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부 못하는 나라, 하지만 꼴찌도 행복한 나라 ‘독일’을 가다 1. 우리는 우리의 자아를 가르친다 교육학 고전인 “가르칠 수 있는 용기(파커 J. 파머, 한문화)”에서는 교사는 자신의 자아를 가르치며, 훌륭한 가르침은 테크닉이 아닌, 교사의 정체성과 성실성에서 나온다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교사의 자아는 무엇일까.청춘을 교직에 바치려 했을 때의 신념, 아이들과 만나는 주요한 통로가 되는 교과에 대한 즐거움, 학창시절을 통해 겪었고 현장에서 존경의 사표가 되어주는 위대한 스승과 나의 가르침을 통해 새로운 세상에 대해 눈뜰 아이들의 즐거워하는 모습들이 한데 얽혀 정체성을 이루고, 이를 끊임없이 유지하며 실천하려는 성실성이 교사의 자아라고 한다. 그런데 교육 현장에서 시간을 보낼수록 교사의 자아는 매번 다양한 ..
오랜만에 고전이라는 부담을 벗고 쉽고 편하게 책을 읽었던 것 같다. 토요일 밤을 술이 아닌 책과 함께 보낸 것이 과연 몇 해 만인지? 책을 다 읽고, 이 책이 술술 쉽게 읽히는 이유가 뭘까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1.복잡한 것을 단순하게 2박3일 제주도 여행을 떠난다고 해 보자.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싸야 할 짐이며, 예약해야 할 교통편, 알뜰하게 챙겨야 할 여행지며 숙박 등, 머리를 아프게 하는 복잡함들만 해도 수십 개는 된다. 그런데 세계일주를 하면서 달랑 손가방 한 개만 준비하라고 한다. 사람들에게 약속을 한 당일에 출발하는 역대급 결단력과 실천력까지! 파스파르투가 여행지 곳곳에서 일으키는 말썽들도 준비된 돈으로 매우 쉽게 해결한다. 심지어는 여행을 방해하는 픽스 형사까지도 챙겨주기까지 한다. 이런..
지금까지 김선영 작가의 소설 4편을 읽었다. 4권 모두 특별한 경험을 이야깃거리로 삼아 금방 몰입하는 이야기들이었다. “시간을 파는 상점”은 주관적인 시간의 흐름을, “특별한 배달”은 웜홀을 통해 현재 자신의 문제를 대면하는 내용을, “미치도록 가렵다”는 청소년 소설이라기보다는 성인까지 대상을 넓혀 성장과정에 대한 이해를 잘 나타냈다. “열흘 간의 낯선 바람”도 몰입감 있게 잘 읽힌다. 먼저 이 작품은 SNS의 문제점을 잘 포착해 공감할 수 있게 만들었다.시간이 갈수록, 나이가 어릴수록 SNS에 대한 의존이 높아진 지금, SNS의 문제점과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더욱더 만나야하고 공감하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아야한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보여지는 것으로 드러내는데 치우쳐 공허함만이 가득한 관계가 아..
제목처럼,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이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빈자리에 가족과 갈등하며 게임에 빠져 있는 벤에게, 학창시절 펜팔 친구를 찾아 인도로 떠나는 할머니와의 여행은, 여행이 그렇듯, 낯섦 속에서 성숙의 기회를 제공한다. 특히 죽음에 대한 인도인들의 다양한 생각을 종교적 의식과 종교인과의 만남을 통해 체험하며 아버지의 죽음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또 어른이라는 이유로 벤을 지나치게 참견해 왔던 할머니도 자신의 민감함을 성찰하며 손자를 인정하는 과정도 인상적이다. 결국 벤과 할머니 모두 인도 여행을 통해, 자신을 성찰하고 마음의 평화를 찾는다는 이야기가 여정을 거듭할수록 잘 나타난다. 또 인도 사람들의 ‘노 프라블럼’이나, 시바와 칼리, 간샤 등 힌두교의 신들 속에 인도 사람들의 인생관을 경험..
