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샹들리에”라는 제목을 보면서 대표 소설의 이름이겠거니 생각했다. 그런데 '샹들리에'라는 소설은 없다. '샹들리에'처럼 7편의 이야기가 모여 더 밝은, 또는 혼합의 빛을 낸다는, 그러는 게 삶이라는 의미일까. 이 책에는 성장이 필요한 어른들이 많이 등장한다. 바야흐로 성장소설은 특정 시기의 청소년 문학과 교집합을 뛰어넘어, 문학의 본질이 될 것 같다. ■ 고드름 (18) 니들은 누가 보기만 해도 기분 나쁘다고 때리지 않니? 우리가요? 니들 또래. 이상한 애들만 보셨어요? 이상하게 사고 친 애들이 주로 여길 오지. 어릴 때나 그러죠. 고등학생도 많이 와. 말이 안 되잖아요. 그 아저씨가 우리보다 먼저 나갔다니까요. (22) 돈 받고 애들 보는 사람들이 이러면 안 되죠! 돈요? 월급 나누기 삼십 해 볼까요?..
인간 같은 로봇을 통해 '진짜배기' 인간에 대해 생각해 보게 한다. 1. 안녕, 베타 인간과 기계 인간=베타의 이야기이다. 인간을 대체할 수 있고, 인간을 도와주는 로봇 세상이 와도, 삶을 질을 높이는 세상을 올 것 같지 않다. ‘개구멍’이 인상적이다. 개구멍은 시스템의 허점이다. 그래서 인간적일 수 있다. 베타가 개구멍까지 공유한다면, 베타도 인간인가? 진짜배기 인간이란 무엇일까. 2. 전설의 동영상 사춘기의 좌충우돌이 당장 겪기에는 괴로워도 그 자체가 소중한 성장과정이다. 이걸 제거하면 소중한 성장과정이 사라지므로 인류의 유지에도 큰 문제가 생길 것이다. 자연 상태의 불량품 1%는 통제되지 않는 유전자이다. 인류의 창조와 성장 자체가 유인원 사이의 돌연변이 즉 1.7%의 차이라는 말도 들었다. 무한동..
"콤플렉스의 밀도"라. 콤플렉스의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자신에게 '콤플렉스'라는 점에서 느끼는 아픔은 같다는 걸 의도한 제목인 듯 싶다. (183) 콤플렉스 없는 인간은 없습니다. 아무리 콤플렉스를 극복했다 하더라도 극복되지 않는 나머지들은 늘 존재하기 마련입니다. 그러니 이 콤플렉스를 억지로 무시하려고 하지 마십시오. 콤플렉스는 칼 융이 "새로운 일을 해낼 가능성의 실마리"라고 말한 것처럼 창조력의 원천이자, 개인을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엔진과도 같은 내연기관입니다. 자신의 콤플렉스와 직면하여 이를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다 보면 어느새 과거와는 달리 훌쩍 성숙해진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을 것입니다. 1. 송미경, 젤잘자르 헤어 '젤잘자르 헤어'에는 '털'로 상징되는 콤플렉스를 가진 사람들이 와서 ..
'문학동네' 청소년 테마소설 시리즈 중 가장 문제작이다. 소설을 읽고 나서 내용을 되새겨 보는 단편들이 많다.'인간'이란 단어가 함축하고 있듯 '관계'가 인간의 핵심 문제이기 때문이다. 엮은이도 책 마무리에서 관계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이야기하고 있는데 공감이 가는 말이다. (203) 관계는 개인의 의지만으로 해결되지 않습니다. 많은 경우 적절한 관계 맺기에 실패하는 것이 개인의 탓이 아니라 사회가 갖고 있는 구조적 모순 때문이라는 뜻입니다. 그래서 관계의 문제를 생각할 때는 항상 타자와 나 사이의 균형 잡힌 관계를 어떻게 맺을 것인가를 생각하면서 동시에 현 사회가 가지고 있는 구조적인 문제가 무엇일까도 생각해 보아야 합니다. 이 책에는 7편의 이야기가 실펴있다. 1. 이금이의 '1705호' 아파트는 철..
청소년의 미래를 소재로 7가지 이야기가 펼쳐져 있다. 이야기 중에는 부모의 철저한 계획 속에 안정된 미래를 열어가는 주인공도 있고, 자기 관리에 실패해 좌절하는 이도 있으며, 무엇이 될지는 모르지만 좋은 조건을 얻기 위해 친구 사이도 속이는 이기적인 이도 있다. 어떤 학교를 선택해야할지 고민하는 이도 있으며,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이야기도 있다. 그런데 꼭 무엇이 되어야하나, 그리고 그걸 향해 달려가는 것이 최선일까. 진로를 명확히 하는 것만큼 강력한 내적동기는 없다고 한다. 이러지도 저리지도 못하는 '봄이 온다'가 내일의 무게가 가장 잘 나타난 작품이다. 1. 오문세, 잠시 막을 내리다. 자기 관리에 실패해 자포자기할 때도 있다. 그러나 영원히 실패한 것은 아니다. 친구 킬힐의 괴롭힘이 복수일 거라 생각..
