라는 이름을 달고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전개된 성장소설의 흐름은 작가의 의도한 목적성을 직접적으로 드러내면서 거부감이 없이 받아들일 수 있었다. 소설 곳곳에는 평범한 고등학생 태섭의 눈으로 본 대한민국의 왜곡된 진로교육의 현실을 제대로 짚어내고 있다. 어떤 의미도 없는 수능을 위한 공부, 과목별 성적이 주가 된 문이과의 구별, 가슴이 뛸 정도의 즐거움을 깨닫지 못한 청소년 시기,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해 선택한 직업 등. 이제는 진정한 진로를 고민할 때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온리 'SKY', '인 서울'..
책 표지를 보고 ‘스키 점프’를 소재로 한 이야기인 줄 알았다. 그런데 이야기에서 말하는 ‘시속 370km’는 매가 사냥을 할 때 하강 속도라고 한다. 주인공 동준이는 스트레스를 오토바이 질주로 풀어간다. 비록 동네 중국집 ‘만리장성’의 배달용 오토바이로만 속도를 느끼고 있지만 언젠간 ‘로드스타’ 같은 제대로된 바이크를 타고 속도를 온몸으로 느끼고 싶은 아이다. 그렇게 돈이 필요한데, 아버지는 매잡이에 빠져 가족은 물론 집안 형편을 돌아보지 않는다. 결국 어머니와 별거까지 하게 되며, 매 순간 자신이 아버지가 키우는 매보다 못한 대접을 받는다며 서운해한다. 그러나 동준의 목소리에는 비관과 서운함이 가득하지는 않다. 매에 빠져 있는 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고, 자신의 자리를 매가 앗아간 것 같아 불만이기는 ..
재미있다.이야기 초반부터 주인공 수선이 가족에 대한 반전이 있고, 추리 소설적인 요소가 있어 이야기가 어떻게 풀릴지 읽는이의 관심을 꾸준히 이끌어 내는 힘이 있기 때문이다. 제목처럼 힘들고 어렵더라도 긍정적인 자세로 자신의 꿈을 향해 뛰어나가다 보면 좋은 결과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강하다. 주된 사건이 지나치게 '픽션'이며, 캐릭터에 대한 작가의 개입이 지나치다 싶은 부분도 있지만, 학교의 모습에 대해 생각할 거리도 제공해 준다. 먼저 대부분의 청소년 소설이 그렇듯 학교와 교사가 불편하게 등장한다. (26) 아무튼 그는 다른 선생들처럼 석차에 연연하는 좀생이는 아니었다. 자신의 욕망에 충실하고, 자신이 삼십칠 년을 살아오며 깨달은 진실을 학생들에게 용기 있게 얘기해 주는 유일한 산 지식인이..
이번에 고른 책도 ‘열일곱’이다. 요새 청소년 문학의 화두가 ‘열일곱’이라 관련 책이 많은 것인지, 아니면 ‘열여섯’들과 진지한 계기를 만들기 어렵다는 무의식에 열일곱 이야기를 골라내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열일곱’이다. 책 표지를 보는 순간 “파랑 치타가 달려간다”가 떠올랐다. 오토바이와 주인공의 얼굴로 장식한 표지에서, 절망에 빠져 있는 파랑 치타의 ‘강호’와 빨간 바이크 ‘재하’가 비슷했다. 하지만 ‘강호’가 학교에서 ‘파랑 치타’라는 밴드 활동을 하며 마음을 잡아가는 것과 다르게 ‘재하’는 ‘드림레이스’의 예비 과정을 이수하며 자신감과 함께 실력을 찾아가고 있다. 이른바 ‘문제’ 상황을 풀어 가는 두 책의 차이가 ‘내게’ 크게 느껴진다. 아이들의 문제 상황에 주목하여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치유..
