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교육 100문 100답(이범, 다산북스)



‘입학사정관제’는 지방에 사는 우리 아이들에게 도움이 되는 제도 아닐까?

진로와 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지방이라 롤모델을 직접 만나기는 어려우니 관련 책을 읽고 마음에 새기도록 도와주며 그런 걸 기록으로 남기면 입학사정관들도 알아주지 않을까?
독서감상문과 자기를 성찰하는 글을 ‘생각공책’에 담아 두면 나중에 입시에 도움이 될 테니 귀찮더라도 써 보자고 아이들을 설득하다가 그런데 정말 입학사정관제가 입시제도 중 가장 나은 것인지, 중학교에만 너무 오래 있어 궁금하기도 했다.


그러던 차에 “우리교육 100문 100답”을 홍보하는 카피에서 입학사정관제는 오래 가지 못할 제도라는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왜 그럴까.

꽤 두꺼운 책에는, 먼저 시험에서 측정하려는 역량을 정리해 주고 있다. 그리고 그 역량을 키우기 위해 주입식 교육이 아닌 참여·협력 교육을, 자기주도학습력을 키우기 위해 자기진단력과 시간관리기술, 학습흥미도를 높여야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런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학교에 혁신학교라고 힘을 실어준다.
외국의 사례 역시 참여·협력 교육을 해야하는 이유로 제시되고 있다. 입학사정관제는 비교과 영역이 크게 작용되고 있어 미국 외에는 실시되고 있지 않는 제도라는 면에서 한계가 있다고도 이야기한다.


*인상 깊은 구절

(29) (논술 시험) 질문의 목적 자체가, ‘지식의 소유 여부’를 검증하려는 데 있는 것이 아니에요.

그럼 뭘 질문하려는 걸까요? 바로, 지식을 ‘구워먹고 삶아먹는’ 능력, 즉 지식을 활용하는 ‘역량(competence)’을 측정하고자 하는 겁니다. 아까 <논제 1>이 측정하고자 했던 ‘독해력’, <논제 2>가 측정하고자 했던 ‘추론능력’, <논제 3>이 측정하고자 했던 ‘논증능력’ 모두 ‘력(力)’으로 끝납니다. 두음법칙을 무시하면 ‘력량’, 즉 그것을 해낼 수 있는 힘이 얼마나 되는가를 측정하기 위한 질문인 거죠.

✎ 수능과 논술고사에서 측정하려는 언어적 역량은 ‘독해력’ ‘추론능력’ ‘논증능력’이다. ‘독해력’과 ‘추론능력’은 수능을 통해서, ‘논증능력’은 논술고사를 통해 측정하고 있다. 언어적 역량을 측정한다면 면에서 외국어영역도 같다.


(52) 초등학생 아이들에게 연산이 틀렸다고 꾸짖지 마세요. 어차피 복잡한 숫자는 고등 수학이 되면 다 엑스나 에이나 알파로 바뀝니다. 수능 문제 풀다가 세 자릿수 곱셈을 할 상황이 발생하지는 않는다는 거죠. 어린 시절에는 어떤 훈련을 해야 하냐면, 첫째로 하나의 수학적 요소를 다양한 각도에서 접근하고 경험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건 공교육에서 해줘야 하는 겁니다. 둘째로 처음부터 끝까지 자기 힘으로 설명하는 훈련을 해야 합니다. 이건 개인이나 가정 차원에서도 시도해 볼 수 있는 것이죠. (중략) 모르는 사람에게 설명하려다 보면 중간에 구렁이 담 넘어가듯 얼버무릴 수가 없으니 필요한 논리적 단계를 모두 거치는 훈련이 될 수 있어요. 남에게도 도움을 주고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는 거죠.

✎ 저자는 수능에서 측정하려는 수학적 역량을 ‘추론능력’에 있다고 본다. 빠른 시간에 문제를 해결하는 능력도 필요하지만 새로운 문제에 대응할 힘이 없으므로 이 능력을 키우려면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연습을 해 보라고 한다. 수준 차이 때문에 협력학습이 잘 안 되는 과목이 수학이라고들 하고 수학을 잘하는 학생들이 항상 손해라고 한다. 이 논리대로라면 결코 손해는 아닌 듯 싶다.


