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를 잡자(임태희)


<옷이 나를 입은 날>의 임태희 작가의 작품이다. 몽환적이고 환상적인 분위기와 암울하고, 답답한 느낌이 전체적인 인상을 지배한다. 제목의 쥐는 더럽고 불결하며 피하고 싶은 두려움을 상징한다. 주인공 주홍이의 원치 않은 임신과 뱃속에 자라는 아이가 바로 그것. 주홍이 자신도 미혼모인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존재로 미혼모의 자식이 다시 미혼모가 돼야 하는 아이러니하고 비극적인 설정으로 되어 있다.


이 소설의 또 하나의 특징은 세 사람의 시선이 혼재되어 있다는 것이다. 먼저 말수가 적고 또래에 비해 어른스러운 주홍이, 대학시절 주변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주홍이를 낳은 미대 강사 주홍이 엄마, 그리고 주홍이 곁을 맴돌며 주홍이의 아픔을 이해하고 감싸려 하지만 속수무책인 주홍이 담임의 세 가지 시선이다. 세 시선은 교차하지만 결코 통하지 않는다. 주홍이는 자신의 아픔을 누구와도 나누지 않고 스스로 짊어지려 하고, 엄마는 미혼모라는 주변의 부담스러운 시선에 결벽증을 안고 살아가는 나약한 존재이며, 마찬가지로 주홍이 담임도 신규교사로서 아이들에게 다가서지 못하는 소극적인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결국 주홍이의 낙태와 자살로 끝을 맺고, 엄마로서 교사로서 새로운 삶을 시작하게 만든다.


깔끔한 문체, 독특한 분위기, 문제적인 상황 등 많은 것을 붙잡으려 했지만 읽는 내내 어둡고 암울한 이야기에 지칠 수밖에 없었다. 무엇보다 이런 비극적인 상황을 초래한 주변 환경적인 요소들, 주홍이 친구들, 사회적인 문제를 너무 생략하거나 상징화한 것이 문제의 초점을 흐리게 하는 것은 아닐지. 그래도 <우리들의 스캔들>에 나오는 ‘비혼모’인 보라의 이모 즉 초록이 엄마와 비교했을 때 <쥐를 잡자>의 주홍이 엄마가 좀더 현실적이라는 것에 동의한다. 어쨌든 미혼모, 낙태, 청소년들의 성과 임신에 대해 다루었다는 것만으로도 새로운 시도라 생각된다.


쥐를 잡자
국내도서
저자 : 임태희
출판 : 푸른책들 2007.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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