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청소년문학 시리즈 50권을 기념해서 출간한 단편집이란다. 놀랐다. 이 단편집이 중학생을 대상으로 청소년문학 작가들이 마음먹고 쓴 소설이라는 것에. 또 중학생을 결코 얕보지 않았다는 말처럼 청소년을 제대로 짚어내고 있다는 것에.이런 책을 읽을 때마다 모임의 성격에 대해 고민하게 된다. 청소년문학을 읽으며 청소년을 이해하려는 게 목적인지, 청소년에 맞는 소설을 가려내 책을 즐겁게 읽히는 게 목적인지. 단순하게 이분화 했지만 어느 쪽이든 좀더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게 청소년문학의 질과 양이 확대됐으나 독서 현실은 더 얄팍해진 현실에 대한 독서 모임의 대응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1. 아무도 모르게(공선옥) “나는 죽지 않겠다”의 작가. (29) 우리는 한밤중이 다 되어서야 강릉에 도착했다. 기사 아저씨는..
'음성 메시지가 있습니다''열다섯, 비밀의 방''안녕하세요, 그에게 인사했다''마마보이와 바리스타'각각 학교폭력(방관자), 히키코모리, 동성애, 자기 삶의 주체성을 다루고 있다.중학생 수준에 맞게 이야기는 다루고 있는 문제들을 비교적 빨리 짐작할 수 있어 작가의 의도를 비교적 빨리 따라가며 소설 속 상황을 고민하게 할 수 있다.특별히 아이들과 이야기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열다섯, 비밀의 방'과 '안녕하세요, 그에게 인사했다'이다.'열다섯, 비밀의 방'은 은둔형 외톨이에 대한 이야기이다. 은둔형 외톨이가 된 데에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것 같다. 이야기에서는 그것이 심해 자아분열까지 일어나고 있는데 문제를 드러내는 것이 소설의 역할일 수도 있지만, 어울리지 못하는 걸 소외 또는 따돌림이라고 생각하는 분위..
책을 읽으면서 2005년 정도에 방영되었던 청소년 드라마 “반올림”이 생각났다. 고등학생이 된 옥림이 이야기가 펼쳐지는 반올림의 시즌2는 "난 공부를 못해"라는 제목으로, 성적 때문에 언니와 비교 당하며 엄마와 갈등하는 옥림이 이야기로 시작된다. 옥림이는 엄마와 갈등하며, 엄마의 편견에 가까운 참견을 견뎌내고 버티는 것 같지만, 실은 그 과정에서 자존감 역시 크게 상처받고 있었다. 드라마에서는 그것을 옥림이가 누군가를 찾아 헤매는 꿈으로 나타낸다. 비슷한 꿈을 여러 차례 꾸지만 누구를 찾는지 몰랐던 옥림이는, 친구 정민이와 함께 떠난 가출 가까운 여행에서 내 뜻대로 살 수도 있음을 친구에게 들은 후, 꿈속에서 찾아 헤맨 게 자신이었으며, 남이 아닌 자기 자신부터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게 필요하다는 퍼포먼스..
작가 배봉기는 부터 줄곧 질문을 던지고 있다. 에 실린 다섯 편의 이야기는, 우리 사회에 던지는 다섯 가지 질문이자, 그에 대한 절망적이거나 희망이 담긴 다섯 가지 해답이기도 하다. 용산참사의 아픈 기억을 우회적으로 되살리고 있는 ‘어둠 속의 아이’, 외국인과 소수자들을 바라보는 교양 있는 중산층의 이중적인 시각을 꼬집은 ‘안녕 라자드’, 오로지 공부에만 매달려 친구의 죽음도 잊어야 하는 괴물을 만드는 한국의 교육현실을 고발한 ‘괴물 연습’, 그리고 오해와 편견을 깨고 새로운 가족을 일구는 ‘삼촌과 사는 법’, 마지막으로 힘든 고백을 통해 자기 자신을 되찾는 ‘고백’까지 청소년들을 웅숭깊게 바라본 작가의 통찰력이 정말 놀라웠다. 앞의 세 편이 아픈 우리 현실을 되새김질하게 만든다면, 뒤의 두 편은 작가가..
헤르만 헤세의 ‘공작나방’과 연관된 글을 찾다 만나게 된 “성,스러운 그녀” 청소년들의 성과 사랑을 다양하게, 그렇지만 중1 아이들에게 추천하기엔 다소 부담스러운 이야기들이 모였다. 이야기의 상황이나 고민 수준이 중학교 고학년에게 맞겠다 싶으면서도, 청소년들의 신체적 정신적 성장의 차이가 크고, 이야기를 안내하는 ‘읽기 전에’와 이야기 다음에 자신을 점검하고 성찰할 수 있는 활동지까지 결합돼 있어 아이들 혼자서도 충분히 살펴볼 수 있을 것 같다. 성과 사랑을 다룬 청소년 문학이 적지 않지만, 이렇게 다양한 문제 상황을 제시된 책도 드물다. 출판사의 아이디어가 놀랍다. 1. 그래, 그날 밤. 영화 “오, 수정”처럼 같은 사건을 기억하는 남녀의 차이를 보여주는 이야기이다. 첫 키스한 날 바람의 흔들림마저 또..
