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뜻밖의 뇌과학(리사 페드먼 배럿)

 

제목에 이끌렸다. ‘이토록’, ‘뜻밖의뇌과학이라니. 뇌에 관한 획기적인 연구결과를 담고 있겠다는 기대감을 주는 수식어들이다. 읽어 보니 정말 이토록 뜻밖의뇌에 대한 이야기여서 흥미로웠다.

 

저자는 뇌의 핵심 역할이 뜻밖에도 '생각'이 아닌 '생존'이라고 한다. 동물들의 뇌를 비교한 결과 인간의 뇌에 생각을 위한 특별히 진화된 조직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면 인간만의 고유한 본성인 '생각'은 어디에서? 그것은 타고난 것이 아니라 생존을 위해 네트워크로 조직된 뇌의 프로세스로 인한 결과라고 한다. 즉 뇌가 생존을 위해 외부 감각을 과거의 경험 속에서 기억해서 해석하고 예측하는 과정에서 생겨난 것이라고. 인간의 신체예산을 효율적으로 사용하기 위한 과정의 결과라고 한다.

 

이것이 우리에게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먼저 뇌가 외부의 감각을 해석하기 위해 과거의 경험을 기억하고 이를 바탕으로 행동을 예측하며 그 결과에 따라 기억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경험을 추가한다는 것은 오늘의 나의 행동이 내일의 예측을 바꿀 수 있다는 '자유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

또한 인간은 '사회적 종'이기에  양육자와 사회문화적 환경의 영향을 받으며 신체예산을 관리하는 방법과 자신의 환경(적소)을 구성해 가며 뇌를 발달하고 사회화된다는 것. 그 과정에서 뇌는 특정 문화 속에서 '마음'을 만들기에, 인간에게 보편적은 본성은 없다, 즉 다양성을 존중하고 추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렇게 우리 인간은 다섯 가지 능력(창의성, 의사소통, 모방, 협력, 압축)을 바탕으로 실제 물리적 세상에 사회적 현실을 부과해 '만들어진 세상'에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통해 자유의지의 효용성, 양육자의 적절한 돌봄의 중요성, 사회적 종으로서 자유와 혐오표현 중에 무엇이 더 중요한가, 사회적 현실에서의 인종 등의 구별짓기 등을 뇌의 핵심 역할, 생존 차원에서 생각해 보게 했다.

부모로서 교사로서 뇌의  작동원리를 들여다보며 인간과 나에 대해 거리를 두고 생각해 보는 특별한 시간이었다.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머지 않아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된다"는 폴 발레리의 명언을 새삼 복기했다.

 

내용을 기억하기 위해 각 장을 간단하게 메모했다.

 

[1/2] 뇌는 생각하기 위해 있는 게 아니다.

뇌가 하는 가장 중요한 일은 생각하는 게 아니라 생존을 위해 필요한 에너지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일이다. 즉 신체예산을 잘 관리하는 것 알로스타시스를 해내는 것이다. 생각, 느낌, 상상, 기억 등은 뇌의 기능의 일부이다.

 

[1] 뇌는 하나다, 삼위일체의 뇌는 버려라.

인간의 뇌를 보통 도마뱀 뇌(본능), 변연계(감정), 신피질(이성)3층 구조, 즉 삼위일체로 설명한다. 다른 동물과 비교했을 때 달라 보이는 부분으로만 보면 그렇지만 이들 신경세포의 유전자를 살펴보면 같은 종류의 신경세포를 갖고 있다. 즉 인간을 포함한 포유류의 뇌는 단 하나의 제조계획에 따라 만들어졌으며 같은 순서로 발달한다. 종별로 뇌들이 제각각으로 보이는 것은 각 단계를 지속하는 시간이 다를 뿐이다. 따라서 인간의 뇌에 진화적으로 새로운 부분이란 없다. 그럼에도 인간의 대뇌피질이 다른 동물에 비해 크다는 주장이 있을 수 있다. 물론 큰 대뇌피질 덕분에 인간이 더 잘할 수 있는 부분도 있다. 하지만 뇌 크기에 따른 대뇌피질의 비율을 살펴보면 큰 차이가 없으며 대뇌피질에 이성적 기능이 있다면 코끼리나 고래가 가장 이성적이어야 할 것이다.

또 대뇌피질이 담당한다고 생각하는 이성적 판단(합리성)도 생존의 측면에서 보면 다르게 보일 수도 있다. 보통 감정을 절제하는 것을 합리적이라고 하는데 주어진 상황에서 신체예산을 잘 투자하는 것이 합리적 행동일 수 있다. 동료들의 비판으로 불쾌감을 느끼면 코르티솔이 대량 분비된다. 하지만 코르티솔이 더 많은 포도당을 만들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있도록 돕기 때문이다.

 

2. 뇌는 네트워크.

