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이 그다지 마음에 들지 않지만, '제3회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대상'을 받았다고 해서 읽게 되었다. 제목처럼 내내 '그치지 않는 비'가 내리는 가운데 주인공이 여행 아닌 여행을 하는 이야기다. 처음엔 형과 함께 하는 여행이어서 무척이나 의아했다. 고교 자퇴를 하고 형과 함께 하는 여행을 떠난다니, 게다가 형과 성향이 극과 극으로 다르다는데... 여행을 하는 도중 많은 인물을 만난다. 마치 부조리극처럼 도무지 이해되지 않는 선문답들이 오고가는데, 코드가 맞는듯 맞지 않는듯 하면서 대화가 이어져 나가는 것이 무척 신기했다. 과거 의사였던 가수, 치매에 걸린 할머니(미세스 산타클로스), 노숙자, 목사, 풍선을 나눠주는 여자 광대(코가 파란), 기차에서 만난 대장과 판다, 그리고 19번! 아픈 기억을 하나씩 ..
평범한 학생의, 평범한 일상과, 성장이 아닌 평범한 변화를 읽었다. 드라마틱한 설정은 없었지만, 주인공의 일상을 따라가다 보니 어느새 나도 조금은 변화가 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특히 ‘청소년 성장 소설’에 대한 생각이. 작가는 주인공과 작은누나의 입을 빌어 성장소설이 가진 한계와 폭력성을 지적한다. 결국 ‘개천에서 용나는 이야기’만 가득하고, 현실에서는 ‘모두가 자라는 것이 아닌데’, 그런 극적인 성장담에 거짓 위로를 받는다고. 그래서 작가는 작정하고 이 소설을 쓴 것 같다. ‘성장’이 아닌 ‘변화’에 방점을 두면서. 컴퓨터 게임을 좋아하지만 친구 영현이처럼 프로게이머가 될 생각은 없고, 성적은 딱 중간에, 별거 중인 부모님과 이혼한 큰누나, 과거 엄친딸이었지만 박사과정에서 진로를 수정한 작은누나,..
열일곱 전문계 여학생의 유쾌 발랄 상큼 찔끔(?) 성장기. 흥미를 끄는 제목부터, 10명의 남자들로 이어가는 10개의 챕터들, 그리고 ‘떡실신’ 동아리를 중심으로 때로는 배꼽을 잡고, 때로는 스릴 있고, 때론 묵직하게 그 무언가를 생각하게 하는 사건들이 반짝반짝 다양한 빛깔을 내는 구슬처럼 엮여 있다. 할아버지에게 3대에 걸친 한을 만들게 한 전두환, 성장은 더디나 자존심 하나는 최강(입으로만) 최강태진, 부모님의 잘 나가는 대학동창 조 기자, 풀이 꺾인 카리스마 한상진 선생님, 각도가 조금 엇나간 사랑 선우완, 부모님의 꿈이 아닌 자신의 꿈을 찾아 나선 오빠 나금호, 비뚤어진 소유욕의 화신 찌질이 오정우, 누구도 욕할 수 없는 대한민국의 아버지 나성웅, 정말 돌을 던지고 싶은 변 모씨, 영원한 판타지 ..
무능하고 폭력적인 아버지와, 한이 많은 할머니, 욕쟁이 언니, 기저귀 차는 오빠, 뇌경색 삼촌. 그리고 이들과 행인처럼 엮여 사는 주인공 권여울. 이들은 가족이라기보다는 남보다 못한 악연인 듯 서로의 상처를 헤집고 생채기 내기에 바쁘다. 류은이와 참새처럼 ‘관리 받는 년들’ 틈에 끼어, 금새 깨어날 마법이 두렵지만, 피오나 공주 코스프레로 자신의 삶을 위안하며 세상을 헤쳐 나간다. ‘저주 받은 가족’을 벗어나고 싶지만, 결국 파탄에 이른 가정을 지키며 재결합을 꿈꾸게 되는 권여울. 작가는 매우 건강하고 씩씩한 캐릭터를 창조한 것 같다. 여러 가지 상황 도서를 읽으면서 다양한 캐릭터를 만나지만, 여울이 캐릭터만큼 신선하고 건강한 여주인공은 드물 것 같다. 여울이의 눈을 통해 희화적으로 묘사되는 가족의 모습..