일본편 2권은 1권의 도자기 루트와 다른 백제 멸망 후 도래인에 의한 불교문화의 발전을 중심으로 기행을 이어나간다. 그 중심에 아스카와 나라가 있고 한반도에서 도래한 불교문화가 어떻게 일본에 스며들고, 일본에서 꽃피우며, 더욱 찬란하게 발전했는지를 조명한다. 그래서 아스카와 나라 답사는 절 중심의 답사였다. 법륭사, 동대사, 당초제사 등의 건축양식과 불상제작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솔직히 불교문화에 대해서는 문외한이지만 유홍준 교수의 설명으로 얼마나 아름다운지, 얼마다 대단한지 귀동냥을 좀 한 것 같다. 확연하게 느껴지는 것은 생각보다 일본의 불교문화가 성대하고 찬란하게 독자적으로 발전했다는 것이다. 그 동안은 편견이 있었다. 항상 분열과 전쟁으로 미개한 고대, 중세 역사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 일본의 ..
유홍준의 문화유산답사기 하면 나는 대학교 시절을 떠올린다.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에 입학한 후 정말 신세계를 경험한 듯 했다. 이토록 즐겁고, 새롭고, 위대한 세상이 있었다니. 사람과 모임과 술과 학생회와 모든 것이 내 세상인 것 같았다. 나를 인정해주는 선배, 동기들은 특별한 사람들이었다. 그들과 함께 소쇄원이며, 식영정, 강진, 장흥 등으로 답사 다니며, 국어과만의 특별한 추억을 남겼다. 어쩌면 그렇게 남도를 돌아다닐 수 있게 디딤돌을 놓아준 사람이 바로 유홍준이 아닌가 싶다.나뿐만이 아니리라. 전 국민에게 온 국토가 박물관임을, 소중한 우리 문화유산임을 일깨워준 고마운 책이다.국내편 전권을 다 읽지 못했지만, 이번에 일본편을 읽게 되었다.올해 초 일본 북규슈 여행을 다녀온 남편의 호기심 때문이기도 ..
제목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제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았다고 해서 읽게 되었다. 제목처럼 내내 '그치지 않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주인공이 여행 아닌 여행을 하는 이야기다. 처음엔 형과 함께 하는 여행이어서 무척이나 의아했다. 고교 자퇴를 하고 형과 함께 하는 여행을 떠난다니, 게다가 형과 성향이 극과 극으로 다르다는데... 여행을 하는 도중 많은 인물을 만난다. 마치 부조리극처럼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선문답들이 오고가는데, 코드가 맞는듯 맞지 않는듯 하면서 대화가 이어져 나가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과거 의사였던 가수, 치매에 걸린 할머니(미세스 산타클로스), 노숙자, 목사, 풍선을 나눠주는 여자 광대(코가 파란), 기차에서 만난 대장과 판다, 그리고 19번! 아픈 기억을 하나씩 ..
끝까지 읽었지만, 어려운 발음의 나라들과 언어, 어려운 한자, 그리고 불교의 역사적인 사건들의 2/3 이상은 그냥 흘려버리듯 읽었다. 그것까지 꼼꼼히 읽다가는 1년이 가도 모자랄 것이기 때문이다. 아니 열심히 파고 읽는다 해도 과연 다 이해할 수 있을까? 하지만 글자만이라도 끝까지 읽었다는 것을 나름 위안으로 삼아 본다. 부끄럽지만. 어쨌든 글자 하나라도 다른 책과 비교하며 뜻을 분석하며 주석을 달아 놓은 작가의 집념과 공부 내공(역사적, 불교적, 한자 및 다른 언어, 역사 풍습에 대한 지식 등등등)에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물론 혜초의 왕오천축국전이지만, 그 앞에 꼭 정수일이라는 이름을 새겨놓아야 할 것 같았다. 또한 정수일 님의 다른 책도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까지. 또한 혜초를 앞서간 법현, 오..
1. 경계에서 이 강물은 두 나라의 경계선으로서, 경계란 물이 아니면 시울이 될 것 아닌가? 도대체 천하 백성들이 법도를 지킨다는 것은 저 강물 시울 짬과 같은 것일세. 도를 다른 데서 찾을 것이 아니라 저 물시울 짬에서 찾아야 될 것이네. (열하일기 上 ‘도강록’ 중 30쪽 -보리출판사-) 어둑하던 기운이 걷히고, 회색빛으로 물든 인천공항이 제 모습을 보일 때 3시간 30분 만에 공항에 도착했다. 시계는 정확히 아침 6시를 가리키고 있다. 새벽길이 막힘없이 시원하게 트였다지만, 기사님의 능력을 칭찬하기에 앞서 두려움을 느낄 정도의 쾌속(과속?)질주에 겁을 먹을 수밖에 없었다. 사실 나는 속도를 느낄 틈 없이 곤히 잠들었지만, 동승한 몇 분의 선생님들은 긴장감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고 한다. 새벽녘의 공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