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군은 경찰 조사에서 “어머니가 ‘전국 1등’ ‘서울대 법대’를 강요하며 잠을 재우지 않거나 골프채와 야구방망이로 10시간 동안 때리는 등 체벌을 가해왔다”고 주장했다. 또 B군은 “당시 전국 4000등 정도의 성적을 받은 모의고사 성적표를 62등으로 위조한 사실이 어머니에게 들통 나면 심한 벌을 받게 될까 두려워 범행을 저질렀다”고 진술했다. -고3 우등생 친모살해 사건 전모 중에서, 이훈철 기자 2011.11.27. (216) “아키라 공부는 하고 있는 거야?” 이번에는 아키라의 엄마가 나섰다. “공부를 어떻게 해. 참고서도 없는데.” “그럴 줄 알고 참고서 갖고 왔다. 자, 올려줄 테니까 손을 뻗어.” 아키라 엄마는 책 몇 권을 든 손을 높이 들어 올렸다. “여기가 어딘 줄 알고나 있는 거야? 해..
집을 떠나거나 성장하는 계기를 마련하는 나이로 청소년 문학에서는 열 여섯, 열 아홉이 자주 나온다. 열 여섯은 중학교 졸업은, 시골에 남을 것인지 떠날 것인지를 고민하는 시기다. "어쩌자고 우린 열일곱", "나는 아름답다" 이 두 책은 고향을 떠나 겪게 되는 성장의 고통, 또는 그 과정에서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이야기다. 열 아홉은 떠남의 거리가 훨씬 더 멀거나 정신적인 차원의 떠남이 제시되는 경우가 많다. "꼴찌들이 떴다"는 무기력한 학교 생활을 끝나고 사회 생활을 하며, 비로소 자신이 무엇을 해야할 것인지 세상을 배운다는 이야기이다. 떠남을 통해 성장하는 이야기는 성장 소설의 중요한 과정이라고 할 만큼, 많은 작품에서 나타나고 있다. "도무라 반점의 형제들"도 궁극적으로는 '떠남'이다. 큰아들이며 가..
구름을 뚫고 우뚝 솟아 있는 산, ‘시타델’. 단단한 바위와 만년설로 사람의 접근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 차갑고 날카로운 산이다. 하지만, 표지에서 보이는 열여섯 살 루디의 등정 모습은 가볍고 경쾌하며 자연스럽다. 루디의 ‘시타델’은 처절한 사투가 벌어지는 정복 대상이기보다는 가장 자연스러운 인간을 허용하는 공간이며, 인간을 가장 자연스럽게 성장시키는 공간이다. 루디에게 ‘시타델’은 가장 뛰어난 가이드였던, 아버지의 목숨을 빼앗아간 공간이다. 하지만 루디는 아버지의 흔적과 꿈이 담긴 시타델이 오르고 싶다. 자식이 안정된 직장에서 일하며 행복하게 지내기를 바라는 루디의 엄마와 그런 누나를 지켜보며 루디의 재능과 시타델을 철저히 외면하는 외삼촌이 곁에 있지만, 시타델에 오르고자하는 루디의 본능을 막을 수 없다..
서로 앞서 나가려다 결국 죽고 만다는 "스프링 벅"은 우리의 교육 현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상징적인 제목이다. 성적을 더 높이기 위해 동아리 활동까지 그만두게 하려는 어머니와 갈등을 창제는 한 달이 넘게 가출한다. 가족의 기대를 한몸에 받고 명문대 의대에 합격한 형은 현실을 나름대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며 살아가는 동준이를 부러워한다. 자세히 이야기할 수 없지만 (읽으면 쉽게 알 수 있는) 형의 죽음은 우리 교육의 파탄을 단적으로 보여 준다. 연극을 하며, 시를 쓰며, 밴드를 연주하며 힘겹고 때론 부당하기까지한 고등학교 현실을 열정과 실천으로 건강하게 극복하는 아이들을 보며 비현실적인 아이들에, 비현실적인 학교 상황이라 고개를 젓기 보다는, 어떻게 아이들이 성장해야 우리 공동체가 밝고 힘있게 생활할 수 있..
크게 그대하지 않으며 읽었다. 전날 읽었던 때문이기도 했지만 라는 평범한 제목에, 표지 그림도 그다지 성의 있는 것 같지도 않고, 1인칭 주인공의 목소리가 너무 가까이 들리며, 장별로 끊어지는 구성도 눈에 걸렸다. 하지만 너무도 평범한 아이인 '에이지'가 밤하늘을 수놓는 불꽃과 같은 리듬의 세계를 만나며 자신의 답답한 상황에 적절히 대응해 나가는 과정이 인상적이다. 현실은 우리 뜻대로, 더구나 중학생인 에이지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아 더 힘든 위기의 상황이 닥치고 좋아하는 음악마저 그만 두어야 하지만, 음악과 가족, 친구에 대한 믿음으로 잘 풀어나갈 것 같은 기대감을 준다. 일본이나 우리나라나 지독한 입시 제도 아래 그려지는 학교의 모습은 비슷하지만 청소년 문학을 읽다보면 그래도 우리나라보다 숨통이 트일만..
