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엔 미래 보고서(미리 가 본 2018년)


지식 전달로는 교육했다 말할 수 없는, 현실과 필요 사이의 차이가 너무 크다.

작년(2011)부터 세상이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세상의 변화가 학교를 ‘혁신’하게 했다고 생각했는데, ‘혁신학교’를 추진하면서 세상을 바라보는 눈, 교육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지며 세상의 변화에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었고 그래서 세상의 변화를 더 크게 느끼게 되었다. 이런 변화들은 유행처럼 흘러왔다 사라지는 것이 아닌, 그 방향으로 삶의 방식을 급격히 몰아가게 될 것 같다. 그리고 이런 예상은 통계에 의한 미래 예측에서 더 분명하게 확인한다.


혁신학교는 미래를 위한 교육을 고민한다. 미래 안정적인 직업을 위해 현재를 포기하자는 것이 아니라 과학 기술의 발달과 함께 끊임없이 또 급속도록 변할 사회에서 활용 가능한 능력과 태도를 기르자는 것이다. 즉 배우고자 하는 의지와 자존감을. 그러나 이런 문제제기는 동료들에게 사회 변화에 민감해 교육의 본질보다는 현상에 집착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작년 여름 연수에서 들은 박영숙 교수의 특강은 미래의 모습이 불과 몇 년 뒤의 현실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었고 교육과정과 수업 혁신을 생각하는데 인상적인 경험을 주었다.
사실 세 시간 특강 중, 첫 시간은 너무 물질적이었고 과학에 대한 믿음이 지나쳐 듣기에 불편했다. 무엇을 위한 과학이고 미래 예측인지, 사람, 또 삶이라는 측면에서 미래는 불편했다. 마침 쉬는 시간에 알고 지내는 연구사가 이 분야에 상당한 내공을 지닌, 그래서 어렵게 모셨으니 잘 들어보라는 권유가 '경청' 욕구를 자극했다.

이어진 강의 2시간은 미래 사회의 변화와 함께 사라질 직업, 전망 있는 직업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3D프린터, 유전공학 등 구글에서 검색하면 바로 확인할 수 있는 미래 사회의 주류가 될, 그렇지만 지름 사용하고 있는 발명품에 대한 소개도 있었다. 여러 나라에서 태블릿 PC를 중학생들에게 제공할 계획이라거나 오픈 테스트가 일상화된 미국 교육 이야기는 ‘교육’과 ‘수업’에 대한 근본적인 회의마저 들게 했다.


그리고 개학 후, 도서실에서 이 책을 발견했다. 강의로 듣던 유엔미래포럼의 보고서는 생각만큼 자극적이지도 논리적이지도 않았다. 또 내용이 장별로 중복되기도 했고, 방대한 분야의 미래를 정리하다 보니 설명도 부족했다. 하지만 책을 놓을 수는 없었다. 2008년에 출간된 이 책은 2018년의 모습을 그리고 있지만, 예상 시점이 2015년이든 2018년이든 결국 오게 될 미래의 다양한 현상들을 설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현상은 우리가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한 현상들이다.


인구 감소
우리나라 인구는 2015년을 정점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한다. 인구 감소는 필연적으로 두 가지 문제를 낳는다. 먼저 고령 사회의 문제, 그리고 더 이상 생산이 필요하지 않기에 성장이 멈춘다는 것. 고령(화) 사회는 부족한 노동력을 채우기 위해 필연적으로 외국 사람들이 유입과 함께 다문화 사회가 될 것을 의미하고 있다. 우리 국민에겐 단일 민족이라는 이데올로기의 붕괴와 함께, 다양성이 보편화되는 이른바 ‘정체성’의 혼란을 겪게 돌 것이다. 또 평균 수명의 연장은 나이에 대한 인식의 전환과 함께 여생을 보낼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하게 될 것 같다. 한편 성장과 개발을 추구해 왔던 우리 사회에서 수요가 없어 성장이 멈춘다는 것 또한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사회적 충격이 될 것 같다.


똑똑한 군중, 집단 지성
인터넷, 휴대전화의 발달을 통한 사회변화는 2011년을 살아온 우리들에게도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부분이다. 이미 기존 언론과 정부의 주장을 신뢰하지 못하게 되었고, 이들에 대한 불신과 무시가 시작되었다. 이 책에서 자주 거론되는 ‘010년 정보공유, 2017년 접속평등화’라는 구절은 어쩌면 예상보다 더 빨리 우리 사회에 도달할 것 같다. ‘나꼼수’의 영향력, SNS의 영향력은 이미 정부기관의 이슈 선점을 넘어섰다. ‘똑똑한 군중’이 집단지성의 힘으로 참여하는 ‘신직접민주주의’시대는 2018년보다 더 빨리 올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스마트한 도구들에 대한 수용과 사용 자체가 앎이며 삶인 시대도 충분히 올 것 같다.


세계 정부
미래 사회의 가장 큰 문제는 기후 변화, 물 부족, 에너지 수요 폭증이다. 이 문제는 한 국가 차원의 문제가 아닌 전 세계적인 문제이기에 이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효율적인 방법은 중복되지 않도록 연구를 공유하는 일이다. 한편 인구 감소, 기술의 발전 등으로 국가 간 이동이 빈번해 지면서 국가에 대한 소속감도 낮아지기에 자연스럽게 세계정보, 세계 시민권의 세상으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고 있다. 책에서는 유엔이 되기까지, 그리고 지금의 유엔 체제와 세계 시민권을 획득한 사람들의 수가 끊임없이 증가하고 있다는 통계를 제공하고 있지만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내용들이다.
지금의 EU를 보면, 세계 정부 이전의 지역 공동체 국가도 좀 어려운 문제가 아닐까 생각해 본다.


미래 정보화 사회
미래 사회의 변화는 과학 기술의 발전이 동력이다. 기술의 변화는 내 머리로는 예측이 잘 안 된다. 2025년 정도에는 사회 전체에 인터넷이 연결돼 세상이 자동화된다고 하고, 인간의 지능을 뛰어넘는 컴퓨터가 나올 수 있다는데 그 정도가 되면 “매트릭스”나 “아이 로봇”같은 영화들이 제기하는 문제가 일상화되지 않을까 판단이 잘 서지 않는다.
문학과 언어학을 공부했던 나에게 컴퓨터의 발달로 문자 언어들이 음성 언어로 대체된 후 문자가 사라질 것이라는 예상도 충격적이다. 그때 내 나이는 여든도 되지 않았을 터이고, 그때의 기준으로 여든은 ‘장년’기 정도일 텐데.

미래는 하나부터 열까지 우리 인류가 겪어보지 못한 경험들 속에 좌충우돌하게 될 것 같다.
미래 사회를 예견할 핵심어들도 모두 양면성을 가지고 있으며, 그 단어들의 영역 또한 구체적이지 못할 것 같다.

어쩌면 이 시대는 ‘불확실성의 시대’라는 말이 가장 ‘정확한’역설의 시대일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그리고 아이들이 키워야할 능력은 끊임없이 배우고자하는 의지와 자존감이지 않을까. 그리고 개인적이며 다양한 사람들과 함께 문제를 풀어갈 수 있는 갈등조정력, 그리고 체험을 통해 실질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능력 등.
이런 것들이 혁신학교에서 추구하는 역량 교육일 것이다.


유엔미래보고서
국내도서
저자 : 박영숙,테드 고든(Ted Gorden),제롬 글렌(Jerome Glenn) / 교보문고편집부역
출판 : 교보문고 2008.12.05
상세보기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