뇌는 하나의 신경망이다. 1280억 개의 신경세포가 하나의 거대하고 유연한 구조로 연결된 네트워크다. 그리고 효율적인 네트워크 수행을 위해 신경세포들은 공항시스템처럼 클러스터로 묶인 뒤 두뇌 허브와 연결된다. 신경세포들은 함께 발화(배선)할 때에는 연결이 강해지고 그렇지 않으면 약화된다. 또 새로운 자극에는 새로운 네트워크를 연결하면서 부호화한다.(가소성이 높아짐) 신경세포 하나가 한 가지 역할만 하는 것은 아니며 다른 신경세포들의 집단이 동일한 결과를 만들어 내기도 한다.(축증degeneracy)

또한 네트워크는 인간의 마음을 만들어내는 데 핵심이 되는 특별한 속성을 뇌에 제공한다. 이 속성을 복잡성이라 하는데, 복잡성은 엄청난 수의 각기 다른 신경 패턴들로 스스로를 구성해 내는 능력이다. 뇌는 과거에 도움이 되었던 패턴을 불러들여 새롭게 시도할 만한 패턴을 만들어 냄으로써 변화가 가능한 세상에서 효율적으로 몸을 운영할 수 있게 된다. 즉 복잡성은 뇌가 모든 상황에서 유연하게 행동하게 해 준다.. 그래서 추상적으로 생각하고, 풍부한 입말을 구사하며, 현재와 매우 다른 미래를 상상할 수 있고, 비행기와 같은 창의성과 혁신도 가능하다. 이렇게 뇌를 복잡한 네트워크로 이해하면 이성적인 신피질이 없어도 우리 뇌가 마음을 만드는지 숙고할 수 있다.

 

3. 어린 뇌는 스스로 세계와 연결한다.

다른 동물은 자신의 몸을 제어하기 위해 온전히 연결된 뇌를 가지고 태어나지만 인간은 뇌에 연결된 것이 거의 없이 태어난다. 그래서 아기의 유전자는 물리적·사회적 환경, 양육자의 태도에 따라 이끌리고 조절된다.

정보가 외부세계에서 신생아의 뇌로 이동할 때 신경세포들 사이에서는 세부조정가지치기를 통해 두뇌의 복잡성을 높인다. 세부조정은 자주 연결되는 것들을 더 강화해 정보처리를 빠르게 하고 재사용될 가능성을 높인다. 즉 신경 패턴을 재현할 가능성이 크다. 덜 사용되는 것들은 연결이 약해지며 가지치기된다.

세부조정 및 가지치기를 통해 아기는 양육자가 해 주거나 하지 않는 것으로 신체예산을 관리하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즉 스스로 자고 먹고 입고, 필요하면 스스로 학습하게 된다. 또한 아기는 주의 집중하는 방법을 내우게 된다. 모든 것에 노출돼 있는 상태에서 양육자가 아기의 관심공유를 통해 주의 집중하는 방법을 알려준다. 그러면서 점차 신체예산과 관련해 자기 환경(=적소)을 구성해 간다. 또한 더 일상적으로 듣거나 보는 것에 세부조정하며 감각을 통합하며 적소를 만들어 간다. 이렇게 아이들은 양육자에 의해 신체예산 관리 방법을 배우며 물리적·사회적·문화적 맥락에서 뇌를 발달하고 문화유전이 일어나게 된다.

 

4. 뇌는 당신의 거의 모든 행동을 예측한다.

뇌의 가장 중요한 일은 몸을 제어해 잘 살아 있게 만드는 것이다. 즉 뇌로 들어오는 다양한 데이터 속에서 의미를 만들어내 어떻게든 살아가도록 하는 것인데 문제는 이 감각 데이터가 명확하지 않다. 그래서 뇌는 제한적으로 들어오는 외부 자극을 해독하기 위해 과거의 경험 조각을 재구성해 기억을 만들어낸다. 이 기억을 바탕으로 불명확한 감각이 명확해진다. 보는 것뿐만 아니라 듣고, 맛보고, 두려움, 공포 같은 감정도 결국 뇌가 과거의 경험을 조합해 예측하여 만들어 낸다. 그런 면에서 우리의 일상적 경험이란 우리의 뇌가 구성한 주의 깊게 제어된 (일상적인) 환각이다. 이렇게 뇌는 자기 자신과 대화를 나누며 최선의 추측을 한다. 이때 외부세계의 감각 데이터와 자신의 예측이 잘 잘 맞으면 강화하고 잘 맞지 않았으면 새로운 경험으로 구성한다. 이것을 학습이라고 한다.

이렇게 우리가 인식하기 전에 뇌가 행동을 한다면 우리에게 자유의지는 없다는 것일까?

뇌는 과거 경험을 사용해 우리의 행동을 예측하고 준비한다. 따라서 과거에 우리가 다르게 행동했다면 뇌는 다르게 예측할 것이고 다르게 행동할 것이며 세상을 다르게 경험할 것이다.

예측하는 뇌는 오늘의 행동에 따라 내일 우리가 어떻게 살고 어떤 사람이 될 것인지가 결정된다는 측면에서 자유의지의 한 형태다.

 

5. 당신의 뇌는 보이지 않게 다른 뇌와 함께 움직이다.

인간은 사회적 종이다. 즉 우리가 날마다 사용하는 신체자원을 뇌가 서로서로 조절한다는 것이다. 아이의 뇌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따라 세부조정 및 가지치기가 일어난다.

다른 사회적 종에 비해 인간은 로 서로를 조절한다. 말을 듣는 것만으로 뇌의 관련 영역들이 활성화되는데 뇌에서 언어를 처리하는 많은 영역이 몸 내부도 제어하기 때문이다. 말은 인체를 조절하는 도구다. 다른 사람의 말은 우리의 뇌 활동과 신체계통에 직접 영향을 끼치고, 당신의 말 역시 타인들에게 똑같은 영향을 끼친다. 따라서 좋든 싫든 인간은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 관계이므로 말에 대한 개인의 자유가 만성스트레스로 가고 병이 되지 않도록 책임을 다해야 한다. 사회적 분위기가 개인의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한 사회적 비용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 말의 힘을 잘 설명해 준다.

 

6. 인간의 뇌는 다양한 종류의 마음을 만든다.

인간의 뇌는 특정 문화 속에서 마음을 만든다. 마음은 문화에 의해 세부조정과 가치 치기를 하며 만들어 지므로 다양하다. 문화에 따라 마음을 생각과 느낌으로 분리하거나 혼합해서 파악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의 생각과 느낌을 추측하거나 뛰어난 계산력, 의지력, 조현병을 예지력으로 파악하기도 한다. 즉 인간의 본성은 하나가 아닌 다수. 다양성이 표준이다. 다양한 마음(변이)이 유전적으로도 유리하다. 하지만 인간은 계속 변화하는 것보다 보편성을 더 편하게 생각하기 때문에 특정 범주로 나뉘어 보편적인 특징을 찾으려고 한다. MBTI가 대표적이다. 그러나 인간만의 특징, 인간에게 보편적인 본성은 없다. 뇌가 신체를 조절하기 위해 하는 일은 보편적이지만.

마음에서 보편적인 정신적 특징에 가까운 것으로 기분이 있다. 기분은 몸에서 일어나는 일반적인 느낌으로 정동(affect)이라고 부르는데 감정이 아니다. 단순한 느낌으로, 몸이 우리 마음의 일부라는 것을 확인시켜 준다..

마음은 새로운 경험을 하거나 새로운 것들을 배워 뇌를 재배선할 수 있다. 마음을 변경하는 더욱 적극적인 방법으로 마음을 다른 문화로 옮기는 것이다. ‘문화적응을 위해 뇌는 스스로 세부조정하고 가지치기해야 하기 때문이다.

 

7. 인간의 뇌는 현실을 만들어낸다.

우리 삶의 대부분은 만들어진 세상에서 일어난다. ‘만들어진 세상이란 우리가 물리적인 세상에 집단적으로 새로운 기능을 부과한 뇌 속에서만 존재(, 이름, 국가 등 경계, 날짜)하는 사회적 현실세계에서 살고 있다는 의미이다. 사회적 현실은 인간만의 독특한 능력으로, 뇌의 다섯 가지 C=(5C) 능력 세트와 관련이 있다고 추측된다.

-창의성(creativity): 물리적 현실에 경계를 만들어 세금, 법 등 사회적 현실을 창조함.

-의사소통(communication): 창조된 사회적 현실은 언어를 통해 아이디어가 공유됨.

-모방(copying): 조화로운 삶을 위해 각종 규칙·방법 등을 서로 모방하며 배워야 함..

-협력(cooperation): 생존을 위해 전 지구적으로 협력하는 뇌가 필요함.

-압축(compression): 뇌는 정보를 요약하고 요약해서 압축된 요약을 만들어 내용을 효율적으로, 일반화하며 추상적으로 생각할 수 있게 한다. 즉 모든 감각으로부터 들어오는 데이터를 압축할 때 그것들을 응집력 있는 하나의 전체로 통합하여 이질적인 대상을 비슷하게 보기도 하고 한 대상을 여러 의미로 추상화할 수 있게 한다. 또 추상화는 물리적 세계를 뛰어넘어 사회적 현실의 유사점도 이해할 수 있게 한다.

 

사회적 현실은 물리적 세계를 둘러싼 완충장치이지만, 유전자의 진화 속도를 바꿀 수 있을 만큼 강력하다. 특히 사회적 현실을 물리적 현실로 착각해 피부색, 문화적 차이 등으로 구별 지으려고 한다. 사회적 현실을 잘 활용하는 것은 우리들의 책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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