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줄거리가 표지에 거의 다 담겼다. 이야기를 읽고 표지를 다시 보면 작은 별에 섬세하게 내용을 표현했음을 알게 된다. 한때 이 별에서 인간과 공존했던 자연(멧돼지 산바)은, 인간의 개발로 점점 쫓겨나다 죽임을 당한다. 이 별에서는 소수의 사람을 제외한 대부분의 자연과 사람이 대상화되고 피폐하게 된다. (25) ‘피폐’라는 단어를 책에서 본 적이 있었다. 무슨 말인지 몰라 사전을 찾아보니 ‘어떤 대상이 거칠고 못쓰게 됨. 지치고 쇠약해짐.’이라고 쓰여 있었다. 피읖이 두 개나 들어간 두 글자짜리 그 단어가 이상하게 마음에 달라붙어 주호는 소리 내어 서너 번 발음해 보았다. 주호는 부모에게 버려진 뒤 치매에 걸린 할머니와 외딴 섬에서 외롭게 산다. 유림이는 이유도 모른 채 가혹한 가정 폭력을 당한다. 홍..
“지난 일을 모르면 앞일도 잘 해낼 수 없다. 자기 종족이 어디서 왔는지를 모르면 어디로 가야 될지도 모르는 법.” 바로 에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작은 나무에게 들려주는 이야기이다. 체로키족이 겪었던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그런 불행한 역사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하려는 한 인디언의 작은 노력인 셈이다. 또한 우리들에게 “과거를 알아둬라”라고 똑똑히 말해준다. 아무 걱정 없이 자본주의의 풍요 속에서 살아갈 것 같은 요즈음 아이들이 아버지 세대의 아픈 과거를 알아가며 겪게되는 갈등과 화해의 이야기가 바로 인 것이다. 이 책은 몇 가지 점에서 눈길을 끌고 있다. 먼저 5․18광주민중항쟁과 같은 묵직한 주제를 담고 있다는 점, 무엇보다 이렇게 무거운 주제를 동화라는 형식에 담고 있다는 점이 가장 독특하다. 기성 작..
이렇게 여운을 길게 남기는 책인 줄 몰랐다. 광주항쟁에 온 몸을 던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현실감 있게 다가왔다. 그 현실감 속에는 작가 한강의 가사(家事)와 연결되는 부분이 있어 더해졌다는 생각도 든다. 여러 가지 이유로 광주항쟁은 이해하기(받아들이기?) 어려운 역사적 사건이 된 것 같다. 관련자들 상당수가 생존해 있고, 과거와 현재, 미래 권력과도 연결이 되고 있어 끊임없이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오히려 논란의 역사 속에서 광주 항쟁의 정신도 계속 현재화 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든다. 이런 상황에서 이 책은 좀 더 정적으로 광주항쟁을 바라보게 했다. 슬펐다. 퇴근하는 버스 안에서까지 붙잡았던 감정은 마지막 부분, 소년 어머니의 이야기를 들으며 흔들리고 말았다. 평범한 드라마에도 금방 동화되는 40대의 ..
표지 그림이 이야기를 잘 드러내고 있다. 코끼리 등 위에 위태롭게 앉아 있지만 표정은 밝은 유쾌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매 순간 홀로 떨어진 것 같으면서도 사회와 경제와 역사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것도 거대한 역사의 상황을 중학생의 이야기로, 긴장감 있게 표현한다. 그래서 상당한 두께의 이 책을 막상 펴기 시작하면 쉽게 덮을 수 없게 만든다. 물론 이야기를 재미 있게 이끌어가는 작가의 입담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큰 줄거리는 시국 사범으로 공안 당국의 수배 중인 친구 형에게 중요한 물건을 전해 주기 위해 수원에서 목포까지 비밀스럽게 떠나는 여행 구조다. 거기에 여행의 시작이 친구에 대한 의리 때문에 선택한 일이 아닌 갑자기 집을 나간 아버지와 재혼하는 어머니에게 버림 받았다고 생각하는 나의 혼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