(65) 중학교 시절에 자기진단을 연습하고 이를 통해 성취도를 관리하는 능력을 키운 다음에 고등학교에 진학하는 게 정상입니다. 그런데 중학교 시절에 집중적으로 학원을 다니면서 자기진단 능력을 키울 기회 자체를 상실하는 학생들이 너무 많아요. 무장을 장착하고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게 아니라, 오히려 무장을 해제한 채로 고등학교에 올라가는 거죠.


(77) 공부의 3박자는 ‘동기+기술+노력’입니다. (중략)

정리해보면, 성취도 관리를 위해선 ‘복습기술’과 ‘시간기술’이 꼭 필요한데, 그중 ‘복습기술’의 핵심은 ‘복습할 필요가 있는지를 스스로 판단하여 체크한 부분을 비교적 짧은 인터벌로 복습하는 것’이고, ‘시간기술’의 핵심은 ‘주간계획을 날짜별로 세우고 이것이 안정화되면 월간 이상의 장기계획을 세우는 것’입니다.

✎ 자기주도학습의 핵심능력은 ‘자기진단’ 능력이라고 한다. ‘자기진단’이 돼야 선별적으로 집중할 수 있으며 복습이 가능하고 성취도를 관리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자기주도학습은 시험 뿐만 아니라 성인이 돼서도 새로운 것을 배워야 할 때 기본이 되는 능력이다.


(101) 한국에서 ‘교육개혁’이라는 용어를 사용한 지 20년 됐거든요. 그런데 저는 20년간 이뤄진 한국 교육개혁 역사에서 가장 위대한 성취는 바로 이 학교(덕양중학교, 수업시간에 학생들의 참여를 늘리는 방향으로 수업을 하자 3년째 아무도 안 잤다고)에 있다고 봅니다. 수업시간에 아무도 안 잔다니… 정말 대단한 혁신이죠. 그리고 누군가 ‘혁신학교가 뭐냐’고 물으면 ‘참여와 협동을 통해 학업 흥미도를 높이는 학교’라고 간단히 설명합니다. 물론 혁신학교가 학업 흥미도만 높일 목적으로 만든 것도 아니고, 실제로 학업 흥미도 이외에 여러 지표에 긍정적인 변화가 나타납니다.

✎ 공부의 시작은 ‘동기’에 있다. 동기를 불러일으키는 방법으로 저자는 주입식이 아닌 참여형 수업을 통해 학업 흥미도를 높일 것과 진로와 꿈을 키워야 한다고 본다. 수업과 교육과정이 통합돼 함께 변해가야한다는 말이다. 장곡중학교의 박현숙 선생님이 쓴 “교사는 수업으로 성장한다”에서도 참여와 협동을 통해 배움에서 소외되지 않는 학교 이야기가 나온다. 혁신학교를 2년 동안 운영하고도 배움에 소외된 학생들이 적지 않은 우리 학교에서도 고민해 볼 부분이다.


(166) 저는 인터넷 강의에 위대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해요. 왜냐하면 인터넷 강의로 인해 학교가 더 이상 ‘주입식 교육’을 할 이유가 없어졌거든요. 뭐 하러 다리 아프게 학교에 다니면서, ‘스타강사’보다 강의기술이 떨어질 게 거의 확실한 교사에게서, 주입식 교육을 받느냐는 것이죠. 즉 학교는 이제 주입식 교육이 아니라 상호작용과 참여가 있는 교육, 체험과 탐구와 의사소통이 중심이 되는 교육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필연성을 인터넷 강의가 극명하게 보여준단 말이지요. 물론 우리나라 학교 교육의 주류는 여전히 그저 그런 주입식 교육이고, 그러다보니 아이들은 점점 더 수업 시간에 깊은 잠에 빠져들고 있지만 말이에요.


(228) 학교 교육이 인터넷 강의로 대체될 수 있는 상황은 서구에서는 찾아 보기 어려운 일입니다. 일단 유럽 국가들의 경우 대학입시가 아예 논술형이고, 논술형 시험의 특성상 학교에서의 대입 준비가 탐구활동과 토론과 작문 등을 중심으로 이뤄지지요. 물론 주입식 수업이 전혀 없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하지만 적어도 우리보다는 참여형 수업의 비율이 훨씬 높습니다.