, 을 이은 좀더 현실적이고, 사실적이며, 1318 남자 아이들의 심리를 섬세하게 그려낸 수작이라고 평가하고 싶다. 좀더 칭찬하자면 이제 한국에도 제대로 된 청소년 소설들이 등장하고 있다는 기쁨을 에 이어 또 다시 느끼고 있다. 그것은 이전에 두 유진을 만났던 것처럼, 이 소설 속의 두 준희를 만난 것이 행운이라는 뜻이기도 하다. 매사에 불만이 많았던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돈은 조금 있지만 무기력한 아버지와 종교에만 의지하는 할머니와 함께 사는 준희(김), 그리고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지만 자신의 꿈을 찾아 일찍부터 날개를 펴는 준희(장)! 김준희는 컴퓨터 게임은 하지 않지만, 무협지와 판타지에 빠져 지내며 공부는 중간 정도를 겨우 유지하는 아이다. 판타지에서는 단 몇 줄로 끝나버리는 어린시절이, 현실에..
표지 그림이 이야기를 잘 드러내고 있다. 코끼리 등 위에 위태롭게 앉아 있지만 표정은 밝은 유쾌한 여행을 떠나는 이야기이다. 매 순간 홀로 떨어진 것 같으면서도 사회와 경제와 역사에서 벗어날 수 없는, 그것도 거대한 역사의 상황을 중학생의 이야기로, 긴장감 있게 표현한다. 그래서 상당한 두께의 이 책을 막상 펴기 시작하면 쉽게 덮을 수 없게 만든다. 물론 이야기를 재미 있게 이끌어가는 작가의 입담은 두 말할 필요도 없다. 큰 줄거리는 시국 사범으로 공안 당국의 수배 중인 친구 형에게 중요한 물건을 전해 주기 위해 수원에서 목포까지 비밀스럽게 떠나는 여행 구조다. 거기에 여행의 시작이 친구에 대한 의리 때문에 선택한 일이 아닌 갑자기 집을 나간 아버지와 재혼하는 어머니에게 버림 받았다고 생각하는 나의 혼란..
책을 읽다보면 선진국과 어쩔 수 없는 차이를 느낀다. 특히 교육과 관련된 여러 가지 지표나 실제 운영을 비교해 보면, 우리나라 상황과 선진국 상황은 사회 일반적인 철학과 경험의 차이가 있기에 본질적인 차이를 낳고 만다는 생각이 든다. 모든 역사가 그렇듯 처절하게 경험적으로, 철학적으로 깨닫기 전까지는 특별하게 해소할 방법이 없겠다는 다소 패배적인 생각에서 벗어나기 어렵게 된다. 은 지난 2월 자투리 국어시간에 아이들과 함께 보고 이야기 나눈 MBC의 교육 다큐 “열다섯 살, 꿈의 교실”과 일치하는 내용이 많다. 특히 1부 “일 년 쯤 놀아도 괜찮아”는 유럽에서는 드물게 입시학원이 성행할 정도로 우리나라와 비슷한 아일랜드에서 30년 전부터 우리나라의 고등학교 1학년에 해당하는 학생들에게 시험과 평가가 없는..
수련회 덕분에 따뜻한 봄날 등나무 아래서 오랫동안 책을 읽었다. 수련 활동에 참여하기는 그렇고 숙제는 해야 하고, 야외 활동하는 아이들에게 책 읽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도 괜찮겠다 싶어 햇빛이 잘 드는 곳에 앉아 읽기 시작한 책을 점심 먹고 나서까지 들고 다니며 읽었다. 조만간 이 책을 빌리러 올 아이들이 여럿 있을 것 같다. 에는 여러 가지 표정이 있다. 가끔 대견스럽지만 대체로 엉뚱한 ‘현중’이의 목소리를 들으며 가볍게 지을 웃음과, 햇빛을 삼킨 지하방에서 삶의 의지를 잃어버린 연희의 처연한 얼굴과 연희를 바라보며 눈물짓는 슬픈 선생님의 모습이 나온다. 더 이상 절망적이지 않아 오히려 비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민기, 현중, 연희가 꾸준히 자신의 꿈을 위해 애쓰는 모습은 ‘하늘말나리’ 같다. 의 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