설 연휴 직후 주말, 남해를 다녀왔다. 지독했던 겨울 추위가 사라진 연휴 일주일, 몸과 함께 마음도 풀렸나 보다. 봄이 찾아온 듯 들뜨기까지 했다. 남해는 평화롭고 아름다웠다. 어느 곳을 가도 보이는 바다는 질리지 않았고, 비릿한 내음조차 나지 않을 정도로 깨끗하고 맑았다. 자연경관도 수려했지만 역사적으로 유배지였던 터라 우연찮게 남해읍에 있는 유배문학관에 들러보았다. 김만중 중심으로 꾸며진 문학관은 아니었지만, 김만중이 느꼈을 유배지의 아픔을 체험할 수 있도록 이색적으로 꾸며져 있었다. 남해도 섬이지만 남해에 딸린 조그마한 섬 노도에서 여생을 마감한 서포가 유배지에서 집필한 책이 이라니 여행 이후 책의 내용이 새롭게 다가왔다. 하지만 여전히 알 수 없는 내용은 여전히 오리무중일 뿐.. 제대로 읽은 것은..
1. 만필?1) 국어사전 : [명사]일정한 형식이나 체계 없이 느끼거나 생각나는 대로 글을 쓰는 일. 또는 그 글. 대체로 글 속에 사물에 대한 필자의 풍자나 비판이 들어 있다. 비슷한 말 : 만록2(漫錄)ㆍ만문1(漫文)ㆍ산록3(散錄).2) 용어사전 : 어떤 주의나 체계가 없이 붓 가는 대로 글을 쓰는 일. ꃞ만문(漫文).(용례)사간원에서 논핵하기를, “과장의 문자는 노자•장자와 이단 등의 말을 사용하지 못한다는 것은 명백하게 금령인데, 금번 2소에서 입격한 거자의 시권 가운데는 불경의 말이 많이 있었으니, 심지어는 극락세계•8백 나한 따위의 말까지 있었으며, 1소의 거자 시권 가운데에는 서포패설로써 두서를 삼았다고 합니다. 서포는 곧 근래 재신의 호이고, 패설이란 곧 만필한 소설의 종류이니, 이러한 격..
1. 서평'이게 사는 거야? 나는 뭣 때문에 이러고 사는 걸까?’ 의식주조차 제대로 해결할 수 없는 무력한 상황의 고성만은 무협지의 주인공처럼 강호를 떠돌았으나, 계획대로 실천하지 못해 포기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크게 속고 만다. 도피하듯 계획 없이 뛰쳐나온 세상은 현실을 떠나기 전보다 더 나을 것도 없다. 그래서 검정고시 합격은 성만에게 중요한 의미가 된다. 무력하고 속수무책인 고성만이 몸부림 끝에 처음으로 쟁취한 것이므로. 하루에도 여러 번 무기력한 모습으로 교실에 앉아 있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고성만의 모습을 본다. 우리 아이들도 고성만처럼 ‘이게 사는 거야? 나는 뭣 때문에 이러고 사는 걸까?’하며 깊은 절망에 빠져 있는 지도 모른다. 현실에서 풀지 못한 답답함을 판타지나 게임 속에서 풀어내며, 실제..
(24) 스페인에서라면 물론 반파쇼 전선에 가담해야 할 테고.... 가만있어봐, 태평양전쟁 때의 학병이라면 탈출하든지 적극적으로는 연합군측에 가담하는 게 원칙일 테지. 그러면 베트남에서는? ✎ 책의 도입부부터 도무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무엇때문에 주인공이 그렇게 고뇌하는지, 가족과 친구들의 만류를 뿌리치고 죽음의 전쟁터에 뛰어들어야 하는지.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은 아니지만 친구 상진의 베트남전에 대한 노골적인 질문은 정신이 확 들게 했다. 이 책은 정치적이거나 이념적인 냄새를 거의 자제하면서 시대정신을 이야기하는 묘한 힘이 있다. 베트남전, 4.19, 얼핏 스쳐지나가는 듯 하지만 주인공의 고뇌 속 살아있는 시대였고, 삶의 현장이었다. (40~41) 너희들 두렵지도 않니? 너나 인호 형은 퇴학했구 정수..
우리에게 다소 생소한 시리아 학생의 이야기이다. 세계 지리 시간에 몇 번 들어봤음직한 ‘다마스커스’를 배경으로 우리 나이로 고등학생 정도에 해당하는 주인공의 성장담이 일기 형식으로 진솔하게 그려져 있다. 1. 살림 할아버지가 들려주는 교훈적인 이야기. 2. 민중의 삶과 동떨어진 34번의 정치적인 구데타, 그러나 그것은 우리 현실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모두의 삶을 억압한다. 3. ‘기자’가 되고 싶은 소년은 할 말을 하기 위해 다양한 방법으로 실천을 시도한다. 실천적인 지식인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4. 사람은 하고 싶은 일을 해야 한다. 운명처럼 뒤집어 써야 할 굴레가 있는 것이 아니라 두드리면 열린다. 5. 어느 곳이고 학교는 학생의 성장을 돕기 보다는 국가, 사회, 교사 개인의 사고를 주입하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