작가의 전작 의 뒷이야기다. 이야기의 흐름, 편집, 그림 등 많은 면에서 과 비슷하고 또 이어져 있다. 에서 문제 삼고 있었던 '나의 리듬', '나만의 것'에 대한 화두가, 에서는 '나만의 꿈'과 연결돼 있다. 중3이 된 사유키는 특별하게 꿈이 없다. 그런데 믿고 따르던 신지 오빠가 음악을 접고 방황하며 '꿈'에 대해 고민한다. 게다가 공부를 썩 잘했던 친언니, 사촌 오빠 모두 꿈을 접고 현실적인 선택을 하는 걸 보며, 인어 공주가 '인간의 다리'와 바꾸기 위해 '목소리'를 버린 것처럼 자신의 리듬을 잃은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사유키에게 큰아버지(신지의 아빠)는, 자신만의 꿈을 찾아보라고 한다. (100) “사유키 넌, 늘 신지한테 기대를 했지. 녀석의 꿈에 지나치게 기대했어. 이제, 포기하는 게 좋아..
집을 떠나거나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나이로 청소년 문학에서는 열 여섯, 열 아홉이 자주 나온다. 열 여섯은 중학교 졸업은, 시골에 남을 것인지 떠날 것인지를 고민하는 시기다. "어쩌자고 우린 열일곱", "나는 아름답다" 이 두 책은 고향을 떠나 겪게 되는 성장의 고통, 또는 그 과정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다. 열 아홉은 떠남의 거리가 훨씬 더 멀거나 정신적인 차원의 떠남이 제시되는 경우가 많다. "꼴찌들이 떴다"는 무기력한 학교 생활을 끝나고 사회 생활을 하며,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 세상을 배운다는 이야기이다. 떠남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는 성장 소설의 중요한 과정이라고 할 만큼, 많은 작품에서 나타나고 있다. "도무라 반점의 형제들"도 궁극적으로는 '떠남'이다. 큰아들이며 가..
구름을 뚫고 우뚝 솟아 있는 산, ‘시타델’. 단단한 바위와 만년설로 사람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차갑고 날카로운 산이다. 하지만, 표지에서 보이는 열여섯 살 루디의 등정 모습은 가볍고 경쾌하며 자연스럽다. 루디의 ‘시타델’은 처절한 사투가 벌어지는 정복 대상이기보다는 가장 자연스러운 인간을 허용하는 공간이며, 인간을 가장 자연스럽게 성장시키는 공간이다. 루디에게 ‘시타델’은 가장 뛰어난 가이드였던, 아버지의 목숨을 빼앗아간 공간이다. 하지만 루디는 아버지의 흔적과 꿈이 담긴 시타델이 오르고 싶다. 자식이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며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루디의 엄마와 그런 누나를 지켜보며 루디의 재능과 시타델을 철저히 외면하는 외삼촌이 곁에 있지만, 시타델에 오르고자하는 루디의 본능을 막을 수 없다..
, 을 이은 좀더 현실적이고, 사실적이며, 1318 남자 아이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 수작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좀더 칭찬하자면 이제 한국에도 제대로 된 청소년 소설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기쁨을 에 이어 또 다시 느끼고 있다. 그것은 이전에 두 유진을 만났던 것처럼, 이 소설 속의 두 준희를 만난 것이 행운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매사에 불만이 많았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돈은 조금 있지만 무기력한 아버지와 종교에만 의지하는 할머니와 함께 사는 준희(김), 그리고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지만 자신의 꿈을 찾아 일찍부터 날개를 펴는 준희(장)! 김준희는 컴퓨터 게임은 하지 않지만, 무협지와 판타지에 빠져 지내며 공부는 중간 정도를 겨우 유지하는 아이다. 판타지에서는 단 몇 줄로 끝나버리는 어린시절이, 현실에..
책을 읽다보면 선진국과 어쩔 수 없는 차이를 느낀다. 특히 교육과 관련된 여러 가지 지표나 실제 운영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상황과 선진국 상황은 사회 일반적인 철학과 경험의 차이가 있기에 본질적인 차이를 낳고 만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역사가 그렇듯 처절하게 경험적으로, 철학적으로 깨닫기 전까지는 특별하게 해소할 방법이 없겠다는 다소 패배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은 지난 2월 자투리 국어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눈 MBC의 교육 다큐 “열다섯 살, 꿈의 교실”과 일치하는 내용이 많다. 특히 1부 “일 년 쯤 놀아도 괜찮아”는 유럽에서는 드물게 입시학원이 성행할 정도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아일랜드에서 30년 전부터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 시험과 평가가 없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