‘파쿠르 소년 홍길동’, ‘스키니진 길들이기’까지 읽으며 이야기가 다소 단순해 문제 상황을 충분히 그려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이게 아이들의 눈높이를 맞출 수는 있지 않을까, 그렇게 보면 작품집에 모인 네 편들은 나름대로 문제작이다. 청소년 소설에서 '파쿠르'란 소재가 신선하긴 하지만 내러티브는 클리세다. 결말이 너무 허전하다. 다만 인정받고자 하는 욕구가 SNS를 통해 성장 욕구를 상승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이들도 쉽게 읽을 수 있는 분량이고 조금이라도 자신이 좋아하는 걸 찾아보도록 안내하는 읽기 자료로 도입할 수 있겠다.(15) 가끔 이런 생각을 한다. 2번 영기처럼 키가 작아도 공부를 잘하거나 40번 영우처럼 문제아라면 적어도 이름 정도는 알고 있지 않을까? 이도 저도 아닌 어..
귀신과 소통이란 다소 특별한 소재를 활용해, 제목처럼 조단조단 삶을 성찰하도록 이끄는 여운이 깊으면서도 흥미로운 이야기 책이다. 이 책에서 인상 깊은 점은, 귀신이 되었든 사람이 되었든 집착에서 벗어나야 진정으로 자유로워진다는 것이다. 서준이 이승을 떠나지 못하는 것도, 갑작스러운 사고로 서준을 잃은 가족이 폭발 직전의 상황에 놓인 것도 내용에 다소 차이가 있지만 결국 집착 때문이다. 그리고 이 집착은 남녀 차별의식과 같은 선입견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또 소통을 담당하고 있는 ‘아리’ 역시 의사가 되라는 부모님의 강한 기대와 유전학자 사이에서 고민하고 있는 것도 결국은 집착 때문이다. 그래서 이 책은 소통하는 과정에서 관련된 모든 인물들이 집착에서 벗어나 진정한 의미에서 ‘홀로서기’를 시작하게 된다는 내..
이 작가 나름 유쾌하다. 7개의 작품 매우 현실적인 고민을 담고 있으면서도 유쾌하고 무겁지 않게 다가온다. 2011년에 출판되었는데, 왜 이제야 읽게 됐는지, 내 불찰이다. 전에 김인해 작가와 엮은 ‘한파주의보’를 읽는 적이 있는데, 이 작품집으로 문부일이라는 작가를 머릿속에 선명하게 새겼다. 1. 알바학개론 삶의 현장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청소년 아르바이트생 김준이 주인공이다. 고교를 중퇴했고, 검정고시를 준비하며 아르바이트중이다. 중3부터 알바 생활을 시작해 이 업계에서는 나름 프로라고 자부한다. 매 순간마다 자신이 프로 알바생임을 환기하며 의지를 재충전한다. 솔직히 좀 비현실적인 캐릭터이기도 하다. 이런 캐릭터들은 솔직히 현실에 좌절하며 자신의 성실성만으로는 세상을 이겨나가기 힘들다는 고통스러운 결..
‘외톨이’의 작가 김인해가 단편집으로 돌아왔다. 김인해만의 여섯 작품으로 오롯이 단편집을 채웠다. 여섯 작품 모두 수준 이상이었다. 1. 그러나 아무 일도 없듯이 배봉기의 ‘괴물 연습’이라는 단편이 떠올랐다. ‘괴물’이란 다름 아닌 성적 지상주의에 매달린 우리 아이들!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든, 아는 형이 학교 옥상에서 자살을 하든 오로지 시험과 성적만 생각하는 아이들! 이젠 가족 모임이나 제사, 심지어 장례식조차 뒷전이다. 이런 아이들을 길러내는 것은 우리들이고 그 폐해가 조금씩 우리 사회에 스며들고 있다. 비약인지 모르지만 몇 년 전 성적향상을 강요하는 엄마를 살해하고 몇 개월 간 시신과 함께 지낸 고3 학생이 다시 한 번 떠오르는 작품이었다. 2. 우리들의 사춘기 - ‘사춘기’는 개인적으로 ‘지랄 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