단편 3편과 장편 1편. -베스트 프렌즈 -Reading is sexy -학도호국단장 전지현 -그 녀석 덕분에. 순전히 작가 이름에 끌려 읽었다. "어느 날 내가 죽었습니다"의 작가 이경혜. 중학생 재준이와 유미의 이야기. 어찌 보면 중학생 다운 무모한 행동 끝에 사고로 죽은 재준이와 갑작스럽게 떠난 버린 재준이를 인정하며 떠날 보낼 수 있는 유미 이야기가, 또래 우리 아이들에겐 참 어렵게 읽혔던 이야기였다. 제목처럼 '어느 날 내가 죽는다면' 지금 이 순간이 참 소중한 시간이지 않겠느냐는 정도의 주제를 끌어낼 수밖에 없던 이야기. 그리고 실제 중학생의 죽음과 연결돼 곡해된 상황. "그 녀석 때문에"는 고2~고3들의 이야기이다. 중학생 이야기(어느날 내가 죽었습니다)에 비해 관념적이다. 동성 친구보다 더..
독특하고, 깔끔하고, 단순하면서, 새롭고, 재미있다. 세 작품 모두 말이다. 는 학교폭력이라는 협소한 테두리보다는 인간에 내재된 폭력성과 비열함에 대한 짧고 굵은 ‘아포리즘’같은 소설이다. 재민이의 튀는 행동과 약간 과도한 자기중심적인 태도, 사소한 분노에서 폭력으로 발전하는 시욱의 행동, 개인적인 분노와 욕망을 다른 이를 통해 충족하고자 하는 호영과 회장의 모습은, 우리 아이들이나 나 자신에게서도 발견할 수 있는 폭력의 흔적들이다. 작가는 짧은 분량 속에 이런 인간의 폭력성을 잘 배치해 놓았다. 은 참 따뜻한 소설이다. 특히 석이라는 인물에 무척 정이 간다. 매년 석이와 닮은 아이들을 만나기 때문이다. 봉사활동이 내신 때문에 시간을 채우기 위한 겉치레가 아닌 이웃과 함께 하는 기쁨과 보람으로 다가오기까..
연말연시를 병원에서 보내게 되리라고는 정말 예상하지 못했다. 덕분에 ‘넌 네가 누구라고 생각해?’라는 책으로 2011년을 열었다. ‘친구와 적에 대한 16편의 이야기’, 또는 미국의 일선 고등학교, 대학교 교사들이 필독서로 꼽는다는 등의 홍보문구가 무척 끌렸다. 각 작품마다 깊이와 감동의 편차가 컸지만, 16편이라는 작품 수만큼 느낌도 다르고, 감동도 달랐다. 원어로 읽었다면 좀 더 다르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특히, [이럴 수가-민들레 와인-중에서]는 배경과 인물의 심리가 섬세하게 그려지는데, 영어로 읽으면 문장이 매우 아름다울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긴 하지만 몰입하는데 무척 힘이 들었다. 그래서 첫 작품부터 과연 끝까지 읽을 수 있을까 고민했는데, 다행히 뒤로 갈수록 매력적인 작품들이 ..
‘희곡집’이다. 그것도 ‘청소년’ 희곡집이다. 얼마 전 중학교 2학년 교과서에 실린 ‘들판에서’라는 작품을 가르치며 아이들의 역동적인 연극에 대한 열망을 읽을 수 있었기에 더더욱 끌릴 수밖에 없는 책이었다. 이 책을 열고 덮으며 드는 생각은 영화 ‘닫힌 교문을 열며’를 보았을 때와 비슷했다. 89년 해직 선생님들의 시대에 대한 절규와 희망에 공감하며 눈물 흘리며 보았던 영화의 순수함을 2010년에 다시 재현하는 느낌? 그만큼 순수하고, 원론적인 교육에 대한 고민이 담겨 있는 책이다. 극적이고 몽환적이며 극단적인 요소가 희곡이라는 장르에 버무려지면서 각기 다른 이야기인 진수와 민수, 강수의 이야기가 오늘날 ‘현재’를 살아가는 모든 이야기로 자연스럽게 각인되었다. 영어와 수학 성적이 바닥인 민수와 학예회 연..