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기와(차오원쉬엔)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내면의 문제로 고민할 때
- 2006. 9. 30.
1. 그땐 그랬었지!!
내 머릿속에 '원형'으로 남아있는 어린시절 학교생활에 대한 기억과 거의 일치해서인가. '빨간 기와'를 읽고나서 친구들과 술 한 잔 한다면 '그때 그랬었지'라는 감탄사에 술이 금방 취할 법도 하다. 다만 내 어린시절을 관통했던 '군부독재'라는 시대와 주인공의 삶을 관통했던 '문화대혁명'이라는 물의 색깔이 좀 달랐다는 차이점만 느껴질 뿐.
그래서인지 나이와 주인공이 다르며, 운하를 배경으로 하는 그들의 삶과 땅을 배경으로하는 우리와 차이가 있지만 친구들과 '끼리끼리' 친해지고, 그들과 '일'을 치르고 작당모의를 하며, 어떤 사람에게 알 수 없는 끌림이 있으며, 괜시리 외로워지거나, 나만 왜 이런 곳에서 이런 부모 밑에 태어났을까라는 원망의 아픔도 같은 일로 느껴지는 것 같다. 비단 서울로 간 수학여행에서 처음 바라본 63빌딩의 모습과 세련돼 보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느낀 얼떨떨함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다. '행군'이란 이름의 소풍이나 총검술을 익혔던 교련 수업, 매달 15일마다 대피하느라 정신없었던 민방위 훈련 등의 역사적인 체험도 결국은 비슷한 감정일 것이다.
비슷한 체험과 감정으로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았지만 역시 정리하는게 제일 어렵다.
2. 빨간기와로 들어가서
'빨간기와'는 성장 과정에서 만난 사람들에 대한 관찰이 돋보인다. 거기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개성적이지만 한편으로 우리가 공감하는 면이 많다는 점에서, 또 작가에 의해 재창조되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인물들이다. 인물들에 대한 생각에서 작품 전반에 대한 느낌까지 두서 없이 정리해 보았다.
1) 빨간기와
'빨간기와'와 '까만기와'는 학교를 상징할 뿐만 아니라, 계급(계층)이 확대 재생산되는 학교의 기능을 보여주고 있다. 빨간기와를 다니지 못한 사람은 시골에서 농사를 지을 수밖에 없으며 간부 등의 일을 하려면 기와장 밑에서 공부해야 하고, 기와로 들어가는 과정은 또 부모의 재산이나 계급과 관계가 있다. 임빙 패거리 중에 임빙만 '까만기와'에 들어가지 못한다. 그래도 책에 대한 소개를 보면 '까만기와'에 들어가게 되는 것 같은데.. 어떻게 가능할까?
2) '챠오안'에 대한 생각
이 책을 번역한 사람이나 출판사 많은 독자들이 이 부분을 이문열의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빗대고 있는데 난 동의하지 않는다(물론 그렇게 큰 비중을 주는 것 같지는 않다).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과 연결되는 측면이 많은가? 혹시 그것이 '챠오안'이란 캐릭터를 잘못 이해하는 것은 아닌가.
3) 빨간기와에 나오는 성장의 아픔과 상담
가. 가난 때문에 상처입은 '임빙'
임빙의 소심한 성격은 '가난'과도 상당한 관련이 있어 보인다. 그렇게 좋아하는 도희에게 적극적이지 못한 것도 결국은 구멍난 바지와 신발 때문 아닐까? 마찬가지로 염색공장 아들에게 느끼는 질투 역시 가난때문이고. 그래서 작가는 '어떤 특기들은 있는 것이 없는 것만 못할 때도 있다'고 하지 않았나. 그런 예가 꽤 있는 것 같던데. 반대로 마수청은 부유하기 때문에 힘을 얻었지만.
나. 부모에게 상처입은 '마수청, 가을이, 대장장이 부소전'
-마수청은 끊임없이 할아버지를 원망한다. 살림에 맞지 않는 어머니를 데려와 며느리로 삼은 것, 또 자기를 낳게 한 것, 또 아버지를 잡지 않은 것 그래서 불행의 원인을 할아버지라 생각한다. 그렇게 따지면 '원망'하지 않을 사람 하나도 없을 것 같은데.. 우리반에 '마수청' 같은 녀석이 있을 때 어떻게 해야할까.
-가을이는 아버지도 모른채 곡마단에서 태어나 세 살 때 어머니가 딴 남자와 눈이 맞아 도망간다. 살기위해 남은 곡마단에서는 '단장'이 괴롭히는데.. 꼭 소문은 그렇게 난다. 결국 두 사람이 만나서 사랑하고, 애까지 낳아 행복하게 산다고. 포기해서 행복한 것인지, 아니면 그렇게 믿는 것인지.
-신의 손 부소전에게는 다락방의 비밀을 간직한 어머니가 있다. 끊임없이 장남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하는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의리와 어머니의 부도덕에 흔들리는 부소전. 어머니를 이해해야 하는가, 아니면 부소전의 상황을 이해해야 하는가.
다. 사랑에 가슴 아픈 사람들.
-이념을 떠나서 성과 사랑은 사람의 본능. 도희를 사랑하는 임빙과 정민이를 사랑하는 '마수청', 가을이를 좋아하는 '서백삼', 하연향을 사랑하는 '요삼선'. 살냄새가 물씬 풍기는 열 여섯 즈음의 아이들 사랑이 소나기의 '소년, 소녀'처럼 맑게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
-'정황씨 정양씨'의 침대이야기- 1:2의 사랑은 가능할까. 이것 조차도 속물적인 질문인가.
3. 혁명적 대연계? 또 다른 '마녀사냥'
'오노'와 'F15K' 때문에 가치관 교육이 흔들리고 있다. 가치관을 정립하는 국어교육의 의미에서 '혁명적 대연계(⇒문화대혁명)'를 어떻게 해석할까. 아니면 임빙처럼 '수학여행' 정도로 해석해도 되고.
4. 모두들 성장했나?
열 한 가지 이야기가 에피소드 형식으로 되어 있는 '빨간기와'. 당연히 임빙 혼자만의 이야기는 아니다. 그럼 가난과, 부모와 사랑에 아픔에서 그들은 좀 성장했는가?
5. 기타.
기억나는 말 "아름다운 음악은 많은 소리의 합주 속에서 탄생한다."
그런데 중국은 어떤 이데올로기의 나라인가?
|
'상황별 청소년 소설 추천 > 내면의 문제로 고민할 때' 카테고리의 다른 글
여름이 준 선물(유모토 가즈미) (0) | 2006.09.30 |
---|---|
아홉살 인생(위기철) (0) | 2006.09.30 |
루시와 뽕브라(캐시 홉킨스) (0) | 2006.09.20 |
괜찮아, 보이는 게 전부는 아니야(잽 테르 하르) (0) | 2006.09.17 |
요헨의 선택 (0) | 2006.09.0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