심지어 대학입시가 객관식(SAT)인 미국에서도 고등학교 교육은 객관식 문제풀이 위주로 이뤄지지 않습니다. 미국의 고등학교에서 정규 수업 시간에 객관식 문제집을 풀어주는 일은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일이거든요. (중략) 내신 평가는 논술형 시험과 수행평가를 중심으로 이뤄지지요. 그래서인지 대학에 진학할 때 내신 성적이 존중되어 높은 비중으로 반영됩니다.

✎ 학부모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셨던 학부모님들에게 이 책을 추천하면서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었다. 교사로서 이야기할 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학교 밖에서 교사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럴 것이라는 데 동의한다.


(182) 중3~고1 전환기에 ‘자발성’과 ‘지향성’이라는 두 가지 조건을 갖춘 학생들은 입학사정관전형 준비를 전략적으로 시도해볼만하다는 것입니다. 이게 이른바 ‘정석’입니다. 물론 변칙도 있어요. 이것저것 활동하다가, 막판에 가서야 진로나 전공을 정하고서 자신이 해온 활동들을 나름대로 열심히 엮어내서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변칙이라고 해서 꼭 바람직하지 않거나, 불합격할 것이라고 이야기하기도 어려워요. 하지만 진로계획이나 관심사를 먼저 확정하는 것이 더 효율적으로 준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정석’이라고 보면 되겠습니다.

✎ 중학교 단계에서 진로교육을 ‘진로진학상담교사’ 한 사람에게만 기댈 것이 아니라 학교 교육과정 차원에서 진로 탐색과 체험이 가능하도록 활동을 엮을 필요가 있으며, 아이들이 흥미를 가지고 있는 활동에 대해서 다양하게 의미 부여하는 과정도 필요하겠다.


(236) 협동학습에서는 늘 ‘협동’이 보입니다. 예를 들어 A라는 아이가 제동을 걸었어요. 우리가 결론을 이끌어가는 과정에서 이 부분이 왜 이렇게 넘어가는지 이해가 안 되는데? 이런 의문을 제기한 거죠. 그러나 A는 그걸 교사에게 묻지 않습니다. 곁에 앉아 있는 B에게 물어보는 것이죠. 그럼 B가 자기 견해를 이야기하고, 물론 옆에서 또 다른 동료들이 지적도 하고 보완책도 내놓으면서 공동의 목표를 위해 협력하는 겁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게, A만 도움을 받는 게 아니에요. B도 도움을 받아요. 남에게 설명하는 과정에서 본인의 논리가 더 날카로워지고, 논리적 비약이나 모순이 자연스럽게 드러나면서 교정될 기회를 갖게 되는 것이죠.


(241) 일상적인 배움의 과정 속에서 교사들이 서로 돕고, 학생들이 서로 돕는 풍토가 확립된다면, 그것 자체가 바로 인성교육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지식교육과 인성교육 사이의 구분이 무의미해지는 것이지요. 실제로 사토 마나부 교수의 학교개혁을 시행한 학교들에서 내놓는 결과 보고서들을 보면, 이지메가 얼마나 많이 줄고 히키코모리도 얼마나 많이 줄었는지가 꼭 주요한 성과로 소개되어 있습니다. 당연한 얘기죠.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보둠고 가야 하는 동반자적인 관계 속에서, 누구 하나를 왕따시킨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니까요.

✎ 저자는 우리나라 경쟁교육의 뿌리는 일제가 도입한 상대평가에서 기인한다고 한다. 그 결과 협동·팀워크·리더십 등 사회적 역량이 매우 취약하다고 한다. 기업 조직도 외부와 경쟁하기 위해 개인간의 협동을 강조한다고 한다. 물론 선호하는 직업이 몰려 있는 우리나라만의 특수한 사회문화도 문제가 된다. 결국 악순환을 끊으려면 학교에서부터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정리하다보니 수업 외적인 것을 두고 수업을 참여·협력으로, 진로와 꿈을 찾는 교육과정으로 운영해도 역량교육, 인성교육이 모두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교육 100문100답
국내도서
저자 : 이범
출판 : 다산북